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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산 이야기 ㅣ 이판사판
아사다 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9월
평점 :
편집자 후기는 영화 파이란의 대사로 시작하고 있다. 영화를 보았기에 그 대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파이란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영화다. 러브레터라고 하면 이와이 슌지의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키데스만 기억하고 있는데 동명의 소설이 또 있나보다. 하기야 러브레터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어디 한 둘일까. 편집자는 작가의 책을 처음 보고 반해서 이 작가의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전부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어느 정도 팬심도 섞여 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원래 이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다 하나의 책에 있던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 발표된 미타케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연결점이 있다기 보다는 몇몇 이야기에서는 반복해서 나오는 장면들도 있다. 가령 이모가 아이들을 불러놓고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장면들이다. 이모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이야기들은 너무 무서워서 잠을 못 잘 정도이거나 또는 오줌을 찔끔 쌀 정도로 아이들의 영혼을 흔들어 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는 아이들도 있고 그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끝까지 참는 나 같은 아이도 있다.
영산이라 불리는 미타케산 그곳에는 대대로 이어지는 신관이 존재하고 작가는 실제로 그 가문의 후손이다. 그런 그가 어려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이라 하면 딱 맞으려나. 자전적 괴담집이지만 미리 말한 대로 그렇게 막 소름끼치게 무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 그 지역과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습관들을 엿볼 수 있게된다.
동반자살을 꿈꾸던 한 남자와 여자. 유곽 출신이던 여자는 인정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붉은 끈으로 서로를 엮고 이 곳을 찾아왔다. 신관의 설득으로 죽을 생각은 버린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선택한 대로 행했다. 하지만 이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은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여우 귀신이 쓰인 아가씨라던가 영산을 찾은 수행자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읽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특히 전반적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혼을 하고 돌아온 이모의 존재는 강력하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실제 이야기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지어낸 것이 뻔함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면 또 다르개 느껴진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이 그 긴장감을 배가 시켜준다. 짧은 이야기들이 여러편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하나씩 자기 전에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모가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