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더라?
전동차에서 눈이 마주친 한 여자가 어디선가 본 듯 낯이 많이 익었다. 나는 아주 옛날까지 생각 속을 뒤져보지만 그녀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여자도 나와 같은 느낌인지 그 다음 역에서 내릴 때 잠시 깊은 눈길을 내게 건넸다.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져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어쩐지 비현실적이고 아련한 꿈같았다.
그날 이후로도 가끔씩 생각이 나지만 그때마다 여전히 그 여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자는 그 순간 나를 알아봤거나, 지하도를 천천히 걸어 올라가 햇빛 속에 나를 기억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서로의 그리움이 닮아서 그랬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