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서 온 남자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임슬립물을 처음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우와 하면서 이런 설정은 정말 획기적이다 라는 놀라움을 가졌더랬다. 이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픽션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되는 그런 설정이었다. 누구라도 사람들은 한가지 길밖에 선택할 수 없고 다른 길에 대한 호기심은 가지기 마련이며 때로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면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선택을 다시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이야기 속에서는 짧은 기간이나 먼 기간 상관없이 작가의 마음대로 등장인물들은 시간 여행을 한다.

시간여행을 하는 설정은 정말 다양하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공통점은 가지기 마련인데 그것은 어떤 물건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가만히 현실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뿅 하고 사라질 일은 잘 없지 않은가? 아무리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시간여행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서사가 있어야지 아무런 맥락없이 그냥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타임머신 같은 그런 기계가 만들어졌겠지.

이제는 어느 정도 식상해버린 설정일지라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같은 연필이라 하더라도 아이가 그린 그림과 전문가가 그린 그림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전건우라는 작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타임슬립이라는 고리타분한 설정을 아주 적절하게 잘 써먹었다. 그의 선택은 먼 과거가 아닌 바로 어제라는 시점이었다. 거기에 시한부 인생이라는 부수적인 설정까지 더하고 조폭과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첨가제를 약간 더 첨가해서 사람들이 외면할 수 없는 아주 시간을 순삭해버리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그것은 반칙일 수도 있다.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앞뒤로 다 두루루 박았기에 다들 자신이 괜찮은지 보고 나와보는 그런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진혁의 앞차는 상황이 달랐다. 그는 내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아예 차를 빼서 도망가려는 액션을 취했다. 음주인가 약물인가 의심해보려는 찰나 운전석이 열리더니 누군가 튀어나와 도망을 간다. 그를 쫓아가는 진혁. 그가 그런 행동을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는 앞차의 열린 트링크를 보았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의 앞표지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이상한 운전자를 쫓던 진혁은 그를 따라 한 장소를 통과한 후 달라진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시한부에 조폭에 지고지순한 사랑에 아주 그냥 언젠가 본듯한 90년대적 설정이란 설정은 다 때려 넣었다 싶으면서도 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살아있어서 이것이 전건우식 타임슬립인가 하는 기대를 가져보게 된다. 솔직히 이야기가 재미나면 혹시 속편이 나오려나 하면서 기대하게 된다.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진혁을 도와주는 유 팀장. 그녀의 존재가 이번 책에서는 많이 부각되지 않았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봐도 좋을까. 참고로 전건우 작가의 [살롱 드 홈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이제 드디어 방송을 한다. 특별출연도 많고 개성 뚜렷한 사인방의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원작소설이 조금은 더 팔렸으면 하고 기대를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정확히 집어주는 문제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정보라 작가의 책을 도서관에서 몇번이고 지나쳤다. 그 앞에서 몇번이고 망설였다. 읽을까말까를 굉장히 고민했다. 아마도 수상작이라는 것때문에 오히려 더 망설이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니었다면 오히려 더 먼저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애매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꿈인듯 현실인듯 경계가 나누지 않는 그러한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꿈속인듯 아련하게 보이는 표지가 나를 한걸음 밀어내긴 했지만 그래도 그 뒤로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또 한 걸음 나를 끌어당기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이걸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건 이것이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것이었다.

'알'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여자가 시체에 물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시체가 존재하고 그녀는 거기에 물은 준다. 그리고 시체는 자란다. 혼자 가만히 생각해본다. 시체가 오래되어서 거기에서 곰팡이 같은 것이 자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인가 하고 말이다. 작고 하얀 버섯 같은 것이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게 혼자서 상상을 하고 있을 무렵 '병원 가는 날'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무정형이라는 존재가 등장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나타난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다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격인 이 존재만 해도 이름이 무정형이다. 성이 무 씨이고 이름이 정형인지 성이 무정이고 이름이 형인지 그건 알 수 없다. 이 존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하는 것도 모르겠다. 단지 이 존재는 그 자체로 존재하고 아이들의 집에서 한번씩 일을 한다. 그리고 집을 돌아다니면서 이 집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지에 대해서 검사를 하는 일을 한다.

