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 11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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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 이런 그림이 싫던데... 재밌어요?'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는 내게 동료직원이 한 말이다. 이런 그림이 싫다...마스터 키튼, 몬스터를 이미 읽어서 그런지 우라사와 나오키의 그림에 익숙해지고 정감이 간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어릴 적, 친구들과 놀면서 주고받았던 이야기와 그렸던 그림들이 현실이 되어버렸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자가 같이 놀던 친구 중의 한 명이라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도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으려고 이렇게 길고 복잡하게 전개될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11권을 읽는데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과연 '친구'는 누굴까?, 주인공 '켄지'는 과연 죽었을까?, 칸나의 엄마 '키리코'와 '친구'의 관계는 뭘까?..그림만 보고-사실 난 우라사와 그림이 좋던데- 유치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번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얼마나 재밌는데.. 아직 13권까지 읽지 못했지만 날 실망시키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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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쉬운 게 아니야 - snoopy
찰스 M.슐츠 지음, 아이작 더스트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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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our rough road'라는 표지판이 놓여있는 길. 그런데 그 길은 온통 하트로 되어 있다.
그 앞에 망설이는 듯 서 있는 찰리 브라운.. 이 책의 제목'사랑은 쉬운 게 아니야'와 딱 맞는 표지다. 험한 길이니 우회하라니..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길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스누피와 그의 친구들이다. 선 몇개로 쓱쓱 그린듯 하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표정들을 읽을 수 있고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도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스누피 만화의 특징은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유머와 위트 그리고 철학이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읽긴 있었는데 칼로 자른 것 처럼 명확하게 정리는 되진 않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게 슐츠 만화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지루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사랑은 쉬운 게 아니야> 역시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그리고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질투, 짝사랑, 러브레터 등 사랑하면 생각나는 소재들로 펼쳐진다. 특히 가장 재미있던 부분은 red haired girl을 좋아하는 찰리 브라운이 그녀가 자신을 아는지를 라이너스를 통해 알아보는 장면인데 무척 귀엽다. 다른 님들도 썼지만 영어가 짤막짤막해서 쉽고 영어책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표현들도 볼 수 있어서 만화도 즐길수 있고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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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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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구 만화라는 말에 많이 망설여졌다.표지도 촌스럽고 그림은 더 촌스럽고 또 한두권도 아니고 무려 34권짜리 야구 만화,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여자들의 속옷 몸매까지...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 그런데 야구의 기본적인 용어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던 내가 그 긴 만화를 이틀만에 읽었다. 읽고 다시 주요 장면 골라 읽고 또 읽고..그림만 골라서 보고..심지어 꿈속에서도 히로와 히데오가 나올 정도였다.

뻔한 스토리에 촌스러울 정도로 단순한 그림체의 만화가 나를 이렇게 휘어잡다니 내가 놀랄 정도였다. 특히 이 만화에서 맘에 들었던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절제된 대사와 감정 처리다. 눈물이 펑펑나게 슬픈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가슴 한 쪽이 텅 빈 듯 했다. 등장 인물들의 눈빛, 손짓 하나하나에서 사춘기 시절의 싱그럽지만 조금은 슬픈 첫사랑의 아픔과 힘겨움을 느낄 수 있다. 쓱쓱 선 몇개로 그려진 인물들의 얼굴이 비슷하고 단순해 보이면서도 그 이야기의 분위기에 따라서 슬프게도 보이고 기쁘게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냥 대충 그린 주인공들의 눈 속에서 난 눈물도 ,웃음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등장 인물 하나하나 모두 정감이 간다. 특히 베스트 커플을 꼽자면 히로 커플이나 히데오 커플이 아닌 키네와 미호 커플을 꼽고 싶다.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던지...귀엽다. 스포츠 만화니깐 남자애들 취향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이 만화는 스포츠 만화의 탈을 쓴 순정만화라고하고 싶다. 거의 대부분이 야구 장면이 나오지만(난 야구 선수의 폼이 이렇게 멋있는지 미처 몰랐다.) 그 큰 줄거리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인 고등학생들이 읽으면서 눈물 겨운 사랑을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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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 - 구판 황석영 대하소설 12
황석영 지음 / 창비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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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경부터 읽기 시작해서 어제 10권의 마지막 장을 읽고 덮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중편보다는 오히려 장편소설을 더 빨리 읽는 나인데 <장길산>을 읽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재미있어서 그 줄거리만 읽었다면 금방 읽었을 거다. 그러나 그 시대를 반영하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해서 그걸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어 읽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다. 역사와 지리에 대해서는 거의 빵점인 나에게 이 책은 많이 어려웠다.(읽으면서 나의 무지함에 대해 많이 한탄했을 정도다!!)

