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의 것입니다. 지팡이가 나그네의 소유이듯이. 그대를 받쳐 드리지 못합니다마는. 나는 그대의 것입니다. 왕홀(王忽)이 여왕의 소유이듯이. 그대를 부자로 만들어 드리지 못합니다마는. 나는 그대의 것입니다. 마지막 작은 별이 밤의 소유이듯이. 비록 밤이 그 별의 존재를 거의 모르고 그 희미한 별빛을 알지 못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김수연 편역 <연애의 증거>, ‘발 없이도 그대에게 갈 수 있고’ 중에서
1897년 6월 8일 뮌헨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루 살로메에게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