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 -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을 찾는 15가지 질문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신인수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1년 9월
평점 :
제목부터 너무나 와닿는 책 발견!
알랭 드 보통이 쓴 어린이 직업책,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이다.
사실 질문을 건네는 입장에서야 쉽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받기 쉬운 질문이라
초등 딸에게도 물어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포스팅 제목을 어린이를 위한 직업책이라고 붙였지만,
지식책이라기보다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는
어린이 인문학, 철학서 같은 느낌,
혹은 믿음직한 멘토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인생 조언 같은 느낌이라,
진로를 고민하는 초중고등학생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알랭 드 보통의 책들도
간단 명료하면서도 뭐랄까,
딱 부러지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 책도
중언부언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담아서
담백하게 잘 읽힌다는 느낌이었다.
아이에게도 흥미로운 주제이고,
쉽게 풀어가는 문체라 술술 읽힌다.
중간중간 그림도 들어 있고,
직접 생각하고 써볼 수 있는 활동도 있어서,
학교에서 진로 교육용으로 활용하기도 괜찮을 듯.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있나요?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뭐지?"
"나는 왜 꿈이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책한 적은 없나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질문이라는 듯
태연하게 물어보지만,
사실 이 질문은 사회생활을 오래 한
어른에게도 아주 까다로운 문제예요.
꿈을 묻는 질문은 어쩌면
어른들에게 더욱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겠다.
분야별로 어떤 직업이 있는지
줄줄이 늘어놓기만 하는 다른 직업책과 달리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기 힘든 이유',
'왜 어떤 직업은 지루할까?''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
'많이 벌수록 좋을까', '결국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이유' 등
아이들이 한 번씩 생각해 보면 좋은 직업에 대한
인문학적 질문들을 담고 있다는 게 이 책의 특장점.
들어가는 글, 나는 커서 무슨 일을 할까?
추석 앞두고 일가친척 모인 자리에서 쉽게 나올 질문이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이겠지.
아이들이 답을 척척 말할 거라 생각하고,
대답을 듣고 난 다음에는 똑같은 질문으로
다른 아이를 괴롭히러 자리를 옮길 거라는
알랭 드 보통의 위트 있는 지적.
아이들을 괴롭히는 질문이라는 점이 말이다.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을지 결정하는 건
정말 어렵고, 낯설고, 심각한 문제'라는 걸 이해해 주며
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다독여주는 알랭 드 보통.
두 번째 페이지를 보자마자
아이들을 위한 책만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른들도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지,
계속 그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짚어주고,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뭐지?"라는
질문을 꾸준히 품고 있다는 걸 짚어주는 걸 보고 말이다.
다음에 처음 보는 아저씨가 여러분에게
나중에 뭐가 될 거냐고 물으면 멋진 대답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아직 잘 모르겠어요. 고민하는 중이에요."라거나,
좀 더 용기를 내서 (웃는 얼굴로) 이런 말을 덧붙일 수도 있지요.
"아저씨는요? 아저씨는 뭘 하고 싶으신지 아세요?"
그러면 아저씨는 깜짝 놀라
더 이상 여러분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또는 정반대로 멋진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고요!
아이가 엄마 꿈이 뭔지 물었을 때,
주춤한 다음부터 장래희망을
쉽게 물어보지 않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ㅋ
제1장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기 힘든 이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똑 부러지게
대답하기 힘든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여섯 가지 이유를 설명한다.
이건 새로운 질문이다.
사람은 일에서 행복을 찾는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
직업을 선택하는 문제에 관심이 없다.
어른들도 어떻게 직업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그동안 직업 선택을 다룬 책이 없었다.
'이건 새로운 질문이다'라는 항목을 한 번 보면,
정말 오래된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저 내가 태어난 집안에 따라
직업이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는 걸 설명해 준다.
직업은 물론, 결혼 역시 가족이 정해주었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기에 고민도 없었다.
현대 세계는 여러 면에서 편해졌지만
현대 사회 특유의 고통 또한 생겨났는데,
그중에 으뜸이 잘못된 선택을 해서
빚어지는 고통이라고.
'사람들은 일에서 행복을 찾는다'라는 항목에서는
사람들은 재미있으면서도 돈도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건 이루어지기 꽤 어려운
소망이라는 걸 콕 짚어 알려주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라는 항목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직을 가지고 있지 않고,
꽤 관심 있는 분야가 몇 개 있지만,
푹 빠질 만큼은 아닌 경우가 흔하다는 걸
알려주면서 마음을 다독여준다.
특히 현재 어른이 된 입장에서 와닿은 부분은
'어른들도 어떻게 직업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어른들이 지나온 길을 연구해 보면,
얼마나 자주 우연에 의해 결정되었는지 알게 된다는 것.
그냥 이리저리 구불구불 다니다 보니
삶이 그곳으로 데려다준 것이라는 설명과
구체적인 사례를 보다 보면,
내 인생도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달까.
어떻든 목적지를 찾아오긴 했지만,
수많은 우연과 시행착오가 이어졌으니까.
제2장 직업이란 무엇인가?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 고찰해보았으니,
이제 본질적인 질문,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
직업으로 삼는 일의 공통점은 바로
일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돈을 낸다는 것.
"직업은 사랑이나 우정이 아니라,
돈으로 보답받기 위해서 사람들을 돕는 일을 의미해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돈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라는 설명을 보다 보니,
하루 종일 학교에 매여 있던 시절 하던
수많은 투덜거림 중에,
왜 공부해도 돈 안 주냐는 게 있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떠오르는 것 같다.
세탁소, 피자 배달, 심리치료사,
프로 축구 선수, 작곡가 등의 직업을 예로 들며
직업이 다른 사람을 위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생각해 본다.
"축구를 재미로 한다면, 축구는 취미예요.
하지만 축구가 다른 사람에게 중요해지면
축구는 직업이 돼요.
이렇게 축구가 중요한 문제가 되면 사람들은
내가 공을 차는 모습을 보려고 기꺼이 돈을 낼 거예요."
각각의 장마다 활동을 통해서 생각을 정리해보고,
내 주위 사람들, 혹은 나와 대입해볼 수도 있다.
6장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하지만,
막상 사람들은 원하는 직업이 있고,
기피하는 직업이 있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
알랭 드 보통의 말에 의하면
대개 직업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에 따라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으로 나뉜다고.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기준은
"그 직업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한가?"라고 한다.
이렇게 화두를 던지고 나서,
좋은 직업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계속 던져준다.
활동을 통해서 각각의 직업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하게 생각해 볼 기회도 준다.
제9장 왜 누구는 누구보다 돈을 더 많이 벌까?
현대 사회는 종종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은
나쁘다는 생각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것.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월급의 차이가 그 직업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
월급은 단지 고객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나타낼 뿐이라고 설명한다.
돈을 많이 번다고 좋고,
적게 번다고 나쁜 직업은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나면
직업을 선택할 때 좀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것.
월급과 상관없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동그라미를 쳐보고,
왜 그 직업을 선택했는지 생각해 보는 활동.
미래의 직업을 지금 정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해 보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
한창 진로를 고민할 시기의 아이들이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고,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하게 답하는 데 힘이 될 것 같다.
일단,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대학 학과는 어디를 목표로 해야 할지 같은
머리 아픈 고민 앞에서도,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