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왕의 방패 - 제16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1
이마무라 쇼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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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어무 궁금한 거지. 대체 새왕이 뭐냐고. 방패는 알겠다고. 근데 새로운 왕도 아니고 새의 왕도 아니고 새왕이 뭐냐고. 그건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딱 책을 들어서 뒤로 돌리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어떤 공격도 막아내는 성을 쌓으려는 새왕

어떤 방어도 깨뜨리는 총을 만들려는 포선.

아하.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 한자어였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쓰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 그러니 당연히 모를 수 밖에. 이 책은 역사소설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짧게 말하면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전쟁이 일어나고 그것을 막는지 깨뜨리는지에 대한 대결이다. 그런 이야기를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7백 페이지가 넘도록 이야기를 해대냐고 하면 또 할말이 없지만 이 책은 무려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일본의 수상작들은 거의 믿고 보는 경향이 있는 나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숙명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어야만 했다.

이 책은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시리즈다. 나는 이 북스피어라는 출판사의 사장님(인지 직원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발상을 해내는 사람들)을 참으로 존경하는데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샘솟는 건지 사람들을 홀릴만한 시리즈를 잘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내가 알고 있는 시리즈만 벌써 여러가지다 존재한다. '복간할 결심'이라는 시리즈를 본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또 시리즈라니 거기다 시대물이라니. 이미 미야베 미유키 여사를 통해서 시대물의 재미를 알아버린 나는 이 시대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와무라 쇼고라는 작가는 낯설다. 거기다 전직이 댄스강사란다. 그러니 당연히 모륽 수 밖에. 거기다 세 곳의 서점을 운영한다. 서점이 잘 되려나. 세 곳이나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건가. 거기다 하나는 도쿄에 있다지 않은가. 여기도 월세가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말이다. 한국에는 아마도 이 책이 작가의 첫 책으로 소개되는 것 같다.

피난길에 가족을 모두 잃은 교스케. 그는 겐사이에게 도움을 받고 도비타야에서 그의 후계자가 된다. 돌의 눈을 읽을 줄 아는 교스케이기에 당연한 행보일지도 모르겠다. 쌓기조에서 일을 하던 그는 떼기조에서 훈련을 받고 운반조까지 거치게 된다. 재벌 후계자가 자신의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서 가장 아래 단계부터 견습을 하는 그런 모양새랄까. 자신이 직접 성을 쌓는 일을 맡아 훌륭히 해내기도 한다. 중반부까지는 그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꾸준히 전개가 된다. 본격적인 대결은 그 이후다.

철포를 만드는 구니토모. 뛰어난 철포를 만드는 그는 포선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고 있다. 그의 제자인 겐쿠로는 교스케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해야만 하는 운명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저 단순히 평행선으로만 흘러갈 것 같은 그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될 것 같은 그들이었지만 전쟁이라는 환경 앞에서 그들을 필할 수 없는 격돌을 한다. 교스케가 막는 그 성은 겐쿠로가 쏘아대는 대통 앞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그러고보니 아무 생각없이 다녔지만 일본에 있는 성들은 성벽으로 둘러 쌓인 것이 생각이 났다. 저들에게도 이것은 역사적으로 귀중한 유물이겠지. 옛날에 기계가 발달했을 리 없고 하나하나 석공이 손으로 쌓은 것일게다. 그때 당시에 교스케 같이 돌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이건 저기 저건 여기 이러면서 지시를 했을까. 그렇게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였을까.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 성벽은 성을 지키는 역할을 했을까. 일본의 시대물은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듯 하다.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리가 없어라는 말은 틀렸다. 시대물은 너무 재미난 것이다. 다음 시대물은 어떤 것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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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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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니루 오리토카 키니쿠노 메론토카

아마도 원서 제목을 그대로 읽으면 이런 발음이지 않을까. 일본어 번역서를 볼 때면 영어로 표기된 걸 따라서 읽어보는 취미가 있다. 셔닐 손수건이랑 노란 과육의 멜론이랑. 이런 식으로 번역될 수도 있을 듯.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셔닐 손수건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너무 궁금했다. 알고 보니 자신들이 잘못 이해했다는 그래서 알고 보니 오해가 많은 인생이라는 소리. 결국 이 책의 제목은 오해 많은 인생인건가.

