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보이지 않는 곳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우리가 깨닫는 것 이상으로 가까이에 있는 어디에선가(가령, 어느 길거리 혹은 이웃 지역 어느 곳에선가)누군가가 태어나고 있다. 또 다른 어떤 곳에서는 한밤중에 자동차 한 대가 텅 빈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바로 그 밤에 어느 남자는 판자에 못을 박고 있다. 우리는 이 어떤 것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씨앗 하나가 보이지 않지만 땅 속에 꿈틀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꽃들이 시들고 건물들이 올라가고, 아이들이 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것이 일어난다. 그것이 계속 일어나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어디에 있었는지 망각한다. 나중에, 처음 여행한 거리만큼 우리가 이 순간에서 벗어나 여행할 때 우리는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잊게 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고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만일 우리 가운데 고향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이곳에서 벗어나 그들이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떠난다는 사실이다. 만일 다른 어떤 것도 없다면, 삶은 우리에게 이 한가지를 가르쳐 준 셈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자는 누구든지 나중에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폴 오스터의 <소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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