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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섬뜩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가슴 먹먹함과 안타까움이 있어서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편이라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줄거리와 그때의 감상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악인>을 읽었을 때의 그때 그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미 범인이 밝혀졌고 어떠한 결과가 닥칠지 뻔히 알면서도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과 가슴 먹먹함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그 뒤로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찾아서 읽었었는데 한동안 신작이 나오지 않아 잊고 지내다 얼마전 5년만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집어들었다.

이 책은 제3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최첨단 우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놓고 벌이는 국제 첩보소설이다.
인터넷 연예 통신기자로 가장한채 24시간 연락이 두절되면 저절로 폭발하는 장치를 몸에 달고 사는 일본의 'AN통신'의 다카노와
그의 라이벌인 한국의 데이비드 김,
신비스런 존재로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모의 AYAKO라는 여인이
서로 서로 얽히고 섥힌 다른 상대와 목적을 가지고 비밀스럽게 움직이면서
베일에 가려진 국제적인 음모와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국제 정치적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지루한 부분도 있었긴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영화로 찍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흥미진진한 편이었다.
(아, 물론 너무나 전형적인 헐리우드 첩보액션 영화일수도 있어서 흥행은 보장 못하겠지만 ㅋ)

"내 문학 인생의 분기점이 될 작품"
데뷔 15주년, 요시다 슈이치의 신경지
라는 문구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기존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 작품이 인간의 내면 심리에 중점을 두었었다면
이 책은 커다란 스토리가 중점을 이루기 때문에 분기점이 될만한 작품이라고 내놓았나보다.
그래서인지 인물의 내면 심리보다는 스토리 위주의 내용 전개 때문에
내가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 그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 들어서
책을 읽는 동안의 재미가 책을 덮고 나서는 아쉬움으로 남아버렸다.
원래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그 책을 읽는 동안 그 작가만의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기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요시다 슈이치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고 처음 이 책을 읽는다면 꽤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작가의 평가가 어떠할지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다음 작품은 다시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만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