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는 철부지 - 전일방송 대학가요제의 기억 트랜스로컬 감성총서 3
최유준.장상은 지음 / 책과생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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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존재했던 지역방송의 대학가요제와 주요인물에 대한 분석을 통해 80년대 이후 사라져 버린 듯한 로컬리즘(지역문화)의 행방과 존재 의의를 묻고 있다. 


저자들은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청년문화-대학가요-민중가요라는 개념적 일별 속에서 사라져 버린 진실, 즉 세 범주 사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연속성'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를 저자들은 김민기와 김종률이라는 실존인물 간의 지역-횡단적(트랜스로컬) 영향 관계, 실제 교류를 통해서 증명해내고자 한다.


80년대 이후 더욱 강고해진 중앙집권화는 건강한 로컬리즘(지역문화)의 상실, 부재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또한 존재한다. 전국 규모의 전일방송 대학가요제는 80년대 새로이 들어선 정권 하의 언론 통폐합 조치로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한다. 이는 통치의 효율성을 중히 여기던 권위주의 정권이 지역방송의 문화적 역할 및 기능에는 관심이 없고 지역방송을 정리하고 중앙방송에 편입시킴으로써 언론 통제의 집중화/일원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의도의 부수적인 효과로 지역방송은 지역의 문화예술을 결집시키고 알리고 순환시켜서, 결과적으로 축적시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역 문화의 저수지로서의 기능을 많은 부분 상실하고 만다. 그리고 이는 헌법에는 존재하지만, 9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작된 지방자치제와 함께 뒤늦게 회복되기 시작한다.


이 문제는, 잠정적인 가설 형태로, 7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되고 80년대 본격화된 강남 개발이 사실은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라는 문화적 효과를 발휘하게 된 사실과 연계해서 이해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서울은 강남(사실상 분당, 수지, 대구의 수성, 광주의 봉선 등은 문화적 기호로서의 '강남'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다)을 전국의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따라야 할 라이프 스타일의 모델로 구축함으로써 서울 집중이라는 흡인 요인이 되었던 것이고, 지방은 정치적으로 자치가 지연되고 문화적으로 로컬리즘에 대한 가치와 의의를 찾는 일이 드문 일이 되면서, 지역 문화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역방송 기능의 (사실상의) 부재로 서울로의 집중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압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모모는 철부지"라는 노래 뒷편에 존재하는 역사와 그것이 유발하는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지역을 통해, 지역을 넘어서 전체를 사유하게 한다. 책이 <트랜스로컬> 총서에 편입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1980년 말에 신군부 세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언론과 방송 통폐합 사건‘이다. 이 사건이 대학가요제에 미친 의미심장한 결과가 ‘전일방송‘의 해체와 ‘전일방송 대학가요제‘의 중단이었다. - P71

‘청년문화‘와 ‘대학가요‘, 그리고 ‘민중가요‘의 범주를 관통하는 김민기의 독특한 위상은 1970년대 말에 좀 더 의식적으로 행한 음악 실험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그것은 <공장의 불빛>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었는데, 그 어떤 기존의 양식적 범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1980년대로의 전환기에 김민기가 광주의 로컬 음악과 맺었던 인연이 있다. - P128

혹시 현재의 수도권 중심의 음악 생태계는,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의 정치적 억압과 언론 방송 통폐합의 후유증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 문화적으로 치유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 P163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파급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전일방송이 없어지고 나니 로컬리즘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겠죠." - P170

"언론통폐합으로 지방이 사라졌습니다. 방송은 지방의 문화를 집약하는 곳인데 방송국이 사라지면서 지방의 문화도 없어져 버린 겁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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