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기도
백수복 / 성지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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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복 목사는 우리 교단뿐 아니라 교계에서도 알아주는 문필가이다. 그의 손을 거쳐 저술(著術)되고 제작된 책이 120 여 권이나 된다고 하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울이 신약 27권 중 절반에 가까운 13권을 쓴 것도 기적이지만 백수복 목사의 출판 업적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이번에 또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꿈을 이룬 인생에는 열정과 연단이 있다>(도서출판 진흥)는 긴 이름을 가진 책이다. 이 제목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2명 믿음의 용사들에게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주제 문장이기도 하다. '고진감래(苦盡甘來)'가 그리고 '심는 대로 거둔다'는 구절(갈 6:7)이 떠오르는 내용들이다.


이 책은 우리 교단(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발행되는 월간지 <활천>에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 숨은 성결인'이란 이름으로 작년(2016년) 한 해 연재했던 글들이다. 여기에 황예식 전영규 목사를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 성결 교단 사람들 중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은 신앙인들이다.


이런 게 바로 역사화 작업이 아닐까. 묻혀 있는 인물을 발굴하여 역사라는 수레바퀴 위에 동승시키는 것, 백수복 목사는 일찍이 <성결교회 인물전>(1-16집)에서 이런 작업을 주도적으로 해 온 바 있다. 그를 역사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는 과거를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다.


교회사가 민경배 교수가 추천사에서 "백수복 목사가 쌓아 올린 문집들은 우리 역사의 소중한 유산으로 길이 수장(收藏)해서 회자(膾炙)되데 우리 교회나 겨레의 긍지로 간직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뜻일 것이다. 백 목사의 글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역사적 형안(炯眼)의 결정(結晶)이다.


이 책엔 12 명의 모범적 신앙인들이 수록되어 있다. 평신도와 목회자가 여섯 사람씩이다. 20세기 말에 엄습하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은 뭇 사람들의 삶과 사고를 형해화(形骸化)시키고 있다. 탈 이성적(理性的)이고 탈 중심적인 사고(思考)는 신(神)의 존재까지도 회의하게 만든다.


하나님을 대신하려는 것들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우상이 득세하고 있다. 이 책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의 전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 할 때, 세상 삶도 부요해 진다.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삶이 곧 전도라는 믿음으로 전 가족을 구원시키고 주님께 칭찬 듣는 가정을 일군 이정님 권사(첫 번째, 전 처의 9남매는 하나님이 선물한 보석들!), 사모의 길을 상처 싸매고 보호하는 붕대로 여기며 헌신해 온 이정말 사모(다섯 번째, 천사처럼 살다간 '사랑의 붕대'), 오직 예수 한 분 만을 위해 희생적 삶을 산 임종순 전도사(일곱 번째, 현대판 한나의 기도, 총회장의 어머니), 훌륭한 목사 가문을 일구는 데 밀알이 된 이문순 집사(여덟 번째, 한 알의 밀알이 썩어 탐스러운 열매를) 등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하게 만든다. 네 명 모두 여성들이다. 근대까지 우리 역사에서 여성은 이중의 고통을 이고 살아야 했다. 봉건적 습속(習俗)에서 믿음에 승리한 그들의 삶이 경이롭다.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전쟁고아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한 함용석 장로(두 번째, 한국의 조지 뮬러), 하나님 찬양으로 전도 왕이 된 김광진 장로(세 번째, 세상의 별에서 하나님의 별로!), 어린이 교육으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킨 이용윤 목사(네 번째, 한국의 페스탈로찌), 한국 기독교 신풍운동의 주역 황예식 목사(열한 번째, 한국판 소크라테스의 성결교회 선구자) 등의 이야기를 읽을 땐 느슨해진 신앙의 허리띠를 조여 매게 된다.


전쟁고아로 주위의 도움을 받아 신학을 공부한 뒤 공군 군종감이 되어 군 복음화에 쓰임 받은 전을성 목사(여섯 번째, 전쟁고아가 공군 군종감 되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었지만 결국 자유 대한의 품으로 돌아와 유명 부흥사의 직임을 잘 감당한 전영규 목사(열두 번째, 역경을 극복한 한국판 25시의 주인공) 등은 목회의 도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입지전적 인물들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자기 감찰(監察)의 연속이다. 국내외를 불문한다. 그런데 솔직히 외국의 삶 속에서 말씀 위에 굳게 선다는 것은 갑절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언어와 풍토성 등 많은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의지로 미(美) 오리건주 5선 의원(상원 3선, 하원 2선)을 지낸 임용근 의원(아홉 번째, 미국의 꿈 'American Dream'을 실현한 오리건의 5선 의원), 캐나다에서 연극으로 복음을 전하는 최인섭 전도사(열 번째, 캐나다를 감동시킨 연극인)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을 저미게 한다.


이 책은 신실한 그리스도인 열두 명의 약전(略傳)이라고 해도 좋다. 거기에 부록으로 넣은 지은이 인터뷰 기사까지 포함하면 열 세 명의 약전이 된다. 지은이 백수복 목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기독교 저술가이다. 이 책이 출간될 시점에 그는 큰 상을 하나 받았다. 제1회 대한민국 기독교 예술대상(출판부문) 수상이 그것이다. 이런 중후한 작가가 풀어 놓는 흥미진진한 믿음의 이야기는 마음을 달뜨게 만든다. 기대하고 읽어도 좋으리라.


