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에 가득하던 복숭아꽃은 이곳에서 봄바람과 함께 춤추었다. 허나 지금은 꽃 몇 송이와 스쳐 지나간 우리만 남았을 따름이다. (…) 푸른 산도 여전한 모습이었고 새의 지저귐도 여전했는데, 도대체 누가 하룻밤 사이에 복숭아꽃 선녀를 하늘로 불렀단 말인가?
복숭아꽃이 정말로 피어 있었다는 걸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복숭아꽃이 피고 지듯이 수많은 일들이 실제로 발생하고 존재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이야말로 '흰 말이 문틈을 지나듯 홀연히 가버린(白駒過隙 백구과극)' 것이다.
하얀 말이 지나가는 모습을 문틈으로 본다면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이 존재하고 지나갔던 사실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스젠제의 <부처와 꽃을 보러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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