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
다빙 지음, 최인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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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여행하는 삶을 동경하며 살아왔었다.

아빠가 워낙 엄격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때까지도 통금시간에 쫓기듯 살아왔었기에

친구들과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나는,

'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본질을 잘 모르고 살아왔었던 것 같다.

여행은 그냥 막연하게 경험하면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면서 드디어 아빠의 감시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했으나...그 기쁨도 잠시...

나는 또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면서 다시 여행과 멀어진 삶을 다시 살고 있다.

아기가 크면 다시 여행을 다녀야지...

막연하게 마음속으로 여행하는 삶을 간직하며 지내오던 나에게 선물 같은 작가의 책을 만났다.

그 이름은 바로 다빙.

중국작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다빙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야 하는데,

그는 타칭 - 베스트셀러 작가, 유랑가수, 방송인, 배낭여행가, 예술가이고,

자칭 - 야생작가, 리장 건달, 이야기 들어 주는 사람, 게으른 술집 사장, 왼쪽 얼굴 미남이라고 한다. 

이런 재미있는 소개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약간 괴짜이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자유분방한 사람임을 알 수 있는데,

그런 그가 여러곳을 떠돌아다니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쓴 것이다.

 

엄마아빠의 이혼으로 모든것을 잃은 어느 날 선물같이 찾아온 고양이 한마리로 인해 따스한 온기를 느낀 한 남자의 이야기,

백혈병에 걸린 아이의 유언으로 다빙을 찾아다닌 부모의 이야기, 결혼식장 사회를 보면서 겪은 어느 신랑 신부의 이야기,

친구의 첫사랑 이야기 등등...

엄청나게 특별한 소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코 평범하다고도 볼 수 없는 짧은 이야기를

다빙은 엄청나게 친근하면서도 쉽게 써놓았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이야기 한편, 한편이 끝날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여운도 꽤나 길게 남았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필력이라는 것인가보다.

다빙의 책은 앞으로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사랑받을 수 있는 작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한동안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시간이 나지 않아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어서

겨우겨우 시간 날때는 한달에 한두권 육아서적 읽은 게 전부였었는데...

정말 정말 오랜만에 감동과 재미를 더한 소설책을 읽으며 꿀맛같은 시간을 보내서 행복했고,

다빙이라는 작가를 알게되어 이 또한 큰 기쁨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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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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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섬뜩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가슴 먹먹함과 안타까움이 있어서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편이라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줄거리와 그때의 감상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악인>을 읽었을 때의 그때 그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미 범인이 밝혀졌고 어떠한 결과가 닥칠지 뻔히 알면서도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과 가슴 먹먹함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그 뒤로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찾아서 읽었었는데 한동안 신작이 나오지 않아 잊고 지내다 얼마전 5년만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집어들었다.

 

 

 

 

이 책은 제3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최첨단 우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놓고 벌이는 국제 첩보소설이다.

인터넷 연예 통신기자로 가장한채 24시간 연락이 두절되면 저절로 폭발하는 장치를 몸에 달고 사는 일본의 'AN통신'의 다카노와

그의 라이벌인 한국의 데이비드 김,

신비스런 존재로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모의 AYAKO라는 여인이

서로 서로 얽히고 섥힌 다른 상대와 목적을 가지고 비밀스럽게 움직이면서

베일에 가려진 국제적인 음모와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국제 정치적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지루한 부분도 있었긴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영화로 찍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흥미진진한 편이었다.

(아, 물론 너무나 전형적인 헐리우드 첩보액션 영화일수도 있어서 흥행은 보장 못하겠지만 ㅋ)

 

 

 

 

"내 문학 인생의 분기점이 될 작품"

데뷔 15주년, 요시다 슈이치의 신경지

 

라는 문구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기존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 작품이 인간의 내면 심리에 중점을 두었었다면

이 책은 커다란 스토리가 중점을 이루기 때문에 분기점이 될만한 작품이라고 내놓았나보다.

그래서인지 인물의 내면 심리보다는 스토리 위주의 내용 전개 때문에

내가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 그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 들어서

책을 읽는 동안의 재미가 책을 덮고 나서는 아쉬움으로 남아버렸다.

