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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에 대해서 논할 때, 사람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외국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작품을 읽었을 때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어느 나라에 살든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 생각들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작가가 얼마만큼의 역량과 필력으로 소설을 썼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깊이는 달라질 수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배경과 인물 이름이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주인공 로라는 한 남편의 아내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로서, 병원의 영상의학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베테랑 촬영기사이다.
18개월째 실직 중인 남편과 사춘기가 훌쩍 지나 성인이 되어가는 자녀들 사이에서 가정의 중심을 잡으려 애쓰지만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로라는 심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다.
그러던 어느날, 로라는 잠시 현실을 잊고자 몇일간 출장겸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결혼 23년만에 처음 가져본 자신만의 시간동안 로라는 낯선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짦은 기간 동안 타인이 아닌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됨으로써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마음 먹게 되는 이야기이다.
중간에 로라가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마음 먹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람직하지 못한 외도였긴 하지만
이것은 소설의 줄거리상 필요한 부분일 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로라의 외도가 아니라 로라가 선택한 새로운 인생이었다.
주인공 로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의 어머니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을 더 이상 여자로 보지 않는 무뚝뚝한 남편과
커갈수록 반항적이 되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오로지 희생만 하는 어머니의 모습 말이다.
이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아무리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더라도 스스로가 포기 하지 않고 달라질 각오를 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삶과 희망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그동안 내가 읽었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모두 스릴러에 해당하는 장르였기에
이 책 역시 스릴러에 해당하는 작품일거라 예상하고 아무런 정보 없이 선택했는데,
이 책은 굳이 장르를 선택하라면 어느 평범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에 가까웠다.
그러나 책의 기본 줄거리도 너무나 평범하고,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님의 그동안 보여주었던 반전의 묘미라든지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긴장감마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서 기존 책과 비교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으니 책을 고를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p.31
퇴역군인 크리스털 오르는 왜 작가들이 인생에 대한 은유로 바다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바다를 목전에 두고 있으면 삶에 아무런 한계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은 바다를 바라보는 동안 끝없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죠."
크리스털이 말을 덧붙였다.
"그 가능성들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 아마도 탈출 가능성일 거예요."
크리스털이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나는 이곳에 나와 대서양을 마주할 때마다 탈출을 꿈꾸는 게 아닐까?
바다를 볼 때에는 내 모든 인생이 등 뒤에 있었다.
망망대해 앞에 서면 나는 다른 어떤 세상이든 꿈꿀 수 있었다.
p.55
순진한 젊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들이 있다.
인생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젊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스스로 인생의 한계를 정하는데 일조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젊음의 특권은 끝난다.
p.357
엊그제, 전혀 뜻밖에 벌어진 일 때문에 나는 여태껏 생각하지 않은 진리 하나를 깨달았다.
스스로 달라질 각오만 있다면 인생은 언제나 경이를 드러내며 열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일깨운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경이를 스스로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경이로울 수 있다는 걸 망각하고 살아왔다.
변화를 두려워해 능력을 매몰시켰다.
우리들의 삶에 찾아드는 온갖 걱정 사이에서 사랑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잊고 산다면 계절은 메트로놈처럼 오갈 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