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인 스파르타인 살림지식총서 173
윤진 지음 / 살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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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오늘날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라이벌 도시로 여겨지고 있다. 아테네는 그리스 문명의 전성기인 기원전 5세기부터 4세기 후반까지 그리스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이 도시는 그리스 전역에서 온 재능있는 예술가와 학자들로 붐볐다. 경제적으로도 번영을 누리고 있었으며 시민들의 지적수준도 높았기 때문에 문학,건축,예술, 철학 등 다방면에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이상적인 도시인 아테네는 과연 그리스의 학교라고 불리기에 손색없는 도시였다. 한편 고대 그리스인들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도시국가인 스파르타에 대해서도 하나의 기준이자 모범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뛰어나고 소박한 생활방식을 영위했던 스파르타인들은 다른 그리스인들의 눈에 이상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던 두 도시의 역사를 비교해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여러 분야에서 이렇게까지 딱 맞춘듯 대조되는 나라는 동서양을 통틀어 흔히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 후반부에는 이 두 라이벌 도시의 주요 인물들도 비교하고 있는데 이들의 일생도 마치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듯한 삶을 살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두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솔론과 뤼쿠르고스의 비교는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둘은 각각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지도자로서 민주정과 과두정(형식적으로는 군주정이었지만) 체제의 토대를 쌓았는데 그 과정에서 법과 제도의 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원전 8~6세기 인구증가에 따른 사회불안이 그리스 전역에 만연했는데 위기와 발전이 공존하고 있던 이 시기에 두 지도자의 합리적이고 정교한 개혁 덕분에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다른 도시보다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먼 과거의 일이지만 오늘날을 사는 우리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교육은 두도시가 추구하고 있는 이념을 반영하고 그에 걸맞는 인간을 기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테네는 민주정치가 발달된 나라로 공적인 자리에서 행해지는 연설과 글에서의 수사법은 출세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필수적인 수사법이었다. 이 책에는 아테네의 대정치가이자 명연설가였던 페리클레스에 대한 일화가 있다. 페리클레스 시대에 만들어졌던 희곡작품에선 그에 대해 혀 끝으로 무서운 천둥을 일으킨다고 표현되어있으며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묘사도 있다. 레슬링경기에서 그(페리클레스)를 넘어뜨려도 그는 넘어진 일이 없다고 증명하여, 구경꾼들로 하여금 자기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결국 그의 말을 믿게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묘사는 페리클레스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지만 수사학자들이 난립했던 아테네의 상황에 대한 풍자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반면 스파르타의 교육은 ''스파르타식 교육''이라는 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데 아테네의 교육이 유려한 연설실력을 갖추는 수사학이 중시되었다면 스파르타의 교육은 오직 시민을 뛰어난 전사로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는 스파르타의 사회 구성때문에 소수의 지배층인 스파르타 시민이 다수의 피지배층인 헤일로타이를 통제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때문에 다른 도시국가들과 달리 철저히 공교육이 이루어졌다. 훈련과정은 오늘날의 군대처럼 육체적 훈련과 함께 국가에 대한 복종심과 충성심을 주입시켰다. 7세부터 30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민들이 병영에서 함께 식사하고 잠을 자면서 지내야 했으니 동시대의 그리스인들 눈에도 특이하게 보였을 것이다.

비록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인해 결국 나머지 도시국가들과 함께 두도시도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아테네와 스파르타인들이 자신들의 도시에 대해 가졌던 자부심은 대단했다.

<우리의 정체는 이웃의 관례를 따르지 않고,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들의 규범이 되고 있습니다. 그 명칭도, 정치 책임이 소수자에 있지 않고 다수자 사이에 골고루 나뉘어 있기 때문에 민주정치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대, 지나가는 이여. 가서 라케다이몬 사람들에게 우리가 조국의 명령에 복종하여 여기 누워있노라고 전해주오>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추도연설의 일부인 윗글과 페르시아 전쟁당시 테르모필레에서 끝까지 페르시아군을 막다 전멸한 스파르타인을 위해 세워진 비석에 새겨진 아랫글은 두도시의 성격과 함께 그들의 자부심이 잘 나타나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 어떤 정체를 택해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우리사회에 정치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대한 다소 냉소적인 시각이 만연해있는데 그보다는 애정어린 비판과 반성 그리고 자부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하고 책을 덮으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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