원래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그 책을 읽는 동안 그 작가만의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기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요시다 슈이치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고 처음 이 책을 읽는다면 꽤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작가의 평가가 어떠할지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다음 작품은 다시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만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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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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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에 대해서 논할 때, 사람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외국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작품을 읽었을 때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어느 나라에 살든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 생각들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작가가 얼마만큼의 역량과 필력으로 소설을 썼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깊이는 달라질 수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배경과 인물 이름이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주인공 로라는 한 남편의 아내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로서, 병원의 영상의학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베테랑 촬영기사이다.

18개월째 실직 중인 남편과 사춘기가 훌쩍 지나 성인이 되어가는 자녀들 사이에서 가정의 중심을 잡으려 애쓰지만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로라는 심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다.

그러던 어느날, 로라는 잠시 현실을 잊고자 몇일간 출장겸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결혼 23년만에 처음 가져본 자신만의 시간동안 로라는 낯선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짦은 기간 동안 타인이 아닌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됨으로써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마음 먹게 되는 이야기이다.

중간에 로라가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마음 먹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람직하지 못한 외도였긴 하지만

이것은 소설의 줄거리상 필요한 부분일 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로라의 외도가 아니라 로라가 선택한 새로운 인생이었다.

  

주인공 로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의 어머니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을 더 이상 여자로 보지 않는 무뚝뚝한 남편과

커갈수록 반항적이 되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오로지 희생만 하는 어머니의 모습 말이다.

이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아무리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더라도 스스로가 포기 하지 않고 달라질 각오를 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삶과 희망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그동안 내가 읽었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모두 스릴러에 해당하는 장르였기에

이 책 역시 스릴러에 해당하는 작품일거라 예상하고 아무런 정보 없이 선택했는데,

이 책은 굳이 장르를 선택하라면 어느 평범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에 가까웠다.

그러나 책의 기본 줄거리도 너무나 평범하고,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님의 그동안 보여주었던 반전의 묘미라든지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긴장감마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서 기존 책과 비교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으니 책을 고를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p.31

퇴역군인 크리스털 오르는 왜 작가들이 인생에 대한 은유로 바다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바다를 목전에 두고 있으면 삶에 아무런 한계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은 바다를 바라보는 동안 끝없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죠."

크리스털이 말을 덧붙였다.

"그 가능성들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 아마도 탈출 가능성일 거예요."

크리스털이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나는 이곳에 나와 대서양을 마주할 때마다 탈출을 꿈꾸는 게 아닐까?

바다를 볼 때에는 내 모든 인생이 등 뒤에 있었다.

망망대해 앞에 서면 나는 다른 어떤 세상이든 꿈꿀 수 있었다.

 

 p.55

순진한 젊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들이 있다.

인생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젊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스스로 인생의 한계를 정하는데 일조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젊음의 특권은 끝난다.

 

 p.357

엊그제, 전혀 뜻밖에 벌어진 일 때문에 나는 여태껏 생각하지 않은 진리 하나를 깨달았다.

스스로 달라질 각오만 있다면 인생은 언제나 경이를 드러내며 열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일깨운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경이를 스스로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경이로울 수 있다는 걸 망각하고 살아왔다.

변화를 두려워해 능력을 매몰시켰다.

우리들의 삶에 찾아드는 온갖 걱정 사이에서 사랑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잊고 산다면 계절은 메트로놈처럼 오갈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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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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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 본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다.

이전에 읽었던 작품의 살인방법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이번 작품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책을 주문할 때 소개를 잠깐 봤더니 이 책은 '본격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불린다 하였다.

일본의 추리소설이 본격파와 사회파로 나뉜다는 말은 들어보았는데,

이 둘의 만남은 과연 어떤 느낌인 걸까?

 

 

일본 도쿄의 건어물 가게에서 어이없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소비세 12엔을 내지 않았다고 다그치는 여주인을 부랑자 노인이 칼로 찔러 죽인 것이다.

경찰은 그저 치매노인의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라 잠정 결론 지었지만,

아무래도 단돈 12엔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음을 느낀 요시키 형사는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사건을 깊숙이 파헤치지 시작한다.

수사는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부랑자 노인의 과거를 알아내면 알아낼수록 점점 더 알 수 없는 판타지 이야기들만 들려온다.

열차 화장실에서 머리가 뚫린 채 자살했던 시체가 30초 만에 사라지기도 하고,

투신자살하여 머리가 잘려나간 시체가 걸어 다니기도 하며,

빨간 눈을 가진 하얀 거인이 등장하는 등등...

