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이상하네요. 파트릭 모디아노와 노벨문학상이라. 스산하고 쓸쓸한 그의 소설 세계와 노벨문학상이라는 광휘가 왠지 잘 매치가 되지 않는 듯해서 말이지요.
제가 지니고 있는 그의 책들은 대부분 1990년대 후반에 출판된 것들입니다. 제대로 된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였고, 속표지에 이름과 연락처, 책을 산 날짜와 함께 짤막한 글을 적거나 함부로 책에 밑줄을 긋던 시절이었습니다.
지난 20세기만 해도(;;;) 모디아노의 책은 주로 책세상이나 세계사를 통해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오래된 책이다 보니 책장 정리를 할 때마다 어쩔까 종종 망설였고, 아파트 분리수거함까지 가져갔다가 허겁지겁 되찾아오기도 했지요. 스산한 뒷골목, 낯선 과거, 부유하듯 떠도는 인물들, 종적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비슷비슷한 인물들이지만 그 쓸쓸함은 조금씩 달라서 한동안 그의 소설에 중독되듯 빠져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팔월의 일요일들》입니다. 인지 붙어 있던 시절이 그립네요.)
(출처 : http://www.babelio.com)
소설 쓰는 분들도 파트릭 모디아노의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지요. 개인적으로는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와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이 매우 유사한 지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디아노는 감상적이지 않으면서 특별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문체를 구사합니다. 군데군데 지워지고 흐릿해진 여백이 여러 인물들의 삶에 안개처럼 겹치거나 스며들면서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인상을 자아내지요. 그건 아마도 나와 당신, 그 혹은 그녀의 삶이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매우 복잡하면서도 애처러운 그 무엇임을 건드리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설사 나를 아프게 하거나 속이고 달아났던 사기꾼의 인생이라 할지라도요. 그래서 종국에는 흩어져 버릴 것임을 알면서도 계속 그 유령 같은 인물들 근처를 서성이게 되는 것이겠지요.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좋은 소설에 돌아가는 보상은 그 소설을 사랑하던 독자도 들뜨게 하는가 봅니다.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절판되었던 그의 다른 소설들도 다시 새 옷을 입고 만나게 되겠지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아래 책들도 곧 다시 출판되기를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