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본다. 전에는 나도 꽤 괜찮았다. 여자 마음을 훔치는 도적 같은 얼굴에 검은 머리도 많았다. 언젠가 한번은 심심해서 검은 머리카락을 세어 보고 싶었는데 너무 많았다. 지금은 한 가닥 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나의 검은 머리카락.

왜 매년 사진만 찍으면 내 모습이 점점 보기 딱할까?
사진사를 바꿔야 할까 보다. 좀더 젊은 사람으로?
왜 매일 아침 거울만 들여다보면 내 모습이 점점 보기 딱할까?
낡은 거울이라 새 걸로 바꿔야 할까 보다‥‥

주름은 깊어지고, 검버섯은 늘어 가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간다. 피부는 주름이 잔뜩 져서 늘어지고 있다. 이러다 주름에 발이 걸리고 말겠다. 나는 늙은 코끼리를 닮아 가고 있다. 곧 아이들이 나를 보면 겁내겠다. 내가 날 봐도 추해 보인다.

어쩌면 겨울이어서일까?
겨울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여름에도 마찬가지라.


장-루이 푸르니에의 <나의 마지막 남은 검은 머리카락 하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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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오세요.”
함께 사진을 찍자는 나의 말에 어머니는 망설이는 기색이셨다. 어쩐 일일까?
“니들끼리 찍어라. 나이가 들면 사진 같은 것 잘 안 찍는다.”
아, 또 나는 잊고 살았구나, 어머니가 오래 전에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을…
집에 있는 앨범들을 아무리 찾아봐도 어머니의 젊은 날 사진이라고는 흑백 사진 몇 장 밖에 없었다. 그 시절은 누구 결혼식이나 어쩌다 하는 여행 때나 기념으로 사진 한두 장 남기는 정도였다. 그런 까닭일까? 어쩌면 아들의 눈에는 안타깝게 흐른 어머니의 세월과 무관하게 어머니는 영원히 어머니로서 남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멋진 풍경이나 명소를 배경으로 하는 기념 사진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가끔 내 얼굴에 대한 기억이 필요해 기록을 위한 증명사진 수준의 사진을 남긴다. 내 서재에는 그런 사진들이 액자로 놓여져 있거나 프린팅되어 걸려져 있다.
좀 더 젊었을 때의 내 사진을 보고 아이가 대뜸 의심부터 한다.
“이거 아빠 아닌 것 같다”
내 얼굴을 이리저리 찬찬히 뜯어본다. 그 사진 속의 내가 영 낯선 사람인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나는 언제까지나 다른 이유 없이 그냥 아버지로 살 것이다. 내가 늙어도 여전히 지금처럼, 사진 속의 아버지가 자신보다 훨씬 젊어도 아버지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버지 어머니가 노인으로 보일 때도 올 것이다. 그때서야 인생의 ‘잘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만큼 행복한 일 또한 없을 것 같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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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미지 않아 아름다운 마음

      찬란하게 빛나는 영롱한 빛깔로 수 놓아져 아주 특별한 손님이 와야 한 번 꺼내놓는 장식장의 그릇보다 모양새가 그리 곱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언제든지 맘 편하게 쓸 수 있고 허전한 집안 구석에 들꽃을 한아름 꺽어 풍성히 꽃아두면 어울릴 만한 질박한 항아리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적당한 중재를 할 수 있더라도 목소리를 드 높이지 않고 잠깐동안의 억울함과 쓰라림을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꾸며진 미소와 외모보다는 진실된 마음과 생각으로 자신을 정갈하게 다듬을 줄 아는 지혜를 쌓으며 가진 것이 적어도 나눠주는 기쁨을 맛보며 행복해할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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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잔잔하고 은은한 사랑 한 젊은 연인의 고백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통통 튀는 젊음과 활기찬 사랑이 너무도 자랑스러웠습니다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고 모든 이벤트들이 자신들의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거리를 걸어다녔고, 세상에서 자신들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에 빠져 있다는 환상적인 착각을 즐겼답니다. 그런 그들이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한 노년 부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부부는 아무 대화도 없이 조용히 식사만 하고 있었답니다. 젊은 연인은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사이에도 할 말이 없어지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약간 가여워 보이기까지 했지요. 그들은 자신들이 젊다는 것과 열정적으로 사랑 한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그들이 식탁을 떠나면서 노년 부부 사이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둘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무런 대화도, 관심도 없는것처럼 묵묵히 앉아 있다고 여겼던 두사람이 식탁 밑으로 손을 꼭 붙잡고 있었던 거지요 단지 손을 마주 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사랑해왔기에 아무 대화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연인은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한 자신들이 부끄러워졌죠. 사랑은 젊고 열정적이 않아도 좋습니다 화려하고 상큼한 사랑은 물론 보기 좋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변함 없이 그 자리를 지켰고, 흔들림 없이 서로를 지켜준 사랑만큼 빛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한순간에 불타오르는 열정보다는, 상대방을 말없이 비추어주는 은은한 등불일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 나랑 닮은 사람에게 주고 싶은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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