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하 혜원세계문학 63
보카치오 / 혜원출판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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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향은 현실이 고통스럽고 비참할 때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 이상향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온갖 환락과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 책의 배경인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피렌체는 흑사병이 돌아 도시 전체가 마치 인간과 시체들이 공존하고 있는 죽음의 도시로 변한다. 실제로 유럽 전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에 몰아 넣었던 흑사병을 피하기 위해 피렌체의 젊은 남녀 10명이 산속에 들어가 피신하게 되는데, 바로 거기가 이상향이었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 오는 숲 속에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10명의 젊은이들이 매일 주제에 따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즉 액자식 구성을 갖고 있는 이 데카메론에는 무려 100가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재치있는 사람들이나 사랑을 찾아 위험도 마다 않고 모험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곳곳에 나오는 에로틱한 이야기들도 좀처럼 책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읽다 보면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같은 책으로 느껴지겠지만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중요성이 있는 것이다. 바로 인간 본성의 자유로움! 즉, 인간 중심적인 사상이 그 시대에 꽃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에 억압적이었던 종교 중심의 중세시대는 사회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던 때라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본래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계속 억누르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보카치오가 살았던 시대 즉, 르네상스 시대에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중요성에 다시 눈뜨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가 아는 휴머니즘은 바로 이 시대를 지탱했던 사상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데카메론은 그저 다양한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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