이 책의 특장(特長) 몇 가지를 붙이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첫째, 글이 매우 쉽게 읽혀진다. 이건 백수복 목사 글의 특징이기도 한데, 남녀노소(男女老少) 누구나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이다. 나아가 신자뿐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둘째, 매 쪽마다 관련 사진을 넣어 이해를 돕고 있다. 미처 사진을 구하지 못한 경우 삽화(揷畵)와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으로 대신하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활천>에 연재된 글을 읽은 사람도 이런 사진을 곁들여 다시 읽는다면 새로운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관련 인사의 논(論), 서간, 추모사 등이 첨부되어 글의 내용에 신뢰성을 갖게 한다. 또 이런 첨부 글은 전체 글의 흐름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 줌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독서에 가속력(加速力)을 붙여 준다. 이것은 시각(視覺)을 중요시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百問而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듯이 직접 읽어보는 것이 제일이겠다.


넷째, 여기에 소개된 믿음의 사람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살다 간 성결인들이다. 그래서 더 값지다. 한 일보다도 과대평가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여기 소개된 사람들은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 역사는 객관성을 담지(擔持)될 때 가치가 있고, 역사적 인물도 이런 관점으로 평가될 때 의미가 더해진다. 역사가는 이런 작업을 해 내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백수복 목사가 큰일을 해냈다.


강준민 목사 등 각 방면의 사람들이 추천사를 써 주었다. 책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평가서와도 같다. 교단의 큰 일꾼 안봉화 권사, 교회사의 권위 민경배 박사, 기성 총회장을 지낸 이만신 목사, 예장 총회장을 지냈으며 시인이기도 한 김순권 목사, 서울신대 총장을 지낸 교회사가 강근환 교수, 청주 서문교회 박대훈 목사, 한국성지순례선교회 회장 박경진 장로 등.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다. 책의 내용을 보증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몇 가지 지적 사항도 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책을 찾는 사람이 많으면 판을 거듭해야 한다. 그때 보정(補正)되어야 할 사항들이다. 오탈자와 띄어쓰기의 어긋남이 많이 발견된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만든 데서 왔을 것이다. 사진의 삽입으로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사진에 설명이 없는 것들이 많다. 다음 판에는 보완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 대한 것인데 표지와 책 말미 서지 사항에는 '도서출판 진흥'으로 되어 있는데, 속표지에는 '(주)신한아트'로 되어 있다. 두 곳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출판사 이름을 통일시키는 것이 좋겠다. 추천사에 이름이 올라간 이만신 목사는 지금은 이 세상 분이 아니다. 책 87쪽 '백수복 목사를 논(論)함'에서 따온 것이지만 새로 출판하는 책에 돌아가신 분의 추천사를 넣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백수복 목사가 쓴 책의 제목이 <꿈을 이룬 인생에는 열정과 연단이 있다>이다. 열두 명 믿음의 용사들에 대한 주제 문장이라고 했다. 여기서 떠 오른 사자성어가 고진감래(苦盡甘來), 즉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이고, 성경 말씀에서 뽑은 것이 심는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강준민 목사가 '이 책을 고난 중에 있는 분들과 믿음으로 시련을 극복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추천의 글)고 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 한 말일 것이다. 책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고 믿는 자로서 소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한 권의 책을 남기기도 어렵다. 백수복 목사는 120 여 권의 책을 공간했다고 한다. 앞으로 여기에 몇 권이 더 첨가될지 모른다. 출판을 통한 그의 문서 선교를 응원하며 건필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도하면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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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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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가 평화다 - 사드배치 철회 성주촛불투쟁 200일 기념 시집 한티재시선 9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외 지음 / 한티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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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선물을 받은 날이거든요. 예사로운 선물이 아니에요. 책을 한 권 설 명절 선물로 받았습니다. 책도 보통 책이 아니에요. 시집입니다. 제목이 뭔지 아세요? <성주가 평화다>(도서출판 한티재, 2017년 1월 28일 출판).

 

눈치 빠른 분들은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을 겁니다. 표지 위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군요. ‘사드배치 철회 성주촛불투쟁, 200일 기념 시집’이라구요. 내용이 대충 짐작이 되지요? 200일 투쟁, 값진 행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이 시를 썼지만, 개인이 아닌, 언어를 조탁했지만 한 사건을 주제로 30여 편의 시가 독자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은이도 세 개 단체로 되어 있어요. 빛 된 이름들입니다. 사드 배치 문제가 아니었다면 함께 하기가 쉽지 않은 단체들입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ᆞ대구경북작가회의, ᆞ성주문학회 공동 지음으로 되어 있네요. 사람과 동떨어진, 사람을 구성원으로 하는 사회와 별개가 아닌 시를 쓰고 또 활동하려는 단체들임을 쉽게 알 수 있겠지요. 성주를 평화로 만드는 데 이바지한 단체들.