누군가는 가오리의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 현실에서는 욕 먹을 짓들을 하는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 대상이 여자라면 이 이야기를 완전 흥미로와 할 것이며 가오리의 작품에 대한 인상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불륜이라고는 일도 없는 이른바 쓰리 걸즈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학창시절부터 친했던 세 명의 여자들이 주인공이다. 리에와 다미코와 사키. 셋은 오십대 중반의 여자들로서 사십 년 정도의 우정을 자랑하는 사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된 내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 속처럼 셋은 아닌 단 둘이지만 (아마도 리에가 빠진 나머지 둘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나와 내 친구의 성격과 비슷할 것 같다.) 저들보다 한 십 년 정도는 못 되는 기간의 우정이지만 (남들 보기에는 어마어마한 기간일 수도 있다.) 살아온 인생에서 모르고 지낸 기간보다 알고 지낸 기간이 더 긴 내 친구와 나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저 셋의 그저 단순히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냥 슥 흘러가 버리면 재미가 없으니 영국에서 살던 리에가 일본에 돌아와 한동안 다미코의 집에서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룬다. 결혼과 이혼을 해 본 리에와 평생을 혼자 산 다미코 그리고 결혼해 아이를 키우는 사키. 셋 다 정말 공통된 환경이 없기에 이 정도 되면 안 만나는 일이 더 많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용케 그들은 우정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것은 저마다의 성향이 달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주 친한 사이라고 자주 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년에 한 번 본다해도 어색하지 않은게 진짜 친구 사이임을 너무 잘 안다.

리에의 번잡스러운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mbti로 본다면 분명 e에 속할 것 같은 그녀는 누구나와 편하게 지내고 할말 안 참고 다 하는 그런 성격을 보이지만 그녀도 깨닫듯이 그녀도 낯을 가릴 때가 있다. 내가 그녀 같지 못하기에 그런 성격이 살짝 부럽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엄마와 둘이 사는 다미코. 히야 할 말을 하지 못해서 손해를 볼 때도 있다. 그렇지만 마냥 착한 것과는 또 다른 이미지. 나는 아마도 그녀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녀들 셋에 연결된 부수적인 조연들까지 이야기는 평범한 듯 하면서도 개성이 통통 뒨다. 마지 내가 좋아했던 소설의 제목인 [소란한 보통날]을 연상시키듯이 말이다. 언제나 보통날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소란스럽기만 하다. 그것이 인생이다.

결론

에쿠니 가오리와 김난주의 조합이라면 언제나 옳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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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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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키 유코의 책은 늘 따스함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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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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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개가 있는 계절,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트라비아타.

총 두 권의 전작을 읽었다. 내게는 이번이 작가의 세번째 책이다. 다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는 책들이다. 힐링소설이 대세라고 하던데 그 시류에도 아주 잘 맞는 그런 이야기다. 단 너무 평범하지 않아서 설정이다, 이야기다 싶은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이야기로 읽는 느낌은 아주 좋다.

책소개를 보지 못하고 제목만 읽어서 단순하게 정말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인줄로만 알았다. 정확히는 49일의 '생활' 레시피라는 것을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알았다. 옴마가 남긴 그림 카드. 그것은 남편인 료헤이와 딸인 유리코를 위한 것임과 동시에 리본 하우스에서 그녀를 오랫동안 기억할 그녀들을 위한 그런 레시피였다.

갑작스런 옴마의 죽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새엄마였던 오토미를 유리코는 그렇게 불렀다. 옴마.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옴마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로 남편에게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그 여자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유리코. 그녀는 그렇게 다시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옴마가 부탁했다는 그 아이 이모토가 와서 49일의 연회를 알려준다. 옴마가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는 것. 아버지는 그 연회를 위해 집을 고칠 사람을 부탁하고 이모토는 카를로스 아니 하루미를 데려온다. 그렇게 얼렁뚱땅 이 집에 웃지못할 얼룩말 사인조가 결성되었다.

