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났다가 오고 싶을 때가 있다.
저녁 무렵이든 새벽이든 상관없다. 그냥 차를 몰고 가고 싶은 곳으로 달려간다. 그 어디쯤이 강릉 경포대 앞바다이기도 하고, 안면도 꽃지에서 멈추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아무 생각이 없이 그냥 강원도로 향할 때도 있다. 지난 겨울에는 폭설로 내린 눈이 갑자기 보고 싶어져 자다가 일어나 속초로 향했다. 새벽 어스름이 걷히면서 서서히 날이 밝아오는 겨울 풍광 속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그만이었다.
때 없는 충동 같지만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듯 '지금'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났다가 돌아오면 마음이 편해진다. 하나의 시간으로부터 멀어지는 만큼 다른 시간이 따로 있게 된다.
그 시간은 현실 저편에 있는 나의 피안(彼岸)과 같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