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아 주거나 책가방을 챙겨주고 할 때처럼 일상에서조차 아이와 마주하면 나는 자주 아버지를 느끼게 되고 그 순간 나의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내게 남아 있어서 그렇다.
그와 같은 아버지로서의 자상함 이외에도 페티 페이지의 ‘I went to your wedding’을 함께 부르고,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해서 나에게 처음으로 얘기해주신 ‘멋진 분’이기도 했다. 스케이트와 테니스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나의 아버지도 내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당신 자신으로서는 최선을 다하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버지가 되어보니 그 마음을 얼마만큼은 알 것 같다.
내게서 자신의 꿈을 엿본 것처럼 아이가 ‘아빠처럼~’이라는 말을 가끔 한다. 아직까지는 아이들에게 실망스럽게 비치지는 않는 모양이다. 내 서재에는 아이들이 그려준 그림이 초상화처럼 여러 장 걸려있는데 볼 때마다 책임감이 무거워진다.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것이 어쩐지 두렵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겠지만 나의 아버지 또한 전적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주신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버지를 이해함으로써 그것을 잊었을 뿐이다.
나도 그 밖의 것은 다 잊혀지고 나의 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기억되고 싶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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