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마흔 - 세월을 받아들이는 어른의 자세에 관하여
파멜라 드러커맨 지음, 안진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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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There are no grown-ups". 우리말로 하면 "어른은 없다" 정도?

번역된 우리나라 제목은 "맙소사, 마흔".

 

마흔이라고 하면 엄청난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마음은 어른이 아닌채 세상이 말하는 '어른'이라는 나이에 도달하고만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

 

나는 미처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외부에서는 어른의 역할, 어른의 태도 그리고 생각, 그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는 시기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흔'에 이른 그 당혹스러움에 대해 솔직하고 위트있는 필체로 쓴 에세이입니다.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파멜라 드러커맨은 파리에 사는 미국인이며 기자 출신 작가입니다.

 

토종 미국인이 바라보는 프랑스 엄마들과 아이들을 바라보고 느낀 문화적 충격에 대해 솔직하고 재밌게 쓴 전작을 읽고 기대감이 너무 컸을까요

'프랑스 아이처럼'은 '육아 방식'에 대한 문화적 간극에 대해 설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아이의 훈육과 관련해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이 책은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프랑스인의 나이들어가는 법에 대해 쓴 것이 아닌

저자의 개인적인 나이듦에 대해 깨달은 점에 대해 솔직하게 쓴 에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저자의 개인적 생각과 느낌이 많이 반영된 에세이입니다.

하지만 저자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고 워낙 솔직한 면이 있어

재미있게 술술 읽혀내려갔습니다.

 

마흔을 맞이하는 당혹스러움에 관한 '공감'이 목적이라면

이 책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다소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가령, '중년의 성'에 대한 부분에서

저자는 성적인 매력과 자신감을 잃기 쉬운 중년에 한 번쯤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면서

남편의 마흔살 생일 선물로 '세명과의 잠자리'를 선물하는 것을 계획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는 부분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공감하기 어렵기도 심하게는 책을 덮어버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판단)

 

반면, 마흔, 즉 중년을 맞이하는 그 충격적인 느낌을 서술하는 부분은

저자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담겨있어 읽으면서도 공감이 되고 웃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개인적인 통찰 (기자로서, 미국인으로서, 그리고 프랑스에서 이민자로 사는 미국인으로서, 세 아이의 엄마로서)을 통해 깨달은

'어른의 자세'에 대한 부분은 젊었을 때는 알 수 없는, 나이를 먹어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인생에 대한 통찰이면서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들이 많아 공감되었습니다.

 

스무살 때 그렸던 마흔이 된 나의 모습은

매우 현명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었으며, 굉장히 안정적인데다가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 되어 있는 모습인데

 

마흔을 코 앞에 두고 돌아보게 되는 현실의 나는

스무살의 내가 그렸던 모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직도 두려움이 많고, 사소한 것에 떨리기도, 마음이 요동치기도 하는

여전히 불완전한 인간일 뿐입니다.

 

나이만 먹었을 뿐 그냥 스무살 때의 나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책의 원제를 "어른은 없다 (There are no grown-ups)"라고 지은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진정으로 어른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할 만큼 성숙한 어른은 없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마흔이나 먹었는데도 이것 밖에 안된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죽는 날까지 성숙하니까요.

 

저자는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드는 자연스러운 생각과 감정들에 대해 솔직하게 재밌게 써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술술 읽혔고, 저자의 독특한 시선에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을 이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

인생의 전환점에 이르렀다는 것

중년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들게하는 저자의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

마치 "뉴요커" 같은 잡지에 실린 '중년' 특집 기고글을 모아놓은 듯

기자의 필체로 '쌈빡'하게 쓰여진 글을 읽을 수 있어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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