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 박노해 <가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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