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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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수요일토요일 #도서협찬

관계 속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


죽는 것이 소원인 15세 린다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여전히 기다리며 점점 기억을 잊어가는 86세 노인 후베르트. 린다가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에 후베르트를 돌보며 쌓아가는 시간들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었다.


아직 꿈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을 나이인 15살이지만 하고 싶은 것이라고는 달리는 자동차 앞으로 뛰어들어 죽고 싶은 것뿐인 린다.

40년간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단 한 번도 익사사고를 내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점점 아내도 자신도 누구인지 기억이 사라져 가는 노인 후베르트.


이 두 인물이 만나는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했었다.

그저 따뜻하지만은 않고, 어려운 상황도 있지만 하루하루 그들의 시간이 단단하게 쌓아올라가는 모습들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기다리는 사람 있어요?" 내가 묻는다.

"아내." 그가 대답하고 현관문을 가리킨다.

"지금 어디 있는데요?"

"장 보러 갔어. 올 때가 됐는데."

나는 로잘리가 7년 전에 죽었다는 말을 그에게 하지 않는다. 내 눈에 그가 사는 세상은 괜찮아 보인다.


후베르트는 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를뿐더러 누가 자기 가족인지, 자기가 가족이 있기나 한지 모른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허공에 붕 뜬 상태인데, 그게 어떤지는 전문가인 내가 잘 안다. 정말 재미없는 상태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잠시 그저 숨어있던 것처럼 느껴진다. 후베르트는 그냥 개를 데리고 있는 노인이고, 치매는 태평양에 있는 머나먼 섬 이름 같다.


"드디어 자유롭게 됐군요.: 나는 이렇게 속삭이며, 후베르트가 파란 하늘을 따라 산책하며 작업화를 신고 느긋하게 별을 밟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저 내가 아직 남아있으니까. 많은 것이 무너질수록 모든 것을 지키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나 슬프고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병인 치매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지만 그저 슬프고 힘들지 않고 돌봄을 통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모습이 잔잔하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관계도 나를 단단하게 세워줄 수 있다는 걸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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