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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 - 스물세 가지 일상과 스물세 가지 지혜
박동욱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평점 :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시험을 위해서 접했었기 때문인지, 한시라고 하면 난해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과거의 한시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만나볼 수 있는 한시 모음 책이라기에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크게 두장으로 나뉘어 있는 '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에는 각 장마다 23가지 주제로 총 46가지 주제의 한시 모음이 있었다.
주제들은 무더위, 강추위, 달력, 송년, 아이의 출생 등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주제도 있었고, 노비, 선연동, 채빙과 같이 이제는 보기 힘든 일상의 주제도 담겨 있어서 달라진 과거의 모습과 현재로 이어지는 과거의 모습을 함께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
사람사는 모습은 어디나 매한가지이다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던 몇몇의 짧은 한시들중에 몇가지 기억에 남는 한시를 꼽아보았다.
작년에도 여전히 그런사람
올해도 여전히 그런사람
내일이면 새해가 시작되나니
해마다 같은 사람 되지 말기를
이식 '제야'
2023년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안되고 이 책을 읽어서인지
왠지 나에게 하는 말인듯 콱콱 와닿았던 짧은 한시.
올해의 다짐으로 삼아도 좋겠다 싶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나이가 마흔이 돼도 이미 많다 말하는데
오늘 한 살 더 먹으니 또 마음이 어떻겠나.
이제부터 우물대다 쉰 되게 생겼으니
가련타 거센 물살 머물게 할 계책 없음이.
이정형 '기축년 새 달력에 쓰다'
이 짧은 한시를 보고 옛날 사람이고 지금 사람이고 해가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는게 그저 유쾌하지만은 않은건 똑같구나 싶어 혼자 웃으며 보았었다.
아마 나도 일기나 다이어리를 썼다면 이런 내용의 글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ㅎㅎ
46개 한시 모음 중 가장 인상깊었던 한시는 바로 이 심익운, '세간의 자장가에 부연하여 지은 노래' 라는 한시였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때도 아이를 재우며 부르는 자장가가 있었구나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고, 또한 한시로 기록으로 남아있는게 있다는게 가장 재밌고 놀라웠다.
물론 조금은 어렵게 다가오는 한시들도 있었지만, 한시라는게 그냥 막연하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
옛 문학의 세계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한걸음 발 디딜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