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바행전
이강천 지음 / 푸른초장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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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요한 책을 읽을 때는 겉표지를 싸서 보는 습성이 있다. 주로 이론서들이 이에 해당되는데, 이 책들은 되풀이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보호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 같다. 이론서는 아니라 할지라도 정말 소중한 책들은 꼭 싸서 읽곤 한다. 책 내용의 소중함 이상으로 책도 소중하게 여겨져 혹 그 책에 작은 상처라도 가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에서이다.

이강천 목사의 <바나바 행전>은 후자에 속하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왜 하필 <바나바 행전>으로 정했을까가 처음 좀 궁금했다. "행전(行傳)"은 신약 사도행전의 바울과 베드로의 사역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복음을 전하면서 당하는 고통의 이야기에 붙이는 이름이다. 또 몇 년 전 아는 집사님을 비롯해서 몇 명의 평신도가 쓴 <일곱 집사 전도행전>이란 책도 그들이 전도하면서 겪은 애환들을 정리해 놓은 글이었다.

이 ‘행전’들에서의 공통점은 어렵고 힘든 고통 속에서 복음을 전하면서도 그들은 주님의  동행을 믿고 기쁨으로 그것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점에서 이강천 목사의 신앙 간증기인 이 글에 ‘행전’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기발한 아니 아주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바나바는 왜인가? 이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그가 전력(全力)하고 있는 목회자 재교육 훈련센타인 ‘바나바 훈련원’에서 따온 것일 것이다. <바나바 행전>, 고전미와 신앙적 안목 그리고 현대에 어필하고자 하는 책의 이름이지만 이름에 값하기는 그 내용을 읽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는 이 글이 어떤 장르에 속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이건 분명 수필의 범주에 속하는 글이다. 어떤 영역이건 개인의 인생 역정을 가감 없이 붓 가는 대로 써내려 간 글을 수필이라고 한다. 여기서 ‘가감 없이’와 ‘붓 가는 대로’에 강조점이 두어져야 할 터인데, 이강천 목사의 글은 여기에서 단연 앞자리에 위치해 있다. 왜냐하면 인생의 솔직성에다 신앙의 진실성까지 합쳐져 있어 ‘가감이 없기’ 때문이고, 문단까지 무시하고 문장 중심으로 글을 이끌어 갔기 때문에 ‘붓 가는 대로’의 자유를 맘껏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은 젊은이들을 겨냥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어떻게 보면 보잘것없는 한 목회자의 수기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우리는 이 시대에 고고하게 서 있는 한 영성의 대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강천 목사는 건강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체력이 약한 사람이고 또 어렵지만 녹록치 않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며 지적 수준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목회자이다. 하지만 그는 아주 겸손한 사람이다.

우리는 가끔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고 재력가를 만날 때도 또 대중이 선망하는 연예인들을 만날 때 우리의 부족함으로 인해 조금은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자들이 이강천 목사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해짐을 느낀다고 한다. 왜인가? 그의 고고한 영성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영성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특별히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이 있다. 그가 하나님과 영적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그것이다. 또 중요한 사역 뒤의 감동을 운문으로 덧붙인 시들이 그것이다.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하나님과 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영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며 또 고비 고비마다 놓치지 않고 감동과 은혜를 시로 표현한다는 것은 이미 시인이 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문학 작품까지 정독을 하는 나로서 하루 저녁에 책을 독파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십여 쪽을 읽고 있더니 눈 깜짝할 사이 백 몇 십 쪽을 일고 있었으며 또 잠시 후 보니 이백 쪽의 뒷부분을 읽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용을 간파하지 않는 건성의 독서는 절대 아니었다. 언뜻 성령이 함께 하시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모르긴 해도 이강천 목사의 대쪽같은 신앙심에다 문학적 재미까지 그리고 인간의 진솔성이 나도 모르게 이 책에 녹아들게 한 것 같다.

이강천 목사도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인생은 60부터’이다. 나는 이 책이 이강천 목사의 완결된 신앙 간증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나바 행전>은 아무 에필로그 없이 붓을 놓은 아쉬움이 없지 않다. 아마 그는 지금까지 해 온 사역보다 앞으로의 사역이 더 소중하게 주님의 일에 쓰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붓을 뚝 떨어뜨린 것은 그의 남은 사역을 기대해도 좋다는 선언 같이 받아들어져 도리어 후속 편을 고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 좋다. 마치 재미있는 연속극이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클라이막스에서 막을 내리듯이 말이다.

나는 요즘 책 선물을 더디 하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많은 책을 섭렵하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권할 만한 좋은 책이 많지 않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인 것 같다. 자신 있게 선물할 책을 발견했다는 것, 이것은 나에게 또 하나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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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사은품] 2008 알라딘 머그컵
알라딘 이벤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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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물, 책과 무관한 공책 수준. 큰 기대에 받은 더 큰 실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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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사은품] 2008 알라딘 머그컵
알라딘 이벤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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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물, 책과 큰 관계가 없는 공책 수준, 큰 기대 더 큰 실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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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선주 - 부흥의 새벽을 열다
길진경 지음 / 두란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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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대교회사를 공부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시대적 역할에 비해 연구가 너무 미진한 경우가 그렇다. 영계(靈溪) 길선주(吉善宙)도 그러한 사람 중 한 분이다.

