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 '책'이라는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정답은 '성경'이다. 성경의 특성상 여러 장르가 모여있는 이야기다보니, 또한 기독교 인구가 있다보니, 굳이 종교가 없다해도 재미나게 읽을 이야기들이라 인용할 구문이 많다보니 많이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성경을 제외한 책중에는 어떤 책일까. '어린왕자'가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작품일 것이다. 책 전부를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글귀들이 가득한 책. 어린왕자가 한 말 하나하나가 보석같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인용구에 가장 많이 쓰이기도 한다. '너는 단 하나뿐인 장미라'던가 '길들이면 우린 특별한 사이가 된다'거나 '나는 너가 오기 전부터 행복해질꺼야'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인기가 있는 어린왕자는 또다른 스핀오프들도 있다. 서정윤의 [내가 만난 어리왕자]처럼 작가의 입장에서 어린왕자를 만난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 놓은 책도 있고 [어린왕자 그 후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린왕자가 별로 돌아간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서 그린 작품 또한 있다.

 

아예 다른 버전 말고 어린왕자 조차도 많은 출판사에서 여러가지 번역으로 내어 놓고 있다. 새움출판사에서는 역자노트를 비롯해서 프랑스 원문, 영어 번역본, 그리고 한글 번역본을 실어서 다른 책과의 차별점의 꾀했다. [카뮈로 부터 온 편지]를 통해서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이방인'이라는 작품의 원작과 번역본을 비교했다면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하나하나 설영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모든 외국어를 다 알 수는 없으니 외국작품을 읽을때는 번역본을 읽게 된다. 번역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번역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번역본을 읽은 사람들은 원서를 읽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나 또한 어린왕자를 원서로 읽고 싶었지만 프랑스어를 몰라서 영어 원서만 읽은 적이 있다. 영어 또한 번역본이기 때문에 완벽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 원서와 한국 번역본을 비교해 가며 읽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이 책은 한권으로 모든 영역을 만족시킬 수 있으니 더욱 행복한 책읽기가 될 수 있겠다.

 

  

특히 다른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역자노트'가 눈에 띈다. 번역자가 번역을 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 특히 기존에 나와있는 다른 어린왕자들과 비교해가면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번역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어진다.

 

우선 저기에는 불어의 2인칭 존칭인 'vous'가 쓰이고 있다. 따라서 어린 왕자는 내게 존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171p) 프랑스어에 존칭어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았다. 영어로만 읽으면 그냥 'you'라고 통칭되어 버리고 넘어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번역자는 이런 점을 예리하게 짚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기존에 있는 번역에서는 '양하나만 그려줘'라면서 반말투로 얘기하는데 반해 이 책의 어린왕자는 '"미안하지만...내게 양 한 마리만 그려주세요....."(21p)라면서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냥 넘어갈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원작의 맛을 살려서 번역을 함으로 인해서만 새롭게 알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번역자들 또한 자신만의 방법과 생각이 있겠지만 가능하면 원문에 맞게 쉼표나 마침표처럼 글에 쓰이는 부호하나까지도 원문 그대로 수록하려고 노력한 번역자와 편집자 그리고 출판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미 나는 어린왕자를 다 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책을 통해서 기존의 어린왕자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꼈으면 하는 바이다. 어린왕자를 읽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읽었다. 내용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글이란 그것을 읽는 때와 배경 그리고 자신의 상태가 다르면 또 다르게 읽히는 법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 읽는 어린왕자는 무언가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제대로 잘 번역된 어린왕자는 속도감을 준다. 멈칫대지 않고 빠르게 잘 읽혀간다. 시국은 뒤숭숭하지만 어린왕자로 인해서 더욱 따스함을 느끼게 될수 있다면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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