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메시지 - 차범근에세이 1
차범근 지음 / 우석출판사 / 1997년 12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우연히 '차범근'이라는 이름에 집어든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밤중에 혼자 많이 킥킥거렸다. 그러면서 든 생각, 아..1년 전만 해도 나한테는 이런 얘기가 별 재미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축구광이 되어가긴 되어가는구나.

차범근씨가 모 스포츠 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묶은 책으로, 책 속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시기는 그가 80년대 후반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짓고 한국으로 돌아올 무렵이다. 이 책이 출간된 97년 이후로 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더더욱 그가 한국 축구의 영웅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분데스리가에서 선수로 뛰면서 겪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 그리고 한국 축구에 대한 차범근씨의 생각과 의견이 주로 등장해서 때로 무겁고 심각하기도 하지만, 독일에서의 차범근씨 가족들의 생활이나 지금은 중견 이상이 된 우리 축구인들에 대한 이야기 부분은 또 굉장히 솔직하고 재미있었다.

사실 제일 많이 웃은 부분은 이제 어엿한 국가대표로 자란 차두리 선수에 대한 이야기들. 글을 쓸 당시 공차기 좋아하는 꼬마 '두리'의 모습을 아버지 차범근씨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쓰고 있는데, 지금 차두리 선수가 읽는다면 '아빠! 창피하게 이런 얘기를!'이라고 툴툴거릴만한 부분도 꽤 있어서 혼자 아주 즐거워하면서 읽었다(그렇다고 차두리 선수에 대한 호감도가 절대로 낮아지지는 않았다). 하긴 워낙 서글서글하고 시원시원한 두리선수는 한두번 툴툴거리고 또 씨익 웃어버릴 거 같지만 말이다. 행복한 축구인,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참 소박하고 건강한 영웅으로서의 차범근씨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차범근씨를, 차두리 선수를, 그리고 한국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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