우리나라 최초 목사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평양 대부흥운동의 주역으로서 그는 한국 교회사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목회 초창기 때는 사회운동에도 관심이 많아 독립협회 평양지회 조직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나아가 1919년 3.1운동 때는 민족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의 목회 나아가 민족운동에 대한 공과는 따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는 20세기 초반 우리 나라의 역사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아주 미진한 상태이다. 본격적인 연구 단행본이 없고 논문도 그 수를 손 꼽을 정도이다. 1970년대 그의 저작이 부분 정리된 적이 있지만 그가 쓴 글 뿐만이 아니라 그에 대해 쓴 글들도 한 자리에 모아 길선주를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을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1980년에 영계의 아들인 길진경이 <영계 길선주>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가장 지근 거리에서 본 아버지에 대해 쓴 글이라는 강점이 있긴 하지만, 전기(傳記)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료 가치는 다소 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워낙 자료가 빈약한 관계로 길선주를 연구할 때 많이 인용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절판되어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이 없던 터에 이번에 [두란노]에서 <길선주>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판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길선주 나아가 한국 초대교회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자신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나온 책은 순전히 교양 도서로 제작되었다. 한자 말을 거의 한글로 바꾸었고, 문맥도 젊은이들에게 친근하도록 부드럽게 다듬었다. 중간 중간 넣은 사진은 읽는 이들에게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런 탓으로 길선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에들에게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내용 파악을 위해 한자 말이 필요한 경우에 일일이 찾아 대조해야 하는 것 등이 그렇다.

이번 책의 재출간을 계기로 길선주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어 그가 역사에 끼친 공과가 잘 정리되기를 바란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을 향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가가 그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길선주도 이러한 점에서 재평가를 필요로 한다. 그에 대한 연구가 다각적으로 진행되어 단편이 아닌  총체적 평가를 내릴 때 그가 후대인들에게 객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교양 도서로 널리 읽힐 뿐만 아니라 길선주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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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 조동호 평전
이현희 지음 / 솔과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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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희 교수는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많지 않은 학자 중 한 분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사>를 비롯해서 굵직한 저서들을 공간한 바 있다. 역사에서는 관점이 중요한데, 이 교수는 중용의 관점으로 객관적 역사 서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특장을 그의 저서들에서 유지해 왔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쪽의 장점을 취하면서 서술의 필을 휘두르는 그의 펜이 그래서 힘이 있어 보인다. 

독립운동에 크게 기여했으면서도 빛을 발하지 못하는 한 활동가를 발굴 그를 역사의 수레에 동승시킨 것이 십 여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이 교수가 발굴해서 이 사회에 소개한 사람이 유정 조동호 선생이다. 유정의 사회주의 운동 이력이 발굴에 장애가 되었겠으나 이 교수는 일제시대 사회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었다며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래서 더 가치롭게 유정을 조명하고 있다. 

발로 뛰어 자료를 찾고 사람을 만나 구술을 받는 등 온갖 노력 끝에 10 여년 전 출판된 책이 <조동호 항일투쟁사>였다. 조동호 선생에 대해 학적으로 더 보탤 것이 없을 정도의 내용을 갖춘 연구물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충실한 역사 연구물은 가끔 대중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문체가 그렇고 글의 형식이 또한 그러하며 무엇보다도 한자가 많이 섞여 대중 특히 젊은이들이 가까이 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었다.

국가와 민족에 기여한 위인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야 그 가치가 제 값을 하게 된다. 유정 조동호 선생은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유정의 활동에 비해 그를 아는 국민이 많지 않았다. 이번에 이현희 교수가 이점을 극복하고자 순 한글로 <조동호 평전>을  출간한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로 생각된다. 이 책에는 <조동호 항일투쟁사>에 수록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들도 포함되어 있어 학문적 가치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독립운동가 조동호가 기독교인으로서 어려울 때 신앙에 어떻게 의지하며 독립운동에 헌신했는가를 밝힌 부분은 아주 새롭고도 흥미로운 영역이다.

이 책을 출간하고 바로 전국의 대학과 고등학교 도서관에 적지 않은 양의 도서를 기증하였다고 하니 학자로서 쓰는 작업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를 대중화하는 점에서도 실천적 모범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자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이상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 발전되어 왔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독립운동가들을 아는 일은 나와 직접 관련 있는 일일 것이다.

유정 조동호 선생도 일제시대 국내외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의 일념으로 활동한 분이다. 특히 독립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이데올로기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융통성 있는 운동가였다. 따라서 유정도 오늘날 우리 나라를 있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독립운동가 중 한 분이다. 이런 분을 쉬운 문체와 글로 소개한 이 책은 역사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뜻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나의 마음도 그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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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2007-09-16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사인 제가 충북 옥천에서 목회할 때, 그곳 출신 독립운동가 유정 조동호 선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9월 11일 유정의 53주기 추모제전이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있었는데, 이런 인연으로 인하여 제가 그 행사 기도 순서를 맡았었습니다. 뒤이어 <조동호 평전> 출판 기념 포럼이 있었는데, 이 글은 거기 참석하고 느낀 소감문입니다. 참고해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