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왕실의 탄생 살림지식총서 86
김현수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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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고 있는 요즘에도 가만히 따져보면 아직도 왕국이 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의 왕실은 국가의 상징으로만 존재하지만 왕실 가족의 삶은 여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예전의 다이애나 비나 최근에 평민과 결혼한 왕자들의 뉴스가 왕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여러 왕실 중에서도 영국 왕실은 오늘날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비단 윈저공과 심프슨 부인의 로맨스나 다이애나 비의 비극적인 최후를 제외하더라도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된 왕실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유럽 왕실의 탄생'이지만 실상 '영국 왕실의 탄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정도로 영국 왕실의 정통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저자는 노르망디 공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1066년 영국 왕실의 탄생 시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잉글랜드에는 왕국이 있었다. 그것도 한때는 7개씩이나 말이다. 그리고 북쪽에는 섬의 원주민인 켈트족이 세운 스코틀랜드 왕국도 있었다. 그런데 왜 저자는 브리튼에 살던 켈트족이나 앵글로 색슨족도 아닌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 온 노르만족의 왕조를 정통 영국 왕실로 보고 있을까?

우선 저자는 왕실 성립의 3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통치조직의 중심이 되는 왕과 왕실, 두번째는 봉건제 그리고 마지막은 로마 카톨릭이다. 우선 유럽 대륙의 국가인 프랑스의 카페 왕조와 독일의 작센 왕조는 이 전제조건에 부합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이들 왕실과 다른점이 있었다. 전통에 따라 국왕은 위테나게모트라 불린 평의회에서 선출된 권력이 제한된 통치자였다. 따라서 대륙 출신인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함으로써 유럽 왕실의 정통성을 영국에 뿌리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노르만 왕조가 영국 정통 왕실의 시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영국 왕실의 정통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뿌리 깊은 영국 왕실의 기원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헤이스팅스 전투의 배경과 전개 과정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곳곳에 있는 삽화와 함께 읽는 맛을 더해주고 있다. 다만 95페이지 밖에 안되는 작은책에서 영국 왕실의 정통성의 기원에 대한 논의보다는 헤이스팅스 전투 자체에 너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또한 왕실 성립의 전제조건이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국 왕실의 탄생에 대해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전쟁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헤이스팅스 전투의 전개 과정을 묘사한 '바이외의 테피스트리'의 삽화가 전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 왕실로써의 영국 왕실의 근원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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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0-2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