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뒹굴며 온종일을 나른하게 보낸 휴일날 저녁은, 베트남국수전문집에서 ‘마늘소스 닭 어깨 튀김’과 ‘잘 익힌 양지 쌀 국수’ 같은 것으로 때우곤 한다. 독특한 맛과 향에 이끌려 자주 찾는데, 담배를 끊고서 바뀐 취향이다. 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입에도 대지 않았던 자스민 차는 이제 그 향을 꽤 즐긴다.
담배를 끊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사람들은 말한다.
사는 것이 재미없다면, 뭔가를 변화를 주고 싶다면 오히려 담배를 끊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가장 큰 걱정은 그랬다.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 간간히 어쨌든 담배를 피워야 할 것만 같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먼산만 쳐다본다거나 볼펜만 돌린다면 (이 버릇도 없어졌는지 오래다) 뭔가 좀 어색하고 이상할 것 같았다.
그러나 담배를 끊고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글이 잘 안 쓰여져도 그냥 먼산만 쳐다보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은 동네 담배가게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공원 벤치에 가만히 앉아 몇 시간이고 방해받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새롭고 멋지게 말이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