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노마! 1
김미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글쎄…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렸을 때 매우 좋아했던 둘리, 따개비, 코망쇠 형제 같은 명랑만화 캐릭터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더니 그 빈 자리에 『드래곤 볼』의 손오공 같은 캐릭터가 자리를 잡았다. 만화 캐릭터들이 점점 정교해지고 화려해져서 그림만으로도 화려한 만화들이 계속 등장했다. 한때 그런 8등신의 멋있는 캐릭터들을 베끼는 데 열중했을 정도로 ‘업그레이드 된’ 만화 캐릭터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명랑 만화는 아동용 만화에서 밖에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때 우연히 보게 된 만화가 『야, 이노마!』였다. 겉 표지를 보고 역시 아동용이겠거니 하며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 마침내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말았다. ‘어째서 이런 만화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을까!!’ 『야, 이노마!』는 정말 명랑만화의 목적에 충실한 작품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시원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스토리가 잘 결합되어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이노마, 삐꾸 그리고 광년이는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밝고 명랑하지만 바보 같은 이노마와 튀어나온 배와 오다리에 컴플렉스를 가진 삐구, 이름만큼이나 엽기적인 광년이. 이 세 주인공은 자신의 개성을 시종일관 밀고 나간다. 노마와 삐꾸가 중학생이다 보니 반장 선거나 만우절, 숙제와 같은 학생시절 추억에 대한 에피소드가 이야기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일상적인 중학생들의 생활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존재가 바로 광년이다. 작가의 말마따나 여성스럽고 아주 살짝 미쳤지만 생김새는 정말 독특하다. 몸빼 겉에다 속치마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꽂은 광년이. 이 만화가 웃길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인 캐릭터의 개성이 정말 강한 존재이다. 광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단순히 엽기적일 뿐만 아니라 상황과 맞물려 통쾌함을 주고 있다. 만우절 노마가 학교에서 아무도 속이지 못하고 광년이라도 속일 양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경제가 어떻다느니 IMF가 어떻다느니 똑똑한 소리를 하면서 원래 자기는 안 미쳤다고 하며 도리어 노마를 속이는 광년이의 모습을 보라! 정말 웃기는 상황이 아닌가!!

좀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만화에는 웃음 속에서도 눈물이 들어있다. 그냥 웃고 넘기면 될 것 같은데도 광년이의 처지는 좀 안쓰럽다. 단지 좀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도망치거나 돌을 던지기도 한다. 그녀는 누구한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데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편에 광년이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는 모습도 안타깝게 한다. 또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장애인 소녀의 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 뒷부분에 수록돼 있는 단편 가운데서도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문둥이’로 취급하는 사회를 풍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이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웃음을 주긴 하지만 사회적 약자나 마이너리티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져 우리가 사는 사회를 한번쯤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야, 이노마!』는 명랑만화의 기본적 요소에 당대의 트렌드가 잘 맞물린 만화이다. 개성적인 캐릭터에 당시 유행하던 엽기 코드를 첨가한 광년이 같은 명랑만화 캐릭터가 인기를 끈 것이 그 같은 이유에서이다. 명랑만화는 일단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좋은 만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가 김미영은 일상 생활에 있을 법한 에피소드로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냈다. 게다가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는 다소 어둡게 비칠 수 있는 대상을 명랑만화 속에 부드럽게 접목시킨 것은 작가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 지 잘 보여준다. 따라서 『야, 이노마!』는 명랑만화의 부활을 알림과 동시에 새로운 명랑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걸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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