저마다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네 명의 등장인물들은 연회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줄곧 달려간다. 마음 속에 불안감은 남은 채로 말이다. 료헤이와 유리코를 위해서 하루미와 이모토는 기꺼이 조연을 맡았다. 총 네 명의 등장인물에 유리코의 남편과 시어머니 그들의 가족 그리고 료헤이의 누나이자 유리코의 고모가 악역을 맡았다. 물론 마지막에는 대통합의 역사를 이루어내지만 말이다.

작가의 소설은 유머를 겸비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대놓고 자, 내가 너를 치유해주겠어가 아니라는 소리다. 피식거리는 웃음 뒤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것이 모두 꿈이었나 할 정도로 약간의 미스터리함도 남겨놓는 여유를 부렸다. 모두가 다 함께 하는 연회. 옴마는 분명 이런 것까지 알고 그런 부탁을 했던 것일까. 갑작스레 맞이한 죽음이었는데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었을까. 진짜 이것은 한 순간의 꿈이었을까. 그러기에는 목격자들과 그들을 본 사람이 너무 많다. 뭐가 되었던 간에 모두가 행복해졌음 되었다. 그걸로 족하다.



#장편소설 #베스트셀러 #49일의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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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웨딩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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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전작을 읽은 적이 있다. 히든 픽쳐스. 표지가 굉장히 독특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이가 그린 사람 그림이었는데 흔하게 보는 미스터리 표지가 아니어서 참 독특하다 생각했었다. 그냥 표지만 보면 아이들용 소설이라고 여길 법했던 그 책이다. 거기다 내용도 특이했다. 아이의 그림이 군데 군데 들어있어 더욱 흥미로왔고 그냥 아이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 뒤로 갈수록 완전해지는 그림을 보면서 더욱 소름 돋았던 그런 책이었다.

그런 장르로 계속되나 싶었는데 이번 책은 또 전혀 다른 분야다. 이 작가 요기조기로 막 튀어다니는 재주가 있나 보다. 웨딩 드레스의 입은 한 여자의 모습과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결혼식에 관련된 무슨 미스터리가 있는건가 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스터리라고 보기에는 약간 무언가 진짜 아주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같은 미스터리 성애주의자가 보아서 그런가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대단한 전개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만.

여기 관계가 소원했던 한 아빠와 딸이 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한 딸은 자신이 결혼을 한다면서 아버지를 초대했다. 아버지는 딸이 결혼을 할 사람이 보고 싶다면서 결혼식 전에 한 번 그곳으로 가서 그를 보기를 원한다. 딸은 내키지는 않지만 그것이 터무니 없는 소리도 아니기에 승낙을 한다. 아버지와 딸은 결혼을 계기로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결혼식은 모두의 축복을 받아 마땅한 일이건만 아버지인 프랭크에게 이상한 사진 하나가 날아온다. 그것이 사위가 될 사람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딸에게 물어보지만 별 거 아니라고 한다. 예비사위인 에이든이 사귀다가 사라진 여자의 사진. 그녀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는데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긴 시간을 들여 도착한 딸네 집에서 프랭크는 더욱 미심쩍은 점을 발견한다. 이 결혼을 시켜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지만 딸은 이미 결혼을 선언했고 프랭크는 자신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것은 에이든이 재벌2세라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까.

초반부만 읽어도 독자들은 이미 파악을 한다. 이 결혼이 심상치 않음을 말이다. 그리고 주목을 한다. 에이든이 사귀다 헤어진 그 여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것이 이 미스터리의 핵심이다 싶어서 더욱 포커스를 맞추고 집중해서 읽게 된다. 그녀의 행방을 알 만한 단서들을 찾아서 말이다. 속도는 빠른 편이다. 지지부진하지 않고 결혼식이라는 종착지를 향해서 꾸준히 그리고 빠르게 전진한다. 그리고 결혼식에서 이 모든 미스터리의 정체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그제서야 모든 갈등의 해소로 인해서 한숨을 돌리는가 싶지만 정작 그 해결이 끝이 아님을,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그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은 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작가의 책을 두 권 읽었다. 모두 다 다른 느낌의 이야기. 이렇게 되면 다음 이야기가 어떤 장르일지 짐작도 할 수가 없게 되어 더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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