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간이라는 옷감에서 이 한순간을 오려내는 것을 허락해주기 바란다. 다른 사람들은 책갈피 속에 한송이 꽃을 접어 넣어 사랑이 그들을 스쳐 지나가던 어느 산책의 기억을 그 속에 간직한다. 나도 산보를 한다. 그러나 나를 어루만져주는 것은 하나의 신(神)이다.
인생은 짧은 것이기에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나는 활동적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활동적이라는 것도 너무나 일에 골몰하여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고 보면 그 역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오늘은 잠시 활동을 정지하고, 나의 마음은 제 자신을 맞으러 간다. 아직도 불안으로 내 가슴이 조여 드는 것은 잡히지 않은 이 순간이 손가락 사이로 마치 수은 방울처럼 미끄러져 나가는 것을 내가 느끼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의 <안과 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