그나마 이 이름은 양호한 편이다. 무정형의 친구는 정사각형이고 자식은 가루다. 물론 삼각형도 존재하고 표나 관 같은 한자어의 이름도 등장을 한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낯설었다. 영어 이름이던 일본어 이름이던 딱 정해진 이름이 있어야지 어떻게 이런 이름을 사용할 수가 있지 하면서 의구심도 들었다. 내게 있어 이 작가의 책이 처음이라 더 그랬을 수도 있겠다. 다른 책을 읽어보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어떠한지를 본다면 이 책의 이름들이 더 잘 이해될 지도 모르겠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은 결국 살인사건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 아이가 바로 색종이다. 색종이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이 아이들의 집이다 보니 이곳의 양육교사들도 그 사건으로 인해서 충격을 받는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입양인 표와 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가족이 있었음에도 해외로 입양이 된 케이스였다. 무슨 이유로 그들은 자신의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게 된 것일까.

작가의 말에서도 보여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명한 아이 수출국이다. 인구수가 줄고 있는데 왜 아이들은 외국으로 나가는 것일까. 왜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저 아이들을 키우지 못하고 밖으로 보내는 것일까. 이 책처럼 아이들의 집이라는 곳이 만들어지고 정부와 온 나라와 정책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면 그런 해외입양은 조금은 줄어들게 될까. 모를 일이다. 작가는 그런 것이 의문을 품고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한국의 아이들은 어디서 자라고 있는 것일까.


#장편소설 #미스터리 #스릴러 #평행우주 #아이들의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 따라 쓰는 빨간 머리 앤 - 따뜻한 영어 필사 힐링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최근 한강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알았다. 사람들이 왜 필사라는 걸 하는지 말이다. 그냥 한번 읽고 지나가는 독서와는 다르게 필사는 내가 손에 필기구를 들고 한 글자씩 적어야 하고 그 기록이 남는다. 더 오래도록 기억하는 법이다. 그래서 이 책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주어진 삶은 비록 비참했을지 몰라도 처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밝고 명랑하고 굳세게 살아가려고 했던 앤의 이야기가 담긴 필사책이다.

오디오북으로 듣고 듣고 또 들어서 그 성우의 목소리를 따라할 정도로 열심히 들었던 이야기다. 그래도 글자로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다. 도서관에 꽂힌 열 권의 앤 시리즈를 보고 사진을 찍어 두었다. 언젠가는 저 열권을 모두 읽으리하면서 눈독만 들여두었다. 읽을 책이 없거나 너무 마음이 울적해 저 바닥까지 치닫는 날이 오면 그때가 바로 앤을 읽을 날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특징은 필사 책인것도 있지만 영어 필사라는 것이다. 번역서를 읽는 것과는 다른 매력을 주는 것이 바로 원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원서 그대로 일을 수 있는 한국 사람은 행복한 것과 동일하다. 원서라고 생각하면 막연히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앤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더구나 이 책은 앤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부분만 딱 50개로 추려 놓아서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원서 읽기에 도전해봐도 좋겠다.

오래 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영어 필기체를 배웠던 기억이 났다. 요즘은 아예 그런 것이 없는 듯 하지만 오래전 귀국하고 난 후 나를 가르쳤던 선생의 편지를 받았을 때 그의 괴팍한 아니 괴발개발인 글씨체를 보면서 수업 시간에 내 노트에 적어준 건 정말 잘 써준 것이구나를 인정해야 했다. 그런 느낌으로 필기체로 문장을 써본다. 너무 오랜만에 써서 그런가 u,v,w의 끝선 처리가 미흡한 것이 눈에 보이고 r의 연결점도 이상한 듯이 보여 다 쓰고 난 후 틀린 부분만 다시 한번 적어본다. 재미있다. 상당히 진한 젤펜으로 썼는데도 뒤에 비침이 조금도 없어서 필사에 적합한 종이를 썼음을 알게 된다.

