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 피플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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я 쓰기 전 я


정말 오랜만에 쓰는 리뷰다.(9월 첫 리뷰!)


써야하는데 써야하는데 하면서 자꾸 조금씩 쓰는 걸 미뤘다. 하루에 한 3줄 썼나??


두꺼운 책 하나 읽기 시작하니 덕분에 한 주의 책 모두가 밀려버린 상황이었다.


이거 말고도, 이 책 이전의 책이었던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도 쓰고 있다.


진도가 안 나가는게 문제지만... 덕분에 [마음사전]도 밀린 이번 주;;


어쨌든, 한 주의 책을 읽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그곳에 적힌 책은 책임지고 다 읽고 쓸 예정이니까.


다만 조금 늦게 쓸 뿐. 차차 다 쓸 수 있길 바라면서,


지지난주 책인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에 대한 리뷰를 남긴다.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겹쳐, 현실을 돌아본다.

[뤼미에르 피플](한겨레출판) - 장강명



ㅁ 책의 큰 카테고리는 연작소설이다. 


서울 신촌에 있는 '뤼미에르 빌딩' 8층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각자의 단편소설의 묶음이다. 


같은 빌딩이라 이야기들 사이에 간간히 다른 방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향을 대단한 영향을 주진 않는다. 


마치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계처럼 각자의 이야기는 스치듯 흘러간다. 


그러나 각자의 이야기 속 하나의 알레고리가 담겨있다.



ㅁ 그 알레고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책을 펼치자.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읽는 게 훨씬 와닿는 게 많다. 이런건 말로 설명해선 안된다. 


굳이 설명하자면, 바로 리뷰의 제목.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겹쳐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 


모든 이야기가 한 구조속에서 여러 갈래로 튀어나온다. 현실을 다시 돌아본다는 걸 굳이 설명해야할까. 


단지 소설의 배경이 서울 신촌이라는 점에서, 이미 현실의 어떤 주제가 담길지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건 또 다른 문제다.



ㅁ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어떤 환상속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다. 


마치 현대에 만들어진 설화가 아닐까. (정말 먼 미래에 지금 시대의 설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설화는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를 일컫는데, 


구전되다보면 발생하는 필연적인 꾸며낸 부분, 말도 안되는데 그랬다고 말해지며 전해진 이야기.


딱 그런 느낌이다. 


호랑이가 담배를 필 수 없는 걸 잘 알면서도, 설화에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유다. 


[뤼미에르 피플] 역시 그런 환상이 반영된다. 


지하도를 다니는 쥐들의 왕국이 있다던지, 박쥐가 되는 사람이 있다던지, 


그런 게 없는 걸 잘 알면서 마치 정말 어딘가에 돌아다니고 있을 핍진성이 드러난다.


거기서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ㅁ 그렇다면 그 오버랩된 소설 속 신촌, 뤼미에르 피플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각자의 이야기가 말하는 바가 다 다르다. 


현실에 느끼는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여 그 탄생과 소멸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하며,


정반대의 인생관을 상상하며 무의미한 허무감을 슬며시 흘리기도 한다. 


환상과 섞여 있어서 슥슥 읽다보면 깨닫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조금 읽으면서 곱씹는 과정을 덧붙인다면, 


뒤늦게 '아아...'라고 툭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걸 느끼는 순간, 이 책은 그 가치를 다한 것이리라.


하지만 책에서 그러듯, 저자가 뭔가 의도를 반영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묘하게 깨닫는 걸 찾을래도 어려운 이유가 아닐까. 


다만 우리가 글을 읽고 나름의 해석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읽는 사람은 거기에서 의미를 건져낼 수도 있겠죠. 그건 제 알 바가 아닙니다. 사람은 벽지 무늬나 하늘의 구름, 얼룩을 보고도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벽지나 구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804호 마법메미 中 (p. 122)


다만,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소설들의 의도를 조금 알게 된다.


 물론 그게 내가 생각한 의도와는 아주 다르다. 


고로 나만의, 쓴 사람의 의도와 관계 없는 해석을 했다.


역시... 읽기 나름이고 읽는 사람 나름이고 읽는 시기 나름이라는 걸 또다시 깨닫는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좀 기괴하긴 해도 내가 르메이에르 3차 빌딩과 그 주변을 사랑한 흔적이다.


p. 355


ㅁ 개인적으로 이런 소설류를 좋아한다. 

내용적인 면이나, 서사적인 면이나, 진행력조차 참신하다. 너무 좋다. 


묘하게 겹치면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스토리간의 관계와 실제 신촌에 가면 있을 법한 이야기.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느낄만한 여러 시점이나 간간히 등장하는 교훈. 


'이런게 정말 소설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책. 뤼미에르 피플이었다. 


지금도 그곳에 뤼미에르 피플들이 어떤 환상과 현실의 중첩된 공간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며칠동안 신촌에 가면 항상 생각날 것 같다. 환상 속 그들의 이야기가.




я 밑줄 단어 뜻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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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고리 : 표면적인 이야기나 묘사 뒤에 어떤 정신적, 도덕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는 비유.

알레고리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만 그냥 은유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늘 단어 뜻 알게 되어서 한 번 사용해보았다.


*핍진성 :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불분명할 때, 외부 시점에서 '진실에 가깝다고 믿어질 만한 정도'를 이르는 형이상학적 성질. 한마디로 사실 같은 거짓인 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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