 

시를 넘어 피울음의 언어들로…

 

여기에 실린 글들은 시(詩)를 넘어 있습니다. 차라리 ‘피울음’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합니다. 엘리엇(T. S. Eliot)은 시를 오류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지요. 그렇지만 보통 시를 정의할 때 ‘감정을 순화시켜 운율적 언어로 압축 표현한 것’쯤으로 말합니다.

 

<성주가 평화다>는 시를 다르게 봐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몰린 민초들의 절박한 삶, 강대국에 유린당하는 조국의 현실,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을 강요하는 정부, 중앙이 아닌 지방으로서 겪는 서러움…. 절박한 삶을 언어로 연결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 성주와 김천은 박근혜 정권과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배치하려는 사드 반대 투쟁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성주 200일, 김천 160일. 해당 지역 주민들은 말할 것 없겠거니와 한반도 전체에 무익(無益)하다고 확신하면서 긴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성주가 평화다>에 실린 시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요. 첫째는 사드 배치 반대를 노래한다는 것, 둘째는 모두 성주 촛불집회 현장에서 낭송된 시라는 것.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특징이 있습니다. 성주 사랑이 곧 한반도 사랑이라고 노래한 격시(激詩)라는 것.

 

문학은 사랑의 산물, 시는 그것의 압축적 표현

 

문학은 사랑의 산물이어야 합니다. 증오의 표현이어서는 안 됩니다. 시는 그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하잖아요. 자유롭게 마음을, 유쾌하게 감성을…. 허나 여기 실린 시들은 결코 그러하지 않습니다. 무겁습니다. 왜일까요? 사드란 무기가 우리 삶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이곳에 이름을 올린 시인들의 면면은 전국으로 널리 알려진 문학인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명예를 좇기 위해 거들먹거리거나 사회적 지위를 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치열한 경쟁에서 혼자 살아남겠다는 속물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것, 그러자면 작은 것도 나누며 살자는 것, 약자들은 손을 맞잡을 때 힘이 된다는 것…. 사실 이것들은 예외 없이 문학에 적합한 소재들 아닙니까. 시의 좋은 주제들입니다. 이 시집은 이와 같은 시의 모음집입니다. 따라서 이 책 시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위대함’에 근접해 있는 사람들일 거예요.

 

딱 그만큼의 분량과 크기, 내용의 파격에 비해 형식의 틀은 지키려는 성의(?)를 보여주고 있군요. 흔한 장별 나눔이나 실려 있는 시의 사전 학습을 위한 글(평설)이 붙어있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뒤에 첨부된 단체와 사람들의 결의문, 성명서가 그것을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시의 경향, 사드 배치 반대 유파?

 

한 사람이 쓴 시가 아니라는 것, 경향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시가 아니라는 것. 낭송된 날짜도 무시하고 그냥 시인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나누어 실었다는 것…. 하지만 여기 시인들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사드 배치 반대 유파라고 이름 붙이면 어떨까요.

 

여기 이름을 올린 시인들은 성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잘 아니까 사랑하게 되겠지요. 성주 출신 시인들이 많구요, 그곳 출신은 아니지만, 직간접적으로 연관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자연히 성주 관련 단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것도 사랑을 덧칠해서.

 

성주 참외는 고유 브랜드이구요, 성밖숲은 성주에 산소를 제공해 주는 허파와도 같은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유가(儒家) 독립운동을 대표한 심산 선생도 이곳 출신이어서 읽는 이들조차 뿌듯함을 느끼게 합니다. 가천 막걸리도 성주 명물이구요, 이조년의 ‘이화월백(梨花月白)’은 꽃과 함께 한 그분의 13년 성주 삶을 반추케 합니다.

 

나라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 국민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가만히 있으면 되지요.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 가만히 있으면 그건 죽음입니다(28쪽). 세월호 참사에서 확인했잖아요. 대자적(對自的)인 민초(民草)는 늘 의문점 가지고 문제를 숙고해야 합니다.

 

창조적 에네르기는 어디에서 오는 건가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운동은 창조적 에네르기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4만5천 성주 군민에게서 이런 기발한 안(案)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큼직한 것만 열거하면 이런 것들입니다. 백악관 위더피플 10만 서명운동, 새누리당 장례식, 광복절 815삭발식, 인간 띠 잇기, 1,151명 새누리당 탈당식, 미국 대사관 항의서한 전달 등.

 

이 시집에서 유일한 집단 창작품(성주 글쓰기 모임 ‘다정’)인 ‘이곳은 평화를 창조하는 드라마 세트장이다’는 성주 사드 투쟁 전부를 담고 있습니다. 200일간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등장인물뿐 아니라 맡은 역할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극우단체 서북청년단의 대항마 동남청년단은 그 자체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더군요.

 

성주 군민과 김천 시민 나아가 많은 국민들이 이렇게 절절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은 막무가내입니다. 국민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과 손잡고 사드를 일정에 맞춰 배치하겠다는 겁니다. 투쟁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지…. 사드 반대 투쟁이 이어질 수 있도록 힘 모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성주가 평화다’와 함께 하는 길은?

