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바닷가로 가슴을 열고 있는 마을을 지나 우리는 도착한다. 노랗고 푸른 세계로 들어가면 알제리의 여름의 대지가 향기 자욱하고 매콤한 숨결로 우리를 맞이한다." (「티파사에서의 결혼」, 『결혼 ·여름』)
노란 것은 땅과 폐허이고 푸른 것은 바다와 하늘이다. 몬드리안식추상의 캔버스.
"도처에 장밋빛 부겐빌레아꽃이 빌라들의 담 너머로 피어오른다. 뜰 안에는 아직 창백한 붉은빛의 부용화가 잎을 열고 크림처럼 두툼한 차양 장미와 푸른 붓꽃의 섬세한 꽃잎이 흐드러지게 핀다. 돌은 모두 뜨겁게 단다. 미나리아재비꽃빛 버스에서 우리가 내릴 즈음 푸줏간 고기장수들은 빨간 자동차를 타고 와서 아침 행상을 돌고 나팔을 불어 사람들을 부른다" (「티파사에서의 결혼」, 『결혼 여름』)
카뮈가 노래했던 티파사와는 달리 오늘의 마을엔 사람의 왕래가 드물다. 마을을 점령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5월의 찬란한 빛이다.
김화영의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