이 모든 일들이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실제로 두 눈으로 보았다는 목격자들이 나타나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과연 부랑자 노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한 하늘을 움직일만한 기발한 발상은 과연 무엇일까?

 

 

추리소설답게 책의 두께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까지도 독자에게 어떠한 실마리도 제공하지 않은 채

연결되지 않는 여러 사건들을 주욱 나열시켜 주더니 마지막에 가서 이 모든 것이 어떤 식으로 엮이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밝혀주는데, 솔직히 말해서 하늘을 움직일 만큼의 기발한 발상 그 자체가 그다지 극적이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크게 기대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각기 다른 사건의 연결고리가 조금은 비현실적인 우연에 의해 전개되었기 때문이었다.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보여줬듯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그려진 기막힌 트릭에 의존했다기보다는

그때 그때의 상황이 우연히도 잘 맞아떨어져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하늘을 움직일 만큼의 기막힌 발상이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조금 허무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책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판타지스러운 줄거리와는 달리 그 속에 내재되어 전하는 메시지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강렬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게 묘미다. 그래서 이 책을 일컬어 본격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도 하지 않았던가!

부랑자 노인의 정체를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숨겨진 진실들을 통해 이 사건은 단순히 한 노인에게만 국한된 의미의 사건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부랑자 노인의 과거를 통해 밝혀지는 그의 인생에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강제징용 당하여 사할린에서 혹독한 인생을 살았던 우리 조선인들의 과거 모습을 반영해 줌으로써 노인이 지금껏 어떤 인생을 보내왔는지,

그리고 이 사건이 현재 일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는 문제를 보여준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시마다 소지가 진짜 일본인 맞아?'

'혹시 재일교포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 만큼 일본인이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국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을 낱낱이 고하는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죄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발뺌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들의 원죄가 무엇인지를 속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이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더욱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낭만다람쥐의♥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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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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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하나 만들어보려고 난생처음 울산 가던 날.

무슨 책을 읽을까?

핸드백에 넣어가야 하니까 작고 얇은 책이 좋을 텐데,

흔들리는 차안에서 읽어야 하니까 가벼운 내용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집은 책.

 

하루키님 장편소설은 모조리 읽었지만 아직 에세이는 몇 권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하루키님의 문체가 와 닿아서 친밀한 정겨움이 느껴졌다.

좋다.

그저 좋다.

하루키님의 글들은.

 

 

 

 

 

 

 p. 75

행운이 한꺼번에 거듭된 뒤에는 반드시 그 반향이 찾아온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정말로.

 

 

 p.168~170

사랑에 빠져 있으면 그런 일이 있다.

의식이 어딘지 기분 좋은 영역을 나비처럼 너울너울 날아,

지금 무얼 하는지 잊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긴 시간이 흐른 것을 깨닫는다.

생각건대 사랑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열여섯에서 스물 하나 정도가 아닐까.

물론 개인차가 있으니 쉽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아래라면 뭔가 어린애 같아서 우스울 것 같고,

반대로 이십 대가 되면 현실적 굴레가 작동할 것 같고,

더욱 나이가 많아지면 쓸데없는 잔꾀가 늘어서 또 그렇고 말이다.

그러나 십 대 후반 정도의 소년소녀의 연애에는 적당히 바람 빠진 느낌이 있다.

아직 깊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는 옥신각신하는 일도 있겠지만,

그만큼 모든 일이 신선하고 감동으로 가득할 것이다.

물론 그런 나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영원히 잃어버린 뒤겠지만,

그러나 기억만큼은 신선하게 머물러 그것이 우리의 남은 (애처로운 일이 많은) 인생을 꽤 유효하게 덥혀줄 것이다.

줄곧 소설을 써왔지만 글 쓸 때 역시 그런 감정의 기억이란 몹시 소중하다.

설령 나이를 먹어도 그런 풋풋한 원풍경을 가슴속에 갖고 있는 사람은 몸속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있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다지 춥지 않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귀중한 연료를 모아두는 차원에서라도 젊을 때 열심히 연애하는 편이 좋다.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선율에 미친 듯이 끌리는 식란 인생에서 아주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다.

 

***낭만다람쥐의♥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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