 

<성주가 평화다> 수입금 일정 부분은 성주 사드 반대 투쟁 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은 성주, 김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반도 전체, 아니 나아가 세계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MD전략을 조금만 이해해도 사드가 세계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투쟁의 기본 축을 보통 세 가지로 잡습니다. 사람과 재정, 전략을 듭니다. 세계 평화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결코 사드를 남의 일, 다른 지역 문제로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현장에 많이 참석하고 또 여의치 않은 분들은 후원금으로 함께해 주시면 승리의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공동 시집이 나왔다는 건 드문 일입니다. 해방 정국에서 기쁨을 노래한 시들이 있었고, 4.19혁명의 감격을 읊은 시들은 있었지만, 한 지역에서 일어난 단일 사건을 두고 140여 쪽에 걸친 시집이 출판된 것은 드문 일입니다. 뒤집어 보면 사드 배치가 한 지역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체계적 투쟁에 박수를

 

투쟁기록실에서 제공한 사진 40여 장을 시집 앞부분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비록 흑백으로 인쇄한 사진이지만, 200일 간 이어 온 성주 투쟁의 빛과 그림자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한시적 투쟁 조직에서 이만큼 꼼꼼하게 일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수고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낭송한 시, 그 시를 시집 <성주가 평화다>에 올린 이름을 적기(摘記) 하면서 그들의 노고를 기리고 싶군요. 고희림, 권순진, 김수상, 김용락, 김윤현, 김태수, 노태맹, 박일환, 박희춘, 배창환, 변홍철, 신경섭, 이기숙, 이재승, 이창윤, 정동수, 조선남, 천보용, 최진 시인. 이들의 목소리는 괴물 사드를 물리치는 선(先)소리입니다.

 

성주 투쟁을 처음부터 이끌어 온 공동위원장 김충환은 ‘시집을 펴내며’라는 서문 끝에 ‘다시, 시(詩)가 모였다. 평화나비가 떼를 지어 날아간다. 다시, 세상 속으로.’라고 적고 있습니다. 세상 속으로 날아오는 평화나비와 함께 우리는 평화의 춤을 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드 배치 반대는 곧 세계 평화 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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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 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김창준 지음, 김원식 엮음 / 라온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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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투쟁으로 쉴 틈이 없었다. 그래도 지구는 돌았고 세계는 변해 갔다. 미국 45대 대통령에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은 공교롭게도 김천 사드 반대 촛불집회 80일째 되는 날이었고 또 내가 대책위 수석 공동위원장을 사퇴한 날이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러나 미국 대선 후보들에 대한 좋고 나쁜 마음은 내게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은 그 선(線)이 애매모호(曖昧模糊)해졌지만 그동안 민주당에 마음을 조금 더 주고 있었다. 이유는 민주당의 정책 기조가 진보 개혁 성향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사는 김천은 사드 배치 철회를 목표로 넉 달이 넘게 투쟁 중이다. 사드 문제에 대해선 민주당의 힐러리보다는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일말의 기대를 갖게 된다. 트럼프는 국제 관계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잡고 있다. 한국에 배치할 사드도 재고하겠다는 말을 했다.

 

세계 최 강대국인 미국, 각종 여론조사와 국민이 예상한 것과는 달리 힐러리가 아닌 공화당의 트럼프가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힐러리가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대비를 해 왔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니!

 

도대체 도날드 트럼프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스쳐 지나간 소식 정도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마침 국제 정치를 전공한 지인으로부터 편지가 한 통 날라 왔다. 그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예상을 빗나가도 이렇게 빗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한 것이 이 책이다.

  

표지에 여러 개의 홍보성 글귀들을 달고 있다. 관심을 갖게 만들 뿐 아니라 읽고 싶은 충동을 유발시키는 문장들이다.

 

'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이 책의 부제목이 될 것이다. "지난 100년 간 이런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도날드 트럼프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을 예측한 유일한 책'

 

이런 소개도 표지면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유일 미 연방의원 김창준이 말하는 트럼프 현상의 본질, 트럼프 현상 이후의 미국 정치와 국제 정세, 그리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

 

책을 쓴 사람이 우리나라 출신 김창준이다. 그는 미 연방의원 3선을 한 사람이다.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한다.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가 취할 미국의 정치와 국제 관계에 대해서 예측하는 내용을 책에 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도 같이.

 

이 부분에 대해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를 김창준이라고 소개했지만 그를 온전한 저자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의 편자 김원식이 그를 만나 대담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트럼프에 대한 외국 언론 기사를 번역해서 첨부했고 편자 자신이 국내 언론에 기고한 글들도 중간 중간 삽입했다. 그렇다면 '김창준 저'라기보다 '김원식 편저'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책은 앞에 여는 글(김창준)과 대담을 시작하며(김원식), 뒤에 맺는 글(김창준)과 부록. 그 사이에 모두 4장으로 된 본 글을 싣고 있다. '여는 글'의 제목은 '지금 우리가 미국 대선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대담을 시작하며'는 '누구도 트럼프를 몰랐다', 그리고 '맺는 글'은 '한국 정치에 고함', '부록'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 주요 내용'을 요약해 싣고 있다.

 

본 글의 앞과 뒤에 이어 각 장의 제목도 먼저 일별할 필요가 있겠다. 사전 정보는 독서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장 '왜, 미국은 트럼프에 열광하는가?', 2장 '트럼프 vs 힐러리', 3장 '트럼프 허리케인이 몰고 올 영향', 4장 '무엇을 할 것인가'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 대담의 주 게스트인 김창준 연방의회 전 의원은 미 공화당 소속으로 되어 있다. 미국의 정치를 알 만큼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며 나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 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 일로 그는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187쪽).

