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2 - 위기로 치닫는 제국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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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2권은 카라칼라 황제로부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즉위 때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소위 '위기의 3세기'로 불리는 서기 211년부터 284년까지의 이 시기는 군대를 배경으로 황제의 지위에 오른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에 로마 역사상 '군인 황제 시대'로 불리기도 한다.

역사책을 읽다보면 한때 강력하고 번영했던 나라도 점차 쇠퇴하여 멸망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 나라가 쇠퇴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왜 쇠퇴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압도적으로 강한 외국의 침략을 받아 멸망한 나라들을 제외한다면 한 나라의 쇠퇴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로마인 이야기 12권의 주제는 바로 로마가 왜 쇠퇴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우선 책 18~19쪽에 나오는 도표는 제국의 융성기와 전성기에 해당되는 1,2세기 로마 황제들의 제위 기간과 3세기 로마 황제들의 그것을 보여준다. 이 두개의 도표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3세기 로마의 문제점 하나를 짐작할 수 있다. 1,2세기와 비교했을 때 서기 3세기에는 무려 22명에 이르는 황제들이 짧은 기간동안 제위에 있었고 게다가 제명에 죽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즉, 이 시기에 로마는 정국이 매우 불안정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정국이 불안정한 때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고, 심지어 내전도 여러 차례 발생했었다. 그러나 1,2세기와는 달리 3세기에는 로마가 내부 위기들을 오랫동안 끌고 갈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요인이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3세기의 위기는 로마인 본래의 사고나 방식으로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눈 앞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자신들의 본질까지 바꾸었기 때문에 심화된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저자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막연한 감도 없지 않다. 로마인 본래의 사고나 방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본질이 바뀌었다면 왜 바뀌었을까? 또 시대나 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본질을 바꾸거나 혹은 바꿀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런 문제는 접어두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3세기의 로마제국이 장기간의 위기에 빠진 것은 개별적으로 나타났다면 좀 더 수월하게 대처했을 수도 있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카라칼라 황제가 모든 속주민을 로마 시민으로 승격시킨 '안토니누스 칙령'이나 재정 압박으로 인한 화폐가치 절하와 같이 이전 상황으로 돌이킬 수 없는 문제들은 예외로 하고 말이다.

흔히 로마의 쇠퇴와 연관짓게 되는 게르만 족의 침입은 당시에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때에도 로마의 3개 군단이 전멸 당한 적이 있었을 정도로 게르만 족은 제국 초창기 때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저자가 언급한 게르만 족 내부의 세력 통합이 게르만 족의 침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위기의 3세기' 속에서도 로마군은 게르만 족과의 중요한 전투에서 여러차례 승리를 거두었다. 즉, 게르만 족의 침입이 격화되어 이탈리아까지 위험에 빠질 정도로 심각하긴 했지만 그들을 물리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쪽에서 비교적 얌전히 있던 파르티아 대신에 훨씬 공격적인 페르시아가 제국에 침입했기 때문에 문제는 복잡해질 수 밖에 없었다. 북쪽과 동쪽이 동시에 제국에 위협적이라면 대처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로마 역사에서 3세기는 이처럼 문제가 한꺼번에 나타났기 때문에 극복하기 힘든 위기가 되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 불황 속에서의 전쟁의 격화는 국방 위기와 함께 전비 증가로 인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이로 인한 시민 생활 수준의 악화는 전염병 발생과 인구 감소를 초래했다.(이것은 다시 경제와 국방의 문제를 야기시켰다) 게다가 정국불안에 내전, 기독교의 대두로 인한 사회 불안까지 더하면 유능한 지도자라도 손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한 장을 할애하여 서술한 기독교도 문제에 대한 분석은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본문 392쪽에 저자가 밝힌 것처럼 시오노 나나미는 종교를 인간과 사회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객관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종교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종교를 종교인의 입장에서만 보면 편견 때문에 오히려 그 본질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저자는 에드워드 기번과 에릭 도즈와 같은 후세의 로마사 권위자의 의견과 함께 당대의 로마인들과 기독교도가 남긴 기록을 통해 3세기에 기독교도가 대두한 원인을 상세히 분석하고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역사를 통해 한 나라가 쇠퇴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현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따라서 그토록 오랫동안 번영했던 로마가 점차 '쇠망'하는 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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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813 2004-04-19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글을 매우길게 쓰셨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