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주는 육아 - 다그치지 않아도 큰소리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송소정 옮김 / 유노라이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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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같은 육아 서적들을 읽는 것도 좋은 엄마가 되고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싶다. 그리고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다. 보란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에게 너무 기대를 하게되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절대 충족시킬 수 없는) 아이를 보면 더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어 나의 자존감을 내 스스로 갉아먹을 때가 있다.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 아이는 이런 아이가 되면 좋겠어'라는 생각은 애정으로 포장된 망상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말한다 그런 육아의 '이상향'은 대부분 가장 골칫거리인 주술이고 이 주술은 대체로 자신의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경우가 많다고. 보통은 이것을 '애정'으로 포장하는 것이라고. 



머리가 좋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고,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고,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은 '자신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육아의 이상' 같은 것들이라고 한다. 내가 아이에게 주술을 걸고 있지만 이미 나 자신도 주술에 걸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아이'가 되기를 내 아이에게 바라면서 '그렇게 되지 못한 자신을 계속 지적하며 괴로움에 빠져있는 것이다. /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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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해' '똑똑히 해' '빨리 해'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 

'착한 아이' 그리고 '고분고분한 아이'



이런 말들 안에는 '너는 가능성 없는 애야'라는 주술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시간이 지나도 주술의 말은 사라지지 않고 머릿속에서 무한재생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술의 말이 뇌 안에서(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을 '두개골 내부에 어머니가 살고 있는 상태'라고 부른다. 



우리 머릿속 어머니는 우리가 육아를 하는 동안 수시로 등장해 나를 질책하곤 한다. 또한 내가 갖고 있는 육아의 기준도 어디까지나 '머릿속 어머니'이므로 '내가 지금 애를 키우는 모습이 엄마한테는 어떻게 보일까'하며 늘 마음에 걸려한다는 것이다. / 25-26쪽 참고


아무리 육아로 정신이 없어도 집안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돼! 

사람들이 보니까 집안일도 애를 키우는 것도 빈틈없이 해야해!


이런 식으로 머릿속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할지가 마음에 걸리면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 어릴적 엄마한테 들었던 '그건 안 돼', '너는 안 돼'라는 주술을 머릿속에서 전부 떼어내지 않으면 영원히 자신의 육아를 하지 못하고 괴로워만 할 것이라 말한다. / 28쪽 


머릿속 주술을 걷어내기 위한 마법의 말은


'(친정)엄마한테 미움을 받아도 좋아'

'(친정)엄마를 실망시켜도 좋아'

'(친정)엄마한테 불효를 해도 좋아'

'이 할망구야'



머릿속 어머니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 28-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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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각대로 되는 육아는 없다


엄하게 대하든 다정하게 대하든 화를 내든 응석을 받아주든 아이는 아이의 삶의 방식으로 성장해간다.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도 아이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란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아이가 '경향이 어떤가' 정도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키우면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 3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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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무리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아이를 키워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지라도 그것은 내 이상일 뿐이다. 이 책에서는 '주술'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머릿속 깊이 박혀있는 생각들이고, 나도 걸려있고, 나도 내 자식에게 걸고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자꾸 내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키우려고 하기 때문에 좌절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듯 아이는 절대 내 생각대로 자라지 않는데 말이다. 저자가 말하듯, '아이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기의 삶의 방식으로 자라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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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부류의 아이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멀티형 아이와 꽃밭형 아이다. 


나 자신, 그리고 우리 아이가 꽃밭형인가, 멀티형인가를 알아차리는 것 우선은 이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느 유형인가에 따라 '엄마의 대응'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그 대응의 핵심은 '엄마 자신과 같은 유형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령 멀티형 엄마는 꽃밭형 아이를 보면 속이 터진다. 빨리하라고 재촉한다. 그러다 잘하면 칭찬을 한다. '거봐, 하면 잘할 수 있잖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잘 했을 때만 칭찬을 받는다면 본래 느긋한 꽃밭형 아이는 칭찬을 받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되고 자기답지 않은 삶의 방식, 즉 주술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 엄마 스스로가 원래는 꽃밭형인데도 이 사실을 거부당해서 멀티형으로 노력하며 살아왔을수도 있다. 그런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꽃밭형인 줄도 모르고, 혹은 꽃밭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오히려 더 멀티형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아이가 기대만큼 잘하지 못하면 질책을 해서 자기도 모르게 열등감을 심어주고 만다. 바로 나의 (친정)엄마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꽃밭형 엄마도, 멀티형 엄마도 꽃밭형 아이를 신뢰하며 기다려주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 40-47쪽 참고




나 역시 어렸을 때는 꽃밭형아이였던 것 같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내 세계에 빠져서 누가 불러도 잘 몰랐던 때도 있다. 그리고 주변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 온실속 화초였었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며, 시련을 헤쳐가며 나도 모르게 '멀티형 여자'에 등극하고 말았다. 


그동안 수없이 나를 채찍질하며 멀티형 인간 될때까지 나를 몰고 깎아내고 또 참았던 것 같다. 꽃밭형인 나를 죽이기 위해 수없이 노력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모르게 내 안에는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꽃밭형인 우리 첫째 아이를 '멀티형 아이'로 바꾸기 위해 또 채찍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자유롭고 표현력도 풍부하고 감수성도 예민한 우리 첫째는 슬슬 엄마인 나의 눈치를 보며, 엄마의 칭찬에 만족하며 엄마의 말을 잘 듣고 눈치를 잘 보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된다. 


나도 모르게 내 아이의 머릿속에 '주술'이라는 것을 걸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에이 무슨 주술 씩이나..'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매일 내가 아이에게 이식하고 주입하고 있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해.' '엄마 말 잘 들어야해' '고분고분해야해'라는 말은 이미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떨때 보면 내가 아이를 혼낼때 아이는 엄마가 왜 자기를 혼내는지 모르는 것 같을 때가 많다. 엄마가 화가 난 이유를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슬슬 자기도 모르게 엄마의 기분과 눈치를 살피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하니 무섭고 미안하다. 



"꽃밭형 아이는 꽃밭에 기분 좋게 앉아 있는 아이' '엄마에게 천천히 행복해지는 법을 가르쳐 주려고 태어난 아이'이다. 그런데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멀티형 엄마가 계속해서 혼을 내면 그 자리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버린다. 상대의 눈치를 살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분위기를 살피는 것은 꽃밭형 아이가 가장 자기답지 않은 일이다. / 60-61쪽 


정말 나는 못 기다리는 사람이다. 빨리 내 아이가 멀티형이 되기를 바래왔던 사람이다. 나 자신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꽃밭형 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아이는 결국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자라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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