 

김창준 전 의원과 편저자의 대담은 미국 대선이 있기 전에 이루어졌다. 김 전 의원은 대담에서 '트럼프 돌풍'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배경을 밝히고 이 돌풍이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 강풍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의 예고대로 트럼프는 떡하니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물론 김창준이 공화당 당원으로서 트럼프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 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귀담아 들어 둘 내용이 많다. 미국 국민이 트럼프를 원한 이유도 간명하다. 부동산 재벌에 지나지 않았던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외쳤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국제관계 등 모든 것의 중심을 자기나라 미국에 두겠다는 것이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버럭 오바마 정권 8년은 변화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흑인 대통령을 뽑았지만 흑인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서민을 위한 정부라고 호언했음에도 실업자는 더 많아졌고 그들의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글로벌리즘(Globalism)을 지향했음에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생각한 것처럼 확고해지지 않았다. 정치인들도 국민을 위하기보다 자기들끼리의 정치 생명 연장에 급급했다. 이런 것을 '막말의 대명사' 트럼프가 파고 든 것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에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단아 트럼프의 'America First!', 'Americanism'이 통했다.

 

김창준은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말은 참고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요구, 한국 국민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2017년 대선 출마를 꿈꾸고 있는 정치인들은 이것을 마음 판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김창준의 예언대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트럼프는 오바마 8년의 대북 정책에 대해 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한 것도 없다고 했다. 이건 정책 실패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는 김정은을 직접 만나 햄버거를 먹으면서 솔직한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북핵을 막겠다는 것이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를 그의 성격에 솔직히 불안감이 없지 않다. 허나 대북 정책에 변화의 물꼬가 트이면 좋겠다. 사드 배치 등 복잡한 문제들도 철회라는 카드로 정리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나 바라고 중국 러시아 등 이웃 나라들의 바람 아닌가.

 

후보 때와 대통령 당선 이후가 같을 수 없다. 더욱이 '막말의 대명사'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에겐 더욱 그렇다. 말에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와 측근들은 잘 알 것이다. 우리에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트럼프의 '미국 중심주의(America First)'에 대비해 다각도로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창준 전 의원은 우리에게 몇 가지 애정 어린 조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먼저 국무총리 대신 부통령제로 바꾸면 어떻겠는가를 제안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신껏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부통령은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외에는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192쪽). 미국이 이 제도를 따르고 있다.

 

또 총기 소지에 대한 정당성을 밝히고 있는 부분도 새롭다. 그는 미국에서의 총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총은 자기를 보호하고 독립을 가능하게 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독립할 수 있었던 원천적인 힘이 총기 소유에 있었다는 것이다. 인디언과도 싸웠고 영국과도 싸우면서 1776년 13개 주가 독립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게 총기 소유의 자유에 기인한다는 것이다(160쪽). 문화의 차이는 이렇게 큰 사고(思考)의 결과를 가져 온다.

 

김창준은 이 책을 펴내게 된 목적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못지않게 왜 미국이 트럼프에 열광하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트럼프와 트럼프 현상에 대한 공부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며 , 너무도 안일하게 '설마 망나니가 대통령에 당선되겠어?'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 한다."(8쪽 여는 글)

 

또한 편자 김원식은 이 책 출판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만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리는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또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는다고 해도 '트럼프 돌풍'을 불러 온 미국의 변화된 정치 상황은 그대로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비하자는 것이 김창준 전 미 연방의원과의 대담을 책으로 발간하는 이유이다."(11쪽, 대담을 시작하며).

 

이 책은 아카데믹한 내용이 아니다. 저널리즘의 범주에 더 가깝다. 정치인 김창준의 눈을 통해 바라 본 트럼프에 대한 상식선의 이야기이다. 그런 이야기조차 전혀 새롭게 수용되는 것은 트럼프가 의외의 인물이어서 그럴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인이 되어 있어 놀랐다는 영국 시인 바이런처럼 솔직히 도널드 트럼프 자신도 깜짝 놀랄 대통령 당선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 미국, 정치 경제 외교 문화 군사 등 어느 것 하나 눈치 안 볼 수 없는 나라 미국을 이끌어 갈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미국의 수장 트럼프 당선자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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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의 신풍운동
신풍운동편집위원회 엮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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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신선하다. 형태가 그렇고 제목은 더 하다. '신풍'이라니. 신풍(新風)은 새 바람이 아닌가. 낡은 것을 걷어 내고 새 것으로 대체하겠다는 의지, 이것은 바로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국기독교의 신풍운동>(신풍운동편찬위원회 엮음, 대한기독교서회 출판, 2016년 11월 10일 발행),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책 표지에 병기되어 있는 영어 표기엔 이렇게 되어 있다. <Movement of Christian Power in Korea>. 'Christian Power'는 '기독교적 능력' 쯤의 뜻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풍(新風)'이 아니라 신풍(神風)에 가깝다.

