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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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봤다. 내가 봤다. 핏자국을. 그녀를. 얼굴도 기억이 난다. 내 옆방에 있던 그녀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 담당자에게 신고를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다. 둘이서 옆방으로 가 본다. 누가 있었다는 흔적은 커녕 깨끗한 빈 방이다. 물론 내가 아까 보았던 그 자국은 인제 있었냐든 듯이 사라졌다. 원래 그 방은 사람이 없었단다. 오기로 되어 있었던 사람이 안 왔다는 소리다. 그럼 내가 본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대체.

이 배에는 살인자가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뿐이다.

147p

작가의 전작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마구잡이로 저질러지는 연속적인 살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 튀기는 사건 현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글맛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을 말이다.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호화 크루즈라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작은 크기의 크루즈다. 그곳을 취재하기 위해서 로는 승선을 했다. 사실 로의 상태는 그닥 좋지 못하다. 여기 오기 전 집에서 강도를 만난 것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내 집 내 방 문 밖에 낯선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면 그 공포스러움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도 승진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를 일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배는 출발을 했다.

나는 결백하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때의 절박함이란 어떤 느낌일까. 내가 분명 보았는데도 나 말고는 그 어떤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건 진짜 내가 본 게 맞는 것인지 나를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시작된 그녀 찾기 여행을 로는 내내 하고 다닌다. 실제로 자신이 찾아낸 증거들이 자꾸 사라지는 걸 보면 약간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누군가 자신이 그녀를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

배에서의 일과는 별도로 중간중간 로의 남자친구인 주다가 보낸 이메일이 첨부되어 있다.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한 자료들은 점점 심각성을 띄면서 로의 실종을 알리는 기사까지 나오게 된다. 시간상으로는 로가 배에 있었던 것보다 약 일주일 정도 후의 일이다. 대체 그 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현재의 일이 이러하다면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임에 분명한데 사라진 여자를 찾던 로가 사라졌다는 것은 누군가 원래의 사건을 숨기기 위해서 로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서 진행되는 로의 이야기와 현재에서 언급되는 각종 자료들의 내용이 매치가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합리적인 의심은 그 사이에 벌어진 범죄일 지도 모르는 사건에 대해서 상상하게 만든다.

심리스릴러의 가장 장점은 일어나는 사건에 더해서 벌어지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있었을지 모를 일들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머리 속에서 하는 상상과 눈으로 읽는 텍스터가 결합이 되면서 긴장감을 형성하며 그 긴장감이 극대화될 때 비로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그 점을 가장 명확하게 잘 알고 포인트를 적절하게 배치했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 3월에 작가의 신작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역시나 대단하다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 또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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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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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와 궁금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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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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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제목이었다. 사람이라면 다 죽는 것은 동일하다. 무슨 철학적인 느낌마저도 내포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니면 자포자기한 그런 느낌도 든다. 어차피라는 부사가 그런 느낌을 아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명확하다. 하루살이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더 큰 관심이 갔다.

온라인에서 모임을 가지던 그들은 오프 라인에서도 가끔씩 모임을 가졌다. 이번에는 이박삼일의 일정이다. 별장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그들의 모임에 탐정인 나나쿠마와 조수 야쿠인이 초대되었다. 이야기는 그렇게 나나쿠마와 야쿠인을 그곳으로 향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뒷표지의 줄거리에 따르면 별장에서의 둘째날 홀에 걸려 있는 그림이 훼손을 당하고 회원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고 되어 있다. 이 이야기를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이 별장에 모인 사람은 한정적이고 누군가가 죽었다면 그것은 살인사건인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여기 보인 사람들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고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언제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건이 아니라 병사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조건을 위해서 작가는 시한부라는 것을 설정해 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 속에는 몇 가지 트릭이 존재한다. 그 중에 하나는 서술 트릭이다. 나 또한 그 트릭에 속아 넘어갔다. 사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서술 트릭에 잘 속는 편이다. 그것은 내가 아주 강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래야 돼라는 고정 관념이 자리 잡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억 상으로 어떤 이야기 속에서도 서술 트릭을 잘 간파했던 적이 없었고 당할 때마다 앗 하면서 놀라곤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그런 트릭 뿐 아니라 게이고의 소설 속에서 보이던 기법도 존재한다. 그 정도까지는 파악해 낼 줄 알았는데 다음 사건이 저질러지고 나서야 앞서의 사건을 의심했다. 한발 늦긴 했어도 완전히 속아 넘어가진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왜 그런 일을 해야만 했는지 말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이자 문고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그래서인지 나처럼 장르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면 하우더닛이나 와이더닛처럼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을 왜 이리 자세히 설명을 해 놓았을까 하는 약간의 의문점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런 모든 점은 데뷔작이라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놓았다고 넘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자 이체 첫발은 내디뎠다.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미스터리 #탐정 #일본미스터리 #어차피곧죽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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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영어 필기체 필사 - 영어 필기체로 만나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다온북스 편집부 엮음, 윤영 옮김 / 다온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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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때 과목별로 다른 노트들을 선물받은 적이 있다. 한자노트는 깍두기 노트였고 영어노트는 사선 노트였고 음악 노트는 오선 노트였다. 열 몇권 쯤 되는 노트들을 선물받으면서 들떴던 마음이 새록새록 기억났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느낌을 모를테지. 그 노트에 영어 필기체를 연습했더랬다. 소문자 대문자 열심히 썼었는데. 물론 시험과는 상관없었지만 재미있었다.