딱 오십 개의 장면을 통해서 앤을 다시 읽어볼 참이다. 언제 써도 좋지만 왠지 비 오는 날 펜을 들고 이 책을 펴고 싶어진다. 토독토독 소리를 들으며 앤 역할을 했던 성우의 활기찼던 목소리를 연상하며 적어본다면 더 신이 날 듯 하다. 올 장마는 길다는데 장마가 끝났을 때쯤엔 이 책의 오십 번째 이야기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만과 편견 소담 클래식 3
제인 오스틴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직하자마자 다다다 쏘아대는 대화들은 제인 오스틴 문학의 특징이던가. 한 편의 연극의 시작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베넷 씨와 베넷 부인이 동네에 새로 이사온 사람 이야기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똑같나 보다. 자기네들끼리 그 사람이 어떻니 저떻니 하는 거 말이다. 하기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베넷 부인은 딸이 자그마치 다섯이나 되고 큰 딸은 그때 당시로 말하자면 결혼정년기니 만큼 빨리 짝을 지워서 보내야 한다는 무슨 투철한 사명의식이라고 가진 것 같다. 더구나 새로 이사온 사람이 재산이 상당한 청년이라면 더욱더 눈에 불을 켜고 혹시나 우리 딸들 중 하나가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엄마의 임무던가. 그렇게 베넷 가문과 빙리 씨의 첫만남이 이루어진다.

사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만남이 어떠했는지 너무나도 많은 다른 작품이나 영화 속에서 접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작품을 안다고 생각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면을 주는 걸 보니 필시 이 작품을 읽은 것이 아닌 여러 동영상 들에서 이야기의 줄거리만 파악하고 있었나보다. 그들의 첫인상은 썩 좋지 못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원제목이 '첫인상'이었나보다. 이후에 차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가 서로의 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얼굴도 보지 않고 중매로 결혼을 많이 하곤 했었다. 조선시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에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이야기 속에서도 결혼에 관한 굉장히 빠른 결정이 이루어진다. 특히 베넷 씨네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재산이 콜린스에게 넘어가고 그는 그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이 다섯 딸 중 하나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참 결혼도 쉽게 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결혼을 해서 잘 살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의 계획은 또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버리지만 말이다.

첫만남이 괜찮다고 여겼던 빙리 씨와 제인 의 관계도 후딱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들의 관계를 방해하는 인물들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다면 어떤 방해가 있다 하더라도 나중에라도 만나게 되는 것이 인연일까. 그렇다면 그들의 관계는 인연일까. 여기저기서 뚝딱 등장을 했던 인물들이 베넷 씨의 딸들과 이리저리 맞춰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들의 뒤에는 물론 방해를 하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일일 드라마를 보듯이 말이다. 면전에 대고 돈봉투를 내밀지 않는 게 다른 점이랄까.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사라니.

고전인만큼 지금과 다른 면도 눈에 보인다. 가령 여자가 정조를 잃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관념이다. 설마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을테지만 그때는 서양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순결이라던가 하는 집착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본문 속에서 남자들은 ~씨라고 표현하며 여자들은 이름으로만 표현되는 것도 조금은 눈에 거슬렸는데 아마도 원작에서 미스터라는 인칭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만 하더라도 작가의 생각이나 그때 당시의 사상에 대해서 엿볼 수가 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답게 이 책에는 오만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많이 나온다. 특히 다아시의 성격을 설명할 때 반복해서 쓰이기도 하는데 영어로 프라이드라는 단어로 번역되는 오만. 사실 프라이드는 자존심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굳이 오만이라는 뜻으로 번역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그의 캐릭터를 설명할 때 딱 맞는 표현이 오만이기도 때문에 아마 자존심으로 번역했다면 전혀 다른 느낌의 다아시가 나왔을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왜 그리도 다아시를 오만하게 본 것일까. 청혼을 거절하며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따박따박 대꾸하는 문장을 읽을 때면 너무 서슬이 퍼런 것 같아 그러지 말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후회하는 리즈. 말은 한번 뱉으면 끝이니까 언제든지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랄까. 그녀 또한 다아시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모두가 다 해피했어요 라고 끝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어디서 언결이 될지 모르기에 다른 것을 기대하게 만들며 더욱 재미나게 빠져드는 로맨스 소설의 정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