 

'신풍'은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새로운 바람(新風), 하나님의 바람(神風), 믿음의 바람(信風) 등. 정체되어 있는 교계를 믿음으로 새롭게 하고, 장기 집권의 정치 제도를 신앙의 양심에 입각해 반기를 드는, 그래서 우리나라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

 

내가 읽을 책의 선정 기준은 좀 특이하다. 그 기준 중 하나에 속하는 게 출판사다. 신뢰하는 출판사 책에 관심이 더 간다. '대한기독교서회' 믿음이 가는 출판사다. 120년 전통에 1만 여 권의 도서 출판, <한국기독교의 신풍운동>도 여기서 출판했다.

 

먼저 구성부터 살펴보자. 판형은 신국판, 304쪽. 모두 9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의 제목은 이렇다. 내용의 대강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1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회고, 제2부/신풍운동의 창립과 세미나, 제3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초기 주요 행사, 제4부/정기총회와 세미나, 제5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재출발, 제6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 원로회, 제7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 원로회, 제8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 세미나ᆞ좌담회ᆞ논단, 제9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헌장ᆞ연혁.

 

이 책은 앞에 적기한 바와 같이 모두 9부로 이우러져 있다. 본문 앞에 세 사람의 글이, 본문 말미에 편집후기가 실려 있다. '한국기독교와 신풍운동'이란 제목의 박춘화 감독 발간사, '한국기독교의 성숙한 운동'이란 제목으로 올린 김윤식 목사의 격려사는 이 운동에 깊이 관계한 사람들의 글이다.

 

민경배 박사는 '한국기독교신풍운동과 한국교회사'라는 제목의 발문으로 책 출간을 기뻐하고 있다. 기독교신풍운동이 우리의 최근세 교회사에서 한 역할이 결코 적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박춘화 감독, 김윤식 목사 그리고 민경배 교수의 글은 본문의 내용을 가늠하는 데에 안내 역할을 한다.

 

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기치는 세 가지이다. 첫째, 한국교회가 갱신되고 연합하여 '크리스천 파워'를 형성, 시대적인 사명을 수행해 나간다는 것. 둘째, 한국교회가 기독교문화를 창출하여 이 땅에 기독교가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것. 셋째, 민족화합과 남북의 평화통일을 이룩하여 북한선교와 세계선교의 사명을 이룩해 나간다는 것(16쪽).

 

1970년 6월 8일, 한국기독교신풍운동이 발족되었다. 발족의 주체들은 30대 부목사들이었다. 이때는 교계적으론 부흥의 시대요 정치적으로는 장기 독재를 꿈꾸던 박정희의 유신 준비기였다. 우리 교계의 흐름으로 볼 때 30대 젊은 목회자들의 이런 운동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갱신과 개혁이 내겐 늘 희망으로 다가온다.

 

한국기독교 신풍운동의 특징 중 하나는 보수와 진보 진영이 하나로 뭉쳤을 뿐 아니라 가톨릭까지 함께하는 명실이 상부한 에큐매니칼 화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당시 에큐매니칼 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교계 인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에 가톨릭까지 참여케 해 말씀 보수와 사회 참여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은 귀한 사역이 아닐 수 없다.

 

반 세기 가까이 세월은 흘렀지만 기독교의 사회적 권위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970년 기독교 신풍운동이 젊은 목회자들 중심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 이런 움직임이 왜 없는가. 교계도 기능화되고 계층화되어서 그 흐름에서 일탈하기가 쉽지 않다.개혁의 깃발을 섣불리 들었다가 선배 그룹에 찍히기라도 한다면 목회의 길이 팍팍해진다. 신풍운동이 못 일어나는 한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 있는 젊은 목회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교계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과감하게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1970년에 시작된 한국기독교의 신풍운동이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 역시 젊은 목회자들이 의욕적으로 움직였고, 원로 목회자 여러분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독교 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교계 안의 영향력은 교회의 부흥 발전과 함께 상승 제고되었는데, 사회적으로는 그것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1970년과 80년대에 한국기독교 신풍운동이 없었다면 이렇다 내 세울 만한 개혁의 바람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기독교신풍운동은 당시 내로라하는 인사들을 초청해서 강의를 들었다. 강원룡 목사, 김수한 추기경, 함석헌 선생 등이 와서 신앙의 사회적 역할과 연합운동에 대해 의견들을 피력했다. 그뿐 아니라 1987년 대선 국면에서 김영삼 김대중 두 아당 후보를 각각 초청, 정치와 종교에 대한 생각들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서평의 제목을 '작은 기록도 역사가 된다'로 잡았다. 맞는 말이다. 그냥 흘러 버리기 쉬운 문서들, 신문 기사들, 주제 강연록 등을 꼼꼼히 챙겨 수록하고 있는 것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손으로 직접 써서(筆耕) 만든 신풍운동 창립총회 초청장(108쪽)과 타이핑한 신풍운동 12차 정기총회 순서지(154쪽)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쉽게 생각된 것 두 가지. 어떤 조직이든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기독교의 신풍운동은 이 점에 한계가 있었다. 노장청(老壯靑)이 골고루 분포, 활동이 활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목적은 좋았으나 실천으로 옮기는 게 미흡했다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이런 개혁적 움직임이 꿈틀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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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삽질
김예희 지음 / 천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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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 받은 따뜻한 한 권의 수필집

 

수필집을 한 권 증정 받았다. 따뜻했다. 노란 표지 면(面)도 따뜻했지만 내용은 더욱 그랬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생각의 삽질'이라니. 생각을 삽질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예향(藝香)을 물씬 풍길 수 있는 사람일 테다.