얼마전 빨간 머리앤 필사책을 다 끝냈었다. 요즘은 고전을 서머리 해 놓은 것을 필기체로 필사 중이다. 오랜만에 쓰는 영어 필기체는 쓰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었고 즐거웠다. 소문자는 어느 정도 다 쓰겠는데 대문자는 자주 쓰이지 않는 알파벳은 어떻게 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몇번 찾아봤다. 대문자 j와 z같은 애들이다. 찾아보면 둘다 비슷하게 생겼다. 이 책을 처음 보고 가장 좋아라 했던 것은 앞에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책들도 좋았지만 따로 알려주는 것이 없어서 매번 검색을 해야만 했었는데 이 책은 친절하게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 거기다 이어서 쓰는 법가지 알려주고 있으며 각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다섯 개씩 알려주고 있어서 따라 쓰는 연습도 되고 단어를 공부할 기회도 생긴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스스로 하지 않은 한 공부할 기회가 줄어든다. 그런 것을 다시 깨우쳐 주는 그런 책이다.

필기체에 낯선 사람들을 격려라도 하듯이 실선이 그어져 있어서 그냥 바로 따라 쓰면 된다. 그렇게 한번 따라 쓰기로 익히고 밑에는 자신만의 필체로 다시 써보도록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제일 뒤에 있는 어린 왕자를 필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네개의 선을 그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한번의 따라 쓰기를 통해서 글자의 패턴을 익히고 밑에는 자신이 직접 써보도록 하고 있어서 필사책 들 중에서 가장 많이 반복해서 쓰게 편집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제일 마지막 챕터에는 어린 왕자를 20일로 나누어 편집해 두었다. 영어와 한글 모두 실어두어서 읽는 사람이 불편함이 없도록 해 두었고 적절한 분량으로 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어린 왕자 이야기 자체가 필사에 좋은 책이라서 이 책으로 맛을 본 후 좋았다고 생각되면 원서로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해도 좋을 것이다. 혼자서 공부하기에 아주 적당한 교재인 이 필사책은 쓰는 재미를 확실히 불러 일으켜준다. 더불어 나이가 들어가는 뇌에도 확실한 영양을 공급해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썼던 빨간머리 앤 필사책을 만든 그 출판사였다. 이 출산에서 나오는 필사책을 계속 사 모으고 싶다. 영어로 된 책들을 많으니 고전 시리즈도 나와도 좋을 것이다. 나같은 니즈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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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ure - 지우지 않은 사람들
백인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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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약에 지난 2년 동안의 기억을 지우게 되면 나는 엄마가 천국으로 이사를 한 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내 기억 속에서 엄마는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일까. 현재 부재 중인 엄마의 상황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엄마에 대한 기억을 다 지운다면 내 방 한 면을 다 차지하고 있는 가족 사진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은 다 알겠는데 엄마는 누구일까를 고민해야 하는 걸까. 소설이라는 것이 꼭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원래 그런 조건 때문이 이 책이 궁금했던 거였지만.

가제본인가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표지다. 사진이고 그림이고를 떠나서 그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색도 없다. 마구 하얗지도 않고 그렇다고 누렇지도 않은 미색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기억을 지운다면 이런 색의 공간이 뇌 속에 생겨버리는 걸까. 이야기 속에서는 스물 다섯 살이 되면 자신의 기억을 지울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법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섬짓하다. 거기다 영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칩을 심는다니. 그걸로 기억을 조종할 수 있다는 그런 조건을 믿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마구 허무한 것만은 아니기에 혹시라는 생각을 품게 되기도 한다.

이야기는 2045년 기억의 삭제와 정제가 제도화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억을 관리하는 Re:MEM의 창립멤버인 소연이 그 중심에 있다. 그녀는 기억 재활 간호사인 딸과 정신과 의사인 남편이 있다. 그리고 그녀의 선배이자 대표인 준혁과 지금은 국가기억윤리위원장인 유헌이 있다. 소연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고 괸리하는 내용이 전부일까 생각했는데 개인적인 그런 에피소드들 뿐만 아니라 기억을 사고파는 문제등 윤리적인 접근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며 더불어 생각지 못했던 사랑 이야기까지 그 밑바탕에 슬며시 깔아 두었다. 재미적인 요소를 생각했음일까.

일단 기억이라는 소재가 막 새롭거나 신선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바로 얼마전에도 그런 소재로 이야기를 쓴 책을 읽었고 그 책은 이미 오래 전에 나온 책이다. 어떻게 접근하는가가 이 진부한 소재를 잘 다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일텐데 과학적인 접근에 픽션을 더해서 적절하게 사용되었다는 생각이다. 오래되었다면 안 쓸 법도 한데 이런 소재들을 가진 이야기들이 아직도 계속 나온다는 것은 이 기억이라는 것에 대한 것이 아직도 풀어야 할 것이 많은 영역이고 그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는 소리다. 나 또한 그러했으니까. 정기적으로 기억을 지워야 하는 기억 삭제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힘들더라도 나에게 생긴 일이니 그 모든 것을 감당하면서 모든 기억을 가진 기억 보존자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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