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상시 소파의 선택에는 그 인간의 품위가 배어 나오는 것이라고 - 이것도 아마 편견이라 생각하지만 - 확신하고 있다. 소파란 것은 범할 수 없는 확고한 하나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소파에 앉아 자란 인간만이 알 수 있다. 좋은 책을 읽고 성장하거나, 좋은 음악을 들으며 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좋은 소파는 또 하나의 좋은 소파를 낳고, 하나의 나쁜 소파는 또 하나의 나쁜 소파를 낳는다. 그런 것이다.
나는 고급차를 굴리면서 집에는 이류나 삼류 소파를 놔둔 사람을 몇 명인가 알고 있다. 그런 인간을 나는 그다지 신용하지 않는다. 비싼 차에는 과연 그만한 가치는 있을 테지만, 그것은 단지 비싼 차 일 뿐이다. 돈만 있으면 누구라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소파를 사기 위해선 그 나름의 식견과 경험과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돈은 들지만, 돈만 내면 되는 것이 아니다. 소파란 무엇인가 하는 확고한 이미지 없이 훌륭한 소파를 손에 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 원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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