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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 조동호 평전
이현희 지음 / 솔과학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현희 교수는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많지 않은 학자 중 한 분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사>를 비롯해서 굵직한 저서들을 공간한 바 있다. 역사에서는 관점이 중요한데, 이 교수는 중용의 관점으로 객관적 역사 서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특장을 그의 저서들에서 유지해 왔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쪽의 장점을 취하면서 서술의 필을 휘두르는 그의 펜이 그래서 힘이 있어 보인다.
독립운동에 크게 기여했으면서도 빛을 발하지 못하는 한 활동가를 발굴 그를 역사의 수레에 동승시킨 것이 십 여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이 교수가 발굴해서 이 사회에 소개한 사람이 유정 조동호 선생이다. 유정의 사회주의 운동 이력이 발굴에 장애가 되었겠으나 이 교수는 일제시대 사회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었다며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래서 더 가치롭게 유정을 조명하고 있다.
발로 뛰어 자료를 찾고 사람을 만나 구술을 받는 등 온갖 노력 끝에 10 여년 전 출판된 책이 <조동호 항일투쟁사>였다. 조동호 선생에 대해 학적으로 더 보탤 것이 없을 정도의 내용을 갖춘 연구물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충실한 역사 연구물은 가끔 대중이 접근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문체가 그렇고 글의 형식이 또한 그러하며 무엇보다도 한자가 많이 섞여 대중 특히 젊은이들이 가까이 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었다.
국가와 민족에 기여한 위인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야 그 가치가 제 값을 하게 된다. 유정 조동호 선생은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유정의 활동에 비해 그를 아는 국민이 많지 않았다. 이번에 이현희 교수가 이점을 극복하고자 순 한글로 <조동호 평전>을 출간한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로 생각된다. 이 책에는 <조동호 항일투쟁사>에 수록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들도 포함되어 있어 학문적 가치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독립운동가 조동호가 기독교인으로서 어려울 때 신앙에 어떻게 의지하며 독립운동에 헌신했는가를 밝힌 부분은 아주 새롭고도 흥미로운 영역이다.
이 책을 출간하고 바로 전국의 대학과 고등학교 도서관에 적지 않은 양의 도서를 기증하였다고 하니 학자로서 쓰는 작업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를 대중화하는 점에서도 실천적 모범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자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이상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 발전되어 왔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독립운동가들을 아는 일은 나와 직접 관련 있는 일일 것이다.
유정 조동호 선생도 일제시대 국내외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의 일념으로 활동한 분이다. 특히 독립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이데올로기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융통성 있는 운동가였다. 따라서 유정도 오늘날 우리 나라를 있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독립운동가 중 한 분이다. 이런 분을 쉬운 문체와 글로 소개한 이 책은 역사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뜻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나의 마음도 그래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