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정수복 지음 / 로도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책탐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을 질문. 나의 책탐이란 혹 방향성 없는 호기심은 아닌지, 이제는 그만 나침반을 꺼내들고 바늘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가며 독서할 때가 아닌지.



정수복의 《책에 관한 7가지 질문》은 앞서 언급한 질문을 포함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찾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한번쯤 귀 기울여 볼만한 독서론을 담고 있다. 책에 관한 책을 주제로 쓰인 그의 두 번째 연작으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질문하고 답하는 글인 동시에 평소의 독서습관을 점검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빼곡하게 수록하고 있다. 또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경험과 상상력을 활용하기보다는 기존의 연구 성과를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조심스레 쌓아가는, 다분히 학자적 입장에서 쓰인 글이다. 말하자면 책에 관한 발언, 책에 관한 책에 있어서는 강박적이라 할 만큼 엄청난 범위의 독서를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그만의 분류체계에 따라 재편,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때문에 특정 분야의 객관적인 정보(고전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가리키는 것인지, 책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와 조언(왜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책 중독의 위험성, 책을 잘 읽기 위한 계명들 등)뿐 아니라 책에 관한 시류적 담론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매우 요긴한 도움을 준다. 책에 관한 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같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때론 이 수많은 정보를 굳이 문장 형식으로 열거해 지루한 인상을 줄 필요가 있을까 싶은 부분도 있지만(이런 정보 제공 내용은 차라리 도표나 자료 형식으로 제시되었으면 더 잘 와닿았을 것 같다) 실질적인 본론에 해당하는 <4장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와 <5장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이르면 꾸준히 한 분야의 주제에 천착해 온 저자의 공력이 조금씩 공감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책에 중독된 사람들의 증상을 설명하는 부분이라든가 책만 사서 읽다가 책값으로 재산을 탕진해 도성 밖으로 이사할 지경이 되었다는 조선 후기의 과학자 최한기의 일화가 꼭 그랬고, 틈틈이 독서를 하면서 매번 관심 있는 책을 사서 모아두는 것이 취미라는 어떤 이의 이야기에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나 또한 절판이 되면 구매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몇몇 주제의 책들을 조금씩 모으고 있는데, 때가 되면(?) 그렇게 모아둔 책을 읽으며 희노애락의 격랑에서 한 발짝 물러나 견디지 않아도 될 사람은 견디지 않을 자유를 누리며 노후를 보낼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평소 시력을 아껴써야 하며,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양적으로 축적된 난독亂讀이 어느 순간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을 소설가 김원우와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안정효, 소설가 오정희, 이승우, 김탁환 등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던 사람들을 꼽으면서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무차별적으로 많이 읽다 보면 머릿속이 꽉 차 오르다가 책의 내용들이 자신의 체험, 경험, 문제의식과 결합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가 되는 순간이 온다. 이런 방식의 독서를 '빅뱅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내용과 갈래, 서로 다른 주제와 수준을 지닌 책들의 내용이 얽히고설키어 무질서한 혼돈의 상태를 이루고 있다가 어느 순간 '펑' 터지면서 질적 도약을 이루며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194-195쪽)


저자는 이처럼 독서를 통해 세상과 인생을 보는 나름의 관점과 시각을 마련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독서를 통해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 삶을 살기를 권한다. 이는 일견 모범답안같은 결론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거기에서부터 자신만의 또 다른 질문과 현기증이 시작되는 건 아닐는지. 옥타비오 파스의 문장을 빌려와 독서를 '자유롭게 선택한 현기증'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은 그런 점에서 매우 탁월한 비유로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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