평민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장길산과 그의 동료들의 꿈은 제대로 시도도 못한 채 끝나고 만다. 책 10권 거의 전체 내용이 그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들이 꿈꾸는 사회를 만들거라고는 기대 안했지만 한양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좌절하게 되는 장면을 보고 조금은 힘들게 읽어온 나 역시 등장인물들만큼이나 허탈하고 맥이 풀렸다.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별을 3개정도만 주고 싶다. 풍부한 어휘력과 치밀하고 섬세한 장면 묘사력에 대해서는 별 5개도 부족할 정도로 완벽했으며 전체적인 이야기 짜임새도 좋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너무 장황했다고 해야 할까? 나의 역량이 부족했는지 모르겠지만 6,7권정도 읽은 다음부터는 상당히 지루했다.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우선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장길산'은 후반으로 갈수록 그 힘을 잃는 거 같았다. 물론 다른 님들의 서평을 보니 모두들 만족해 하는 눈치이고 또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이 책이 좋아서 2번이나 읽었다며 극찬을 했었는데 나는 10권까지 읽는데 많이 힘들었다.
아무래도 내 책이 아니라 빌린 책이어서 빨리 읽고 돌려줘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조급하게 읽어서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거 같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내 손으로 직접 사서 찬찬히 읽으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황석영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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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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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교 2학년 때였던가? 하늘이 맑고 햇빛이 따뜻했던 5월, 내 또래의 우리 학교 여학우가 학교에서 분실자살을 했다. 학생운동을 하던 학우였다던데 사회 문제에 늘 고민하며 날적이에 자신의 생각을 적은 후 분신했다고 한다. 며칠 동안 학교엔 검은색 휘장이 드리워졌고 곳곳에 그녀를 추도하는 글이 붙여져 있었다. 그녀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생운동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어서 내 일만 했지 별로 관심을 두질 않았다. 그냥 한 명 죽었나보다라고...

많은 친구들이 <전태일 평전>을 읽었지만 나는 일부러 읽지 않았다. 읽고 싶지 않았고 읽어서는 안 될 책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정래의 <한강>을 읽는데 전태일이 잠깐 등장했다. 자신의 버스비로 여공들을 위한 풀빵을 사서 먹인 후 본인은 집까지 걸어갔다는 전태일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전태일이 나에게 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저 거칠고 밀어부치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감있는 사람이었다니... 한 번 알아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서야 <전태일 평전>을 읽게 됐다.

읽으면서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잠깐씩 읽는 걸 멈추어야만 했다. 왜 이리 답답하고 가슴이 아픈지... 작자 말대로 중학교도 제대로 못 마친 전태일이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깊은 사고력과 심오한 사상을 가졌고 책상 앞에 앉아 두꺼운 책 읽으며 현학적인 말을 하는 철학가보다도 더 위대한 사상가였다. 만일 내가 그 당시 전태일 친구였다면 쉽게 그의 운동에 동참하지 못했을 거 같다. 그냥 기술 배우고 돈 모으고 편하게 살 궁리만 하지 문제를 해결할 용기가 없었을 테니깐.. 전태일에 관한 영화가 만들어졌었는데 제목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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