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선주 - 부흥의 새벽을 열다
길진경 지음 / 두란노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한국 초대교회사를 공부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시대적 역할에 비해 연구가 너무 미진한 경우가 그렇다. 영계(靈溪) 길선주(吉善宙)도 그러한 사람 중 한 분이다.

우리나라 최초 목사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평양 대부흥운동의 주역으로서 그는 한국 교회사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목회 초창기 때는 사회운동에도 관심이 많아 독립협회 평양지회 조직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나아가 1919년 3.1운동 때는 민족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의 목회 나아가 민족운동에 대한 공과는 따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는 20세기 초반 우리 나라의 역사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아주 미진한 상태이다. 본격적인 연구 단행본이 없고 논문도 그 수를 손 꼽을 정도이다. 1970년대 그의 저작이 부분 정리된 적이 있지만 그가 쓴 글 뿐만이 아니라 그에 대해 쓴 글들도 한 자리에 모아 길선주를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을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1980년에 영계의 아들인 길진경이 <영계 길선주>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가장 지근 거리에서 본 아버지에 대해 쓴 글이라는 강점이 있긴 하지만, 전기(傳記)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료 가치는 다소 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워낙 자료가 빈약한 관계로 길선주를 연구할 때 많이 인용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절판되어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이 없던 터에 이번에 [두란노]에서 <길선주>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판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길선주 나아가 한국 초대교회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자신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나온 책은 순전히 교양 도서로 제작되었다. 한자 말을 거의 한글로 바꾸었고, 문맥도 젊은이들에게 친근하도록 부드럽게 다듬었다. 중간 중간 넣은 사진은 읽는 이들에게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런 탓으로 길선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에들에게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내용 파악을 위해 한자 말이 필요한 경우에 일일이 찾아 대조해야 하는 것 등이 그렇다.

이번 책의 재출간을 계기로 길선주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어 그가 역사에 끼친 공과가 잘 정리되기를 바란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을 향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가가 그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길선주도 이러한 점에서 재평가를 필요로 한다. 그에 대한 연구가 다각적으로 진행되어 단편이 아닌  총체적 평가를 내릴 때 그가 후대인들에게 객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교양 도서로 널리 읽힐 뿐만 아니라 길선주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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