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그것도 내가 외국으로 나가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일본에 그대로 있다가는 일상생활에 얽매여서 그냥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 무엇인가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하자면 정말로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그런 생활에서는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