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으로 오세요.”
함께 사진을 찍자는 나의 말에 어머니는 망설이는 기색이셨다. 어쩐 일일까?
“니들끼리 찍어라. 나이가 들면 사진 같은 것 잘 안 찍는다.”
아, 또 나는 잊고 살았구나, 어머니가 오래 전에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을…
집에 있는 앨범들을 아무리 찾아봐도 어머니의 젊은 날 사진이라고는 흑백 사진 몇 장 밖에 없었다. 그 시절은 누구 결혼식이나 어쩌다 하는 여행 때나 기념으로 사진 한두 장 남기는 정도였다. 그런 까닭일까? 어쩌면 아들의 눈에는 안타깝게 흐른 어머니의 세월과 무관하게 어머니는 영원히 어머니로서 남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멋진 풍경이나 명소를 배경으로 하는 기념 사진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가끔 내 얼굴에 대한 기억이 필요해 기록을 위한 증명사진 수준의 사진을 남긴다. 내 서재에는 그런 사진들이 액자로 놓여져 있거나 프린팅되어 걸려져 있다.
좀 더 젊었을 때의 내 사진을 보고 아이가 대뜸 의심부터 한다.
“이거 아빠 아닌 것 같다”
내 얼굴을 이리저리 찬찬히 뜯어본다. 그 사진 속의 내가 영 낯선 사람인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나는 언제까지나 다른 이유 없이 그냥 아버지로 살 것이다. 내가 늙어도 여전히 지금처럼, 사진 속의 아버지가 자신보다 훨씬 젊어도 아버지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버지 어머니가 노인으로 보일 때도 올 것이다. 그때서야 인생의 ‘잘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만큼 행복한 일 또한 없을 것 같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