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다. 너무나 행복한 마음으로 길을 걷던 새벽에 길연씨가 불쑥 부탁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자신 있게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대답을 하고 길연 씨의 눈을 바라보았다. 길연 씨의 부탁이란 바로 담배를 끊어달라는 것이었다. 자기는 불편해도 참을 수 있지만 나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길연 씨의 말에 나는 머리가 멍하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그렇게 불편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줄기차게 담배를 피운 날들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 여자라면 내가 기분 좋게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느꼈다.
그 순간부터 나는 10년 넘게 피운 담배를 끊었다. 이제 그로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내와 심하게 싸우고 나서 피운 몇 개비를 제외하고는 내가 봐도 기특할 정도로 담배를 잘 참고 있다. 그리고 담배와 헤어지면서 나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다. 나의 확신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범준.장길연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