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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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누스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콘스탄티노플(콘스탄티노폴리스)은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새로운 로마제국의 수도가 된 후로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웅장한 모습으로 당당히 제국의 수도로써 군림해 왔다. 콘스탄티노플은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로마제국 유일의 수도로서 기나긴 세월동안 비잔티움 제국의 번영과 쇠퇴의 과정을 지켜보았으며, 비잔티움 제국이 멸망한 이후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꾸어 오스만투르크의 수도가 되었다가 현재 터키의 한 도시로 남아 있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는 1453년 당시 오스만 투르크 군의 공격으로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는 과정을 현장에 있었던 여러 사람들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포위 공격을 당했으면서도 1204년 십자군의 공격으로 단 한번만 점령당했을 뿐 유럽 제일의 요새이자 도시로서 군림한 콘스탄티노플도 노쇠한 비잔티움 제국이 몰락함에 따라 점점 쇠퇴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 메메드 2세는 20세의 젊은이로 매우 야망적이고 강력한 군주로 오스만 투르크의 세력은 유럽을 압박하고 있었고, 유럽에서도 얼마 후면 나타나게 될 중앙집권적인 영토형 국가를 만들기 위한 준비단계에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제국이었던 지난 추억만 간직하고 있을 뿐 이제는 콘스탄티노플과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약간의 영토만 갖고 근근히 생존해 있는 비잔티움 제국은 오스만 투르크의 대군과 맞서게 된다.

총병력 16만에 강력한 포병대까지 갖추고 있는 메메드 2세의 공격에 대해 비잔티움의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 적에 맞선다. 드디어 포위공격이 시작되고 처절한 전투가 벌어진다. 작가의 시선은 이때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시오노 나나미는 콘스탄티노플 내부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다양한 사람들과 메메드 2세의 시종 투르순과 투르크군에 속해 있는 어느 세르비아 기사를 통해 전투 광경과 양측의 내부 상황을 묘사한다. 점잖고 신사적인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보기에는 허약해 보이지만 굳건한 의지를 갖고 적에 맞서고 있으며 그 밑에 신하들은 어떻게든 서유럽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고, 방어에 나선 베네치아인들의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투르크 측도 역시 투르순의 눈을 통해 냉정하고 대범한 메메드 2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몇 개월 간의 포위 끝에 드디어 콘스탄티노플은 투르크 군의 손에 떨어지고 만다. 성안으로 몰려오는 투르크 군의 모습에 놀라고 두려워 어쩔 줄 모르는 시민들과 배를 타고 도망가기 위해 항구로 몰려드는 사람들. 비잔티움 제국의 마지막 모습은 이렇게 처절했다. 하지만 정말 인상깊은 것은 이제 비잔티움의 마지막 황제가 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모습이다. 그는 쇄도하는 투르크 군을 향해 검을 빼들고 달려갔다. 그 뒤 황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너지는 제국과 운명을 함께 한 것이었다. 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비잔티움의 마지막 나날들. 그 웅장하고 처절한 모습은 당시의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록되어 있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을 통해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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