 

사실이 그랬다. 수필집 <생각의 삽질>(도서출판 천우, 2016년 11월 3일 발행)을 상재(上梓)한 사람은 김예희이다. 내겐 같은 지역, 같은 신앙 안에서 만난 존경하는 장로님이다. 그의 첫 수필집이어서 더 관심이 갔다.

 

김예희는 교육자다. 사랑과 성실로 40 여 년 교육 현장을 지켜 온 사람이다. 평교사로 시작해서 여러 학교의 교감 교장을 거쳤다. 뿐만 아니라 교육 행정에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 교육지원청 장학관과 교육장까지 역임했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는 문학과 늘 함께 숨 쉬어 왔다.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고, 문예반 아이들과 함께 '문학'이란 연못 속을 즐겨 헤엄치고 다녔다. 그러기 위해선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독서 편력이 따랐을 것이다.

 

수필을 쓰기에 모자람이 없는 사람

 

그가 문학 작품을 발표한다면 소설이나 시보다도 수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수필과 같은 삶을 살아왔으니까. 수필은 일인칭 '나'의 진심을 고백하는 문학이 아닌가. 교육자와 수필가, 진실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수필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 수필이라고. '따를 수(隨)' '붓 필(筆)' 수필(隨筆)은 붓 가는 대로 쓴다는 뜻이다. 붓 가는 대로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 성숙한 사고(思考), 절실한 경험, 여기에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나 더, 탄탄한 문장력을 갖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용을 써도 붓 가는 대로 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수필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수필집은 많되 진정한 수필의 글은 많지 않은 현실이 이것을 잘 말해 준다.

 

김예희의 수필집 <생각의 삽질>은 내가 읽은 수필집 중 '붓 가는 대로 쓴 글'에 부합하는 책이다. 바른 수필가가 쓴 참된 수필이란 말이 되겠다. 그는 수필이 요구하는 성숙한 사고와 절실한 경험 그리고 따뜻한 마음과 탄탄한 문장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

 

총 4부 속에 담겨 있는 인생의 진실

 

김예희 수필집 <생각의 삽질>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을 대충 분류한 게 아니라 기준을 정한 뒤 치밀하게 나누었다. 제1부 눈물 나이테, 제2부 백야(白夜) 삼일, 제3부 황소걸음으로 여기까지, 제4부 배려와 용서에 대하여.

 

이 수필집 해설을 맡은 평론가 최병영은 각 부 구성에 대하여 과학적 분석을 내 놓고 있다. 제1부는 작가와 그의 가족 이야기, 제2부는 작가의 공직생활과 교육에 대한 신념 및 삶의 철학, 제3부는 교육자로서 겪은 예화 및 가족과의 유대관계, 제4부는 자신의 교육 전문직 체험과 퇴직자들에 대한 회상과 격려라고(241쪽).

 

수필을 여러 잣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진술 방식과 태도에 따라 나눌 때는 서정적 수필에 속하는 글들이 많다. 김예희의 수필도 그렇다. 작가가 일상생활 또는 자연에서 느낀 감상을 주정적이면서도 주관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교훈적 요소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작가의 오랜 교직 경험에서 얻은 예지(叡智)를 기초로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웃을 축복해야 나에게도 축복받는 일이 생김(13쪽), 사랑이란 온 우주가 한 사람에게로 좁혀지는 기적(24쪽),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이 인간다움의 기본(128쪽) 등의 표현이 좋은 예이다.

 

풍부한 어휘력과 탁월한 수사 기법

 

작가는 IT 시대임에도 국어대사전(3권)을 늘 옆에 끼고 산다. 그의 수필에 수놓는 풍부한 어휘는 이런 노력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덕분에 사전을 곁에 놓고 수필집을 읽는 재미를 나로 하여금 덩달아 맛 볼 수 있게 했다. 가령, 이런 단어들은 새로 익힌 것들이다.

 

술지게미(18쪽), 철부지하다(28), 망백(望百, 30쪽), 남우세스럽다(39쪽), 부정모혈(父精母血, 91쪽), 수주작처(隨主作處, 96쪽), 홑지다(144), 유상(遊賞, 145쪽), 굽바자(161쪽), 혼겁(魂怯, 166쪽), 곤줄박이(185쪽), 노랑턱멧새(185쪽), 거양(擧揚, 236쪽) 등. 풍부한 어휘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에게 큰 자산이 된다. 김예희의 수필이 문학적 가치가 높다는 것은 이런 데에도 기인한다.

 

수필가는 많되 문학성을 담지하고 있는 수필가는 많지 않다. 김예희의 수필은 문학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사 기법이 탁월하다. 이런 것에 눈을 줘 보라.

