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는 결심했다. 1월 1일 아침 일찍 신들의 아버지 주피터의 궁전에 참배하러 가는 도중에 만난 세 번째 남자를 내 평생의 남편으로 삼자. 주피터 신이시여, 부탁드리나이다. 좋은 남편을 보내 주시옵소서, 라고.
새해 첫날 새하얀 헝겊을 머리부터 쓰고, 나는 듯이 집을 나섰다. 숲 속 좁은 길에서 첫 번째 남자와 만났다 보기에도 지저분한 털북숭이 신이었다. 숲 출구 자작나무 밑에서 두 번째 남자와 만났다. 비너스의 발은 딱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늠름한 미남자였던 것이다. 아침 안개 속을 팔짱을 낀 채 비너스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아, 이 사람이다. 세 번째는 이 사람이다. 두 번째는, 두 번째는 이 자작나무야."
그렇게 소리치고 늠름한 넓은 가슴에 몸을 던졌다. 주어진 운명의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기다가, 중요한 때에 획 몸을 틀어 보다 나은 운명을 만든다. 숙명과 하나의 인위적인 기술, 비너스의 결혼은 행복했다 그 대장부야말로 주피터 신의 아들, 천둥번개의 정복자 발칸이었다. 큐피드라는 사랑스런 아이도 생겼다.
다자이 오사무의 <나의 사소한 일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