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 37
도래미 글, 이우영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검정 고무신』은 내가 꽤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읽고 있는 거의 유일한 만화다. 어쩌면 한국 명랑만화의 계보를 이어간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한다. 처음 『검정 고무신』을 봤을 때는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다지 유심히 읽지 않았지만 그림이 바뀐 다음부터는 정말 재미있게 읽어나간 만화책이다.

초등학생 기영이를 중심으로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60~70년대의 시대상이나 유행, 학교 풍경, 생활상이 놀랍도록 잘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시대를 간접적이나마 볼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학창시절이 찍은 사진들을 통해서다. 검정색의 빳빳해 보이는 교복과 모자, 여학생의 단발머리 등 사진 속에서 본 풍경들이 고스란히 만화 속에 드러나 있다. 만화방에서 쿠폰 10장을 내고 텔레비전을 보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은 그렇게도 흔한 텔레비전이 그때는 매우 귀한 것이었구나를 느끼게 해 준 것도 이 만화를 통해서이다. 또 간접적이나마 그때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최근 상영되고 있는 '실미도'나 '말죽거리 잔혹사'와 같은 과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박정희 통치 시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기 떄문에 나는 그 때는 온통 암울하고 희망이 없는 시대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 만화를 보면서 그 때 사람들도 일상 생활에서도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고, 나름대로 행복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마음껏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나 놀이 시설도 없고 군것질할 만한 것도 마땅치 않아도 밝고 순수하고 행복해보이는 기영이와 가족들,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요즘같이 어수선하고 험악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때에 살아본 적도 없고 다시 오지도 않을 그 때가 괜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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