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앓는 중 입니다/ 왕영분
가을을 앓는 중 입니다
세포 가지마다 숨죽이고
기다리는 당신이 있습니다
할 일 많은 허수아비의 팔놀림
훠어이 훠어이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결은
풋사과의 새콤함으로
침샘마다 가득 고여옵니다
열병으로 달아오른 얼굴
당신의 입김 닿는곳마다
갈색 노을의 사랑입니다.
말없이 돌아서 떠나가버린
앞서간 이의 뒷 모습만 바라보다
울어버리는 아픔입니다
동전크기만 하던 구멍이
팔월 한가위 둥근달만큼 커지는
지금은, 가을을 앓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