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장이모의 '인생'이라는 영화다. 지루하리만큼 평범한 영화이지만 곳곳에 웃음이 배어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여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그 '인생' 을 쓴 작가가 쓴 책이니 그와 비슷한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역시 비슷하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별 거 없다.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라는 사람이 피를 팔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피를 팔면 큰 돈을 얻는다는 걸 알고, 피를 팔아 결혼도 하고, 가뭄도 이겨내고, 아들들의 일처리도 해준다. 그렇다고 지지리 궁상떨며 가난하고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부인과 아들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 보통 사람들처럼 사소한 일에 신경쓰거나 고집부리고 화를 내면서도 결국 가족을 감싸고 이해하는 따뜻한 모습도 많이 있다.그리고 허삼관이 아들들에게 하는 말들을 통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도 엿볼 수 있었다.

한번 책을 펼쳐 읽으니 덮을 수 없어 그 자리에 앉아서 다 읽어버렸다. 아마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웃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니 1 - 한국만화 명작선
유시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정말 한국적인 만화였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 배경, 소재, 분위기... 전체적으로 요즘 만화와는 조금 달라 신선했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다. 특히 20년 후, 서산이가 우연히 마니와 해루를 보고 애틋했던 17살때 첫사랑 마니를 떠올리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부분 진희 이야기나 연수 이야기는 전체 내용과 약간 겉돈다는 느낌을 줬으며 용들끼리의 대결도 긴장감을 주는 듯 하다가 싱겁게 끝나 조금은 시시했고 허무하기도 했다. 소재는 좋았으나 스토리 구성이 뒤받쳐주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하나 설화에서 소재를 얻었을 뿐 그다지 설화와 관계가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음...내가 만화를 잘못 이해했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 - 여자로 길러진 남자 이야기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와 남자를 굳이 구분하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못하면 못하는 거지 여자니깐 못하고, 또는 남자니깐 그래서는 안된다라는 생각... 고리타분하다고 느꼈고 지금도 그렇게 느낀다. 이제까지 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길러진다는 말에 수긍을 했으나 이 책을 읽고 난 후,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엔 성전환 수술을 2번이나 했고 의학계의 희생양이 된 데이비드의 인생에 호기심을 갖고 흥미로 읽었으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접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나 싶었다. 흥미로 읽기엔 데이비드의 인생이 너무나 힘겨웠고 잔인하기까지 했다.

이 책은 성이라는 게 타고나는 건지 길러지는 건지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물음표를 던져줬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기계보다도 섬세하고 복잡한 인간을 타고났냐 길러졌냐라는 어떤 법칙으로 나누고 정의를 내리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인 행동은 아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들과 연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9
D.H. 로렌스 지음, 정상준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에 읽었었던 <아들과 연인>은 1권짜리로 별로 두껍지 않은 걸로 기억된다. 그리고 별로 길지도 않았는데 지루했고 결국 다 읽지 못했었던 거 같다.

그리고 10년 후, 지금... 완역판 2권으로 나왔다는 말을 듣고 구입해서 다시 읽어봤는데 읽으면서 계속 감탄을 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이야기의 배경 묘사가 너무나도 치밀하고 섬세해서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되어 그 곳에 서 있는 거 같은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내가 지루해했던 건 이런 섬세한 묘사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지만 여유를 갖고 찬찬히 읽어보면 작품의 섬세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에 실패한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사랑, 연인의 품에 있어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들, 섬세하고 다치기 쉬운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결국 그 사랑을 얻지 못하는 두 여자...혹시 어머니의 병적인 집착이나 마마보이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주인공 폴은 어머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 어머니라는 틀을 깨고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살아나가려고 한다.

오래간만에 멋진 작품을 접한 거 같다.
역시 명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몌별 - 차마 스쳐 지날 수 없는 사랑의 운명
구효서 지음 / 세계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몇년 전 읽었던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이 생각났다. '천년의 사랑'의 내용이 어땠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사람들이 감동적이라고 요란하게 떠들었던 거에 비해서 화가 날 정도로 재미없고 유치했었다는 것만 기억이 나는데...이 책도 거의 그렇다.

사실 이 책은 산 건 제목 때문이다. 몌별이라... 소매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별, 소매만 스치듯이 섭섭히 작별하는 것...참 예쁜 단어다. 이렇게 예쁜 제목을 단 소설이라면 내용도 멋지겠지 했는데... 정말 기대 이하였다. 그냥 제목이 예뻐서 산 걸 후회할 정도로 말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입담은 매끄럽고 아기자기했지만, 인연이라는 꽤 어려운 주제(내 생각엔 인연이라는 걸 잘못 다루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 거 같다) 로 이끌어간 이야기는 밋밋했다.물론 격정적인 이야기가 감동을 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담백한 이야기를 통해서 가슴 저림을 느끼라는 게 작가의 의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느껴지질 않았다. 마지막에 노란 꽃을 들고 있는 아이를 입양하는 걸 인연이라는 걸로 덮어 씌우는데 상당히 작위적이고 억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부분을 뺐으면 더 낫지 않을까?? 오히려 소설보다는 소설 뒤에 나온 작품해설이나 소설론이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거 같다.

나도 나름대로 감수성도 풍부하고 가슴 아픈 사랑도 해봤다고 자부한다.그런데 감동을 받았다고 서평을 쓰신 분들께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왜 이렇게 이 이야기가 유치하게 다가오는 걸까? 제목이 아까울 정도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