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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차 바닥에 그려진 그와 나의 그림자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선배의 머리가 까막까막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가 내 어깨에 닿아서 금방이라도 그와 내가 하나의 그림자로 포개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얼음 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그에게 비스듬히 어깨를 기울여 보았다. 그에게 다가가는 시간은 그와 내 거리가 1미터도 넘게 떨어져 있는 것처럼 오래 걸렸다. 하지만 정작 그의 머리가 내게로 가까워지자 나는 바보처럼 놀라서 재빨리 어깨를 움츠렸다.

혹시 그가 잠에서 깨어 내 맘을 눈치챈 거 아닌가 싶어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여전히 졸고 있었다. 가까이서 그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커다란 키와 갸름한 얼굴에 잘 어울리는 웨이브 머리, 선탠을 한 것처럼 가무잡잡하고 매끄러울 것 같은 피부, 진하고 긴 속눈썹과 반듯한 콧날, 그리고 또렷한 입술 선. 나는 그의 입술을 보다가 그만 부끄러워서 얼른 시선을 내려버렸다.

<한국의 명수필 2>, 김유진의 '7월을 닮은 남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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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빛은 영원히 똑같은 색깔로 빛나지는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미움으로 변해가는 것을 발견하는 당혹스러움과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랑이 진실했다면, 처음 그 사람을 새롭게 알게 되고 또 그 사람이 나의 삶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한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고 해도 사랑을 느낀 그 순간은 한 장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남아, 그 이후도 오래토록 순간 순간 그 사랑을 기억하고 믿게 한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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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렇게 변해가는
        들판을 바라보며
        나는 진한 가을로
        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끈끈한 봄바람도 아닌
후덥지근한 여름바람도 아닌
칼바람 처럼 추운 겨울도 아닌
샤워후의 산뜻함처럼
온 몸을 시원하게 감싸안는
가을 바람이 나는 좋습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낙엽들도
나는 꽃잎으로 보이고
바람에 술렁이는 억새소리도
저 멀리서 들려오는
그리운 님의 노랫소리로 들립니다.







나는 가을바람에 실려
아주 멀리 훨훨 날아가는
한마리 작은새되어
파란 하늘로 날아가고 싶습니다.







날다가 날개가 아플때면
어디에라도 살풋이 내려앉아
자연속에 내 한몸 맡기고
평화로운 꿈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 귀에 속삭이는 가을 바람에
기지개켜고 일어나
어딘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습니다.
끝 없이 펼쳐지는 미지의 세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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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는 마음과 용서하는 마음 마음에 상처가 있다면 꽃밭에 뿌려 놓은 씨앗은 싹이 나지 않으며 모래밭에 뿌려진 씨앗처럼 뿌리를 내리지도 못합니다. 생명력이 살아 있는 마음은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고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은 혈관의 흐름이 살아 있는 영혼이 맑은 육신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의 문도 닫아 두고 눈이 먼 것도 모르고 살아가며 밝은 세상의 환한 빛도 볼 수 없는 보이지 않은 눈동자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마음에 상처가 있다면 마음의 문이 닫혀서 기쁨도 모르고 즐거움도 모르고 행복을 느낄 수도 없게 됩니다. 더 늦기 전에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환한 빛의 의미를 깨우친다면 상처를 주지 않는 말 속에 기쁨이 있어 서로 주고받는 대화는 당신의 영혼이 먼저 맑아질 것입니다. - 안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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