 

"온 식구들 마음 기둥에 현수막이라도 내 걸어야겠다"(32쪽), "화목의 소금으로 수놓던 며느리의 미소"(33쪽), "첫 번째 유혹은 황금 빛깔이다"(45쪽), "서산에 해가 노루꼬리만큼 걸쳐 있던…"(54쪽), "계단이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하시던 말씀이 방 안 가득 쟁쟁하다"(54쪽), "하늘이 구름차일(遮日)을 잔뜩 둘러 주니…"(78쪽), "들국화 여러 송이가 연보랏빛 인사를 건넨다"(171쪽) 등.

 

수필가 김예희는 오래 교직에 종사하다가 정년퇴직을 했다. 은퇴는 연치(年齒)가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럼에도 그는 늘 젊게 살고자 노력한다. 환갑을 지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지금도 강의로 봉사로 또 교회 일로 쉴 새가 없다. 이런 삶이 앞으로 나올 제2 수필집의 좋은 글감들이 될 것이다.

 

그는 생각도 젊고 쓰는 용어도 그렇다. 시대에 뒤지지 않으려고 카카오톡 가족 그룹방을 만들어 함께 즐기며(32쪽), 페이스북까지 장착해서 SNS를 널리 활용하는 것이 신세대에 뒤지지 않는다(124쪽). 수필가 김예희는 동양 고전의 원천 한자(漢字)에 능하지만 젊은 세대 용어도 외면하지 않는다. 소개팅(맞선, 14쪽), 인기 짱(72쪽), 세종대왕(일만 원 권, 123쪽) 등의 단어에서는 옅은 웃음이 솟았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성실성

 

김예희는 순수한 사람이다. 평생을 아이들과 부대껴 살아 온 결과가 아닌가 한다. 그는 책 앞 '작가의 말 중'에서 그의 생활 철학을 세상의 두 축-사람과 일-이라고 했다. 난 이 표현에서 생략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의 두 축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고 (성실하게 임하는) 일이다.

 

따라서 사람 사랑과 일에 대한 성실성은 <생각의 삽질> 전편에 흐르는 주제어가 된다. 이 사랑은 가족과 학생 그리고 직장 동료를 넘어서 소외받는 이웃(노숙자, 123쪽) 나아가 산 짐승과(185쪽) 식물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171쪽). 그의 사랑은 대상이 무한대란 말이 된다.

 

일에 대한 성실성은 사람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될 때가 많다. 작가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정성껏 가르치는 교사였고 교육지원청에 근무할 땐 빈틈없는 행정가였다. 아버지가 지으시던 밭에 농사를 지을 때에도 성실함은 빠지지 않았다. 수필집의 제목 <생각의 삽질>도 '삽질의 지혜'(79쪽)에서 뽑아 올린 것이다.

 

수필가 김예희는 자상한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의 자호 '우봉(牛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지나치리만큼 우직한 성품을 갖고 있다. 이것은 빈틈이 없는 섬세함과도 통하는 말이다. 지방의 작은 출판사에서 만들어 낸 그의 수필집이 완벽에 가까운 데 놀랐다. 모르긴 해도 작가가 손수 교정을 본 게 이유이지 싶다.

 

환희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몇 개의 오탈자

 

하지만 눈을 씻으며 읽으면서 몇 개의 오탈자를 발견했다. 이것을 발견해 내고 환호하는 나는 도대체 뭔가. 온전함을 무너뜨렸다는 환희? '덧니를 속아내고'는 '덧니를 솎아내고'로(31쪽), '아니 탈 마음이'는 '아니, 탈 마음이'(56쪽)로 쉼표(,)를 넣어야 하고, '유래 없는'은 '유례없는'(168쪽)으로 고치는 것이 문맥에 어울린다.

 

'그 이후'는 유어반복으로 '그 후' 또는 '이후'로 하는 것이 좋고, 182쪽 '나타면'은 '나타나면'의 탈자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233쪽 '개관적인 면'은 '객관적인 면'의 오식이지 싶다. 이 책이 많이 읽히어 재판을 찍을 때 참고가 되면 좋겠다.

 

시, 소설 등 문학서엔 그 책에 대한 평론가의 해설이 책 끝에 실린다. 수필집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대부분 칭찬 일변도의 '주례사 비평'에 머문다. 김예희 수필집 <생각의 삽질>을 해설한 최병영은 그렇지 않다. 유려한 문장과 깊이 있는 진단으로 수필집의 가치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작가에 대한 비평가의 애정이 물씬 피어오른다.

 

수필가가 자신의 책을 펴내면서 '나의 문학관'을 자신 있게 피력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김예희는 첫 수필집 <생각의 삽질>에 '삶을 재조명하여 존재의 향기를 찾는 수필 미학'이라는 생각을 부기하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지나 온 길을 회상하면서 앞으로의 문학적 각오를 다짐하는 글이다. 책 읽기 전에 이 글을 정독한다면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수필의 맥(脈) 잇기를 바람

 

수필은 경험과 성찰, 관조(觀照)의 문학이다. 따라서 젊은 사람보다는 머리 희끗한 연배의 사람이 쓰기에 적당하다. 이 가운데 수필가 우봉(牛峰) 김예희가 있다. 그는 수필 쓰기의 적임자다. 이양하, 피천득, 안병욱 등의 뒤를 이어 우리의 수필 문학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우봉 선생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독자제현의 일독을 권하며 작가에겐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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