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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 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김창준 지음, 김원식 엮음 / 라온북 / 2016년 9월
평점 :
사드 반대 투쟁으로 쉴 틈이 없었다. 그래도 지구는 돌았고 세계는 변해 갔다. 미국 45대 대통령에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은 공교롭게도 김천 사드 반대 촛불집회 80일째 되는 날이었고 또 내가 대책위 수석 공동위원장을 사퇴한 날이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러나 미국 대선 후보들에 대한 좋고 나쁜 마음은 내게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은 그 선(線)이 애매모호(曖昧模糊)해졌지만 그동안 민주당에 마음을 조금 더 주고 있었다. 이유는 민주당의 정책 기조가 진보 개혁 성향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사는 김천은 사드 배치 철회를 목표로 넉 달이 넘게 투쟁 중이다. 사드 문제에 대해선 민주당의 힐러리보다는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일말의 기대를 갖게 된다. 트럼프는 국제 관계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잡고 있다. 한국에 배치할 사드도 재고하겠다는 말을 했다.
세계 최 강대국인 미국, 각종 여론조사와 국민이 예상한 것과는 달리 힐러리가 아닌 공화당의 트럼프가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힐러리가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대비를 해 왔다.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니!
도대체 도날드 트럼프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스쳐 지나간 소식 정도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마침 국제 정치를 전공한 지인으로부터 편지가 한 통 날라 왔다. 그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예상을 빗나가도 이렇게 빗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한 것이 이 책이다.
표지에 여러 개의 홍보성 글귀들을 달고 있다. 관심을 갖게 만들 뿐 아니라 읽고 싶은 충동을 유발시키는 문장들이다.
'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이 책의 부제목이 될 것이다. "지난 100년 간 이런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도날드 트럼프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을 예측한 유일한 책'
이런 소개도 표지면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유일 미 연방의원 김창준이 말하는 트럼프 현상의 본질, 트럼프 현상 이후의 미국 정치와 국제 정세, 그리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
책을 쓴 사람이 우리나라 출신 김창준이다. 그는 미 연방의원 3선을 한 사람이다.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한다.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가 취할 미국의 정치와 국제 관계에 대해서 예측하는 내용을 책에 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도 같이.
이 부분에 대해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를 김창준이라고 소개했지만 그를 온전한 저자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의 편자 김원식이 그를 만나 대담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트럼프에 대한 외국 언론 기사를 번역해서 첨부했고 편자 자신이 국내 언론에 기고한 글들도 중간 중간 삽입했다. 그렇다면 '김창준 저'라기보다 '김원식 편저'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책은 앞에 여는 글(김창준)과 대담을 시작하며(김원식), 뒤에 맺는 글(김창준)과 부록. 그 사이에 모두 4장으로 된 본 글을 싣고 있다. '여는 글'의 제목은 '지금 우리가 미국 대선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대담을 시작하며'는 '누구도 트럼프를 몰랐다', 그리고 '맺는 글'은 '한국 정치에 고함', '부록'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 주요 내용'을 요약해 싣고 있다.
본 글의 앞과 뒤에 이어 각 장의 제목도 먼저 일별할 필요가 있겠다. 사전 정보는 독서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장 '왜, 미국은 트럼프에 열광하는가?', 2장 '트럼프 vs 힐러리', 3장 '트럼프 허리케인이 몰고 올 영향', 4장 '무엇을 할 것인가'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 대담의 주 게스트인 김창준 연방의회 전 의원은 미 공화당 소속으로 되어 있다. 미국의 정치를 알 만큼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며 나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 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 일로 그는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187쪽).
김창준 전 의원과 편저자의 대담은 미국 대선이 있기 전에 이루어졌다. 김 전 의원은 대담에서 '트럼프 돌풍'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배경을 밝히고 이 돌풍이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 강풍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의 예고대로 트럼프는 떡하니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물론 김창준이 공화당 당원으로서 트럼프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 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귀담아 들어 둘 내용이 많다. 미국 국민이 트럼프를 원한 이유도 간명하다. 부동산 재벌에 지나지 않았던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외쳤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국제관계 등 모든 것의 중심을 자기나라 미국에 두겠다는 것이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버럭 오바마 정권 8년은 변화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흑인 대통령을 뽑았지만 흑인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서민을 위한 정부라고 호언했음에도 실업자는 더 많아졌고 그들의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글로벌리즘(Globalism)을 지향했음에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생각한 것처럼 확고해지지 않았다. 정치인들도 국민을 위하기보다 자기들끼리의 정치 생명 연장에 급급했다. 이런 것을 '막말의 대명사' 트럼프가 파고 든 것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에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단아 트럼프의 'America First!', 'Americanism'이 통했다.
김창준은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말은 참고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요구, 한국 국민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2017년 대선 출마를 꿈꾸고 있는 정치인들은 이것을 마음 판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김창준의 예언대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트럼프는 오바마 8년의 대북 정책에 대해 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한 것도 없다고 했다. 이건 정책 실패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는 김정은을 직접 만나 햄버거를 먹으면서 솔직한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북핵을 막겠다는 것이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를 그의 성격에 솔직히 불안감이 없지 않다. 허나 대북 정책에 변화의 물꼬가 트이면 좋겠다. 사드 배치 등 복잡한 문제들도 철회라는 카드로 정리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나 바라고 중국 러시아 등 이웃 나라들의 바람 아닌가.
후보 때와 대통령 당선 이후가 같을 수 없다. 더욱이 '막말의 대명사'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에겐 더욱 그렇다. 말에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와 측근들은 잘 알 것이다. 우리에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트럼프의 '미국 중심주의(America First)'에 대비해 다각도로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창준 전 의원은 우리에게 몇 가지 애정 어린 조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먼저 국무총리 대신 부통령제로 바꾸면 어떻겠는가를 제안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신껏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부통령은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외에는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192쪽). 미국이 이 제도를 따르고 있다.
또 총기 소지에 대한 정당성을 밝히고 있는 부분도 새롭다. 그는 미국에서의 총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총은 자기를 보호하고 독립을 가능하게 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독립할 수 있었던 원천적인 힘이 총기 소유에 있었다는 것이다. 인디언과도 싸웠고 영국과도 싸우면서 1776년 13개 주가 독립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게 총기 소유의 자유에 기인한다는 것이다(160쪽). 문화의 차이는 이렇게 큰 사고(思考)의 결과를 가져 온다.
김창준은 이 책을 펴내게 된 목적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못지않게 왜 미국이 트럼프에 열광하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트럼프와 트럼프 현상에 대한 공부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며 , 너무도 안일하게 '설마 망나니가 대통령에 당선되겠어?'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 한다."(8쪽 여는 글)
또한 편자 김원식은 이 책 출판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만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리는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또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는다고 해도 '트럼프 돌풍'을 불러 온 미국의 변화된 정치 상황은 그대로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비하자는 것이 김창준 전 미 연방의원과의 대담을 책으로 발간하는 이유이다."(11쪽, 대담을 시작하며).
이 책은 아카데믹한 내용이 아니다. 저널리즘의 범주에 더 가깝다. 정치인 김창준의 눈을 통해 바라 본 트럼프에 대한 상식선의 이야기이다. 그런 이야기조차 전혀 새롭게 수용되는 것은 트럼프가 의외의 인물이어서 그럴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인이 되어 있어 놀랐다는 영국 시인 바이런처럼 솔직히 도널드 트럼프 자신도 깜짝 놀랄 대통령 당선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 미국, 정치 경제 외교 문화 군사 등 어느 것 하나 눈치 안 볼 수 없는 나라 미국을 이끌어 갈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미국의 수장 트럼프 당선자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