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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평점 :
평범한게 제일 좋아. 평범하지 않으면 불행해. 두드러지면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미움받지. 미모는 언젠가 없어지지만, 공부해서 얻은 건 없어지지 않잖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참한 남편을 얻는 게 여자의 행복이야. 사키는 머리가 좋으니까 아무 걱정 없단다. (45p)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안도에게는 남은 가족은 딸 뿐이었다.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일이 남았더라도 집으로 가지고 올 망정 아이의 저녁은 항상 신경을 섰다. 도시락도 잊지 않았다. 집에서 일을 해도 방에서 하기보다는 밖에 나와서 딸이 보는 데서 일을 했다. 아이가 아빠와 거리를 두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럴지라도 아이는 허무하게도 세상을 떠났다.
수업 중 울린 전화. 방해가 되지 않게 즉각 끊고 전화를 껐다. 그리고는 한참이 지났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자신이 전화를 끈 얼마 되지 않는 그 시간 동안 말이다. 딸은 살아있었다고 한다. 옥상에서 떨어졌어도 즉사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숨이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았더라면 그 전화를 끊지 않고 받았더라면 아이의 마지막이라도 볼 수 있었을가. 아니 어떻게 해도 아이는 떠난다면 그 마지막을 보는 것이 무에 그리 대수냐 싶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가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생판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사랑하는 아빠 얼굴이면 좋지 않겠는가.
아이는 학교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경찰은 자살과 사고사 둘 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지만 어느쪽일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아이가 자살을 했다? 아니다. 아이는 결코 자살을 할 그런 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그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경찰도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안도는 집에서 삶의 의지를 잃었다. 그에게 하나 남은 딸까지 없어져 버린 마당에 자신이 이 곳에서 살아갈 희망을 버린 것이다. 그를 찾아주는 유일한 한 사람이 없었다면 그도 역시 딸의 뒤를 따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빠는 딸에 대해서 모른다. 딸이 어떤 마음으로 일기를 썼는지도 모른다. 아니 일기 같은 것이 존재했다고도 몰랐다. 한번만이라도 아이와 이야기를 했더라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만 줬더라면 아이는 모든 일을 다 아빠에게 말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는 아니 가나는 왜 일기를 쓰면서 아빠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냥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보았을까. 만약 엄마가 있었다면 이런 같은 결과가 존재했을까. 안타깝고도 허무한 죽음이다. 그 모든 것을 다 알기에 더욱 그러하다.
연인 사이에 마음을 조종하고 그 사람의 일까지도 망쳐 놓은 한 여자 연예인의 이야기가 계속 연예면을 달구고 있다. 알고 보니 남자가 그 사람뿐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사람들은 모두 왜 그런 식으로 이용을 당하냐고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당한 사람만이 알 뿐이다. 그렇게 휘둘릴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가나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충분히 그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그 상황에 말려버